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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회사가 떼먹은 최저임금 달라는데 안 줘도 된다는 법원판결
- 노동자는 임금 떼일 때 인정한 ‘신의’를 지켜야 하니까?

경북 경주에 있는 한 택시회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고정적으로 받은 급여와 운송수입금 중 사납금을 제외하고 남은 수입금을 합쳐 월 임금을 받았다. 그러다가 2010년 7월부터 고정급여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내용으로 제도가 변경되었는데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은 채 월급을 지급했다.

2010년 이전까지 회사는 하루 7시간 20분 기준으로 월 44만 5천원의 고정급여를 지급했다. 고정급여에 최저임금이 적용되자 기준 노동시간을 3시간 20분으로 줄였다. 이는 최저임금법 위반이었지만 회사 내 다수노조와의 합의로 편법 시행했다.

회사 내 복수노조인 소수노조가 만들어지면서 2010.7~2012.11 기간 동안 미지급한 최저임금1억 2천 여 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노동자들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결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22일 대구고등법원은 “종전 협약에서 정한 간주근로시간을 전제로 한 최저임금 청구를 추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의를 가지게 됐고 원고들이 이와 같은 신의에 반해 위 차액지급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먼저 회사가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 하루 기준 노동시간을 7시간 20분에서 3시간 20분으로 줄였다는 것 자체가 편법을 넘어 불법행위이다. 임금을 적게 지급하려고 버젓이 기준시간을 4시간이나 줄인 것이다. 그렇다고 택시노동자들이 하루 7시간 20분만 일하는 게 아니다. 1일 2교대의 경우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데 이는 법정노동시간 하루 8시간보다 4시간이나 더 일한다.

혹여 컨베이어 벨트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벨트 속도를 2배 이상 높여 같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혹여 가능하더라도 불량생산이나 산재 위험 때문에 시행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택시노동자가 하루 3시간 20분을 일하고서 사납금을 채우려면 지금 속도보다 2배 이상 달려야 하는데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1심 결정을 뒤집은 대구고등법원의 판결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문이 막힌다. 우리사회에 법이나 사법정의가 존재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벌어지는 법조인들의 막장 일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체제 내에 뿌리 깊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판결문은 ‘간주근로시간’을 말하고 있는 데 실제 노동한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에 통상적으로 일했다고 간주할 수 있는 소정의 노동시간을 정하는 것을 말하는 데 7시간 20분 일했지만 3시간 20분만 일했다고 간주하는 것은 불법적인 임금약탈을 위한 편법이다.

그리고 종전 회사 내 다수노조가 협약을 통해 ‘간주근로시간’을 전제로 (떼인) 최저임금을 추가로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의’를 가지게 됐는데 소수노조가 생겨 떼인 최저임금을 달라는 것은 ‘정당한 신의(신의칙)’를 위반하여 부당한 것이라고 한다. 가히 적반하장식의 판결이라 할 것이다.

설령 다수노조 시절에 노조 집행부가 회사와 합의했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합의를 할 수 없다. 그런데 2심 판결은 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 와서 신의를 저버리고 떼인 돈을 달라고 하느냐며 부당하다고 한다. 강도가 들어와서 돈을 빼앗길 때는 가만히(동의) 있다가 왜 지금 와서 강도를 처벌하거나 돈을 찾아달라고 하느냐는 식이다.

자본의 노동착취구조는 현실적으로 노사간의 힘의 관계뿐만 아니라 중립적인 위치에서 중재해야 할 정부나, 분쟁 발생 시 판결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법정의’나 ‘신의’ 같은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것을 논하기 전에 그 알량한 법조문에 근거해서라도 판결한다면 이 따위 판결문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역사나 정의가 두렵지 않은 모양이다.

(2016.8.25. 노동당 대변인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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