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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철도노동자로 살며 투쟁해 온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서

- 부산철도정비창과 범일동 일대

 

이수갑 선생은 1925년 출생했다. 1940년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일제말기인 194318세 나이로 진해 해군 시설부에 강제연행 징용당했다. 19459월 부산철도용품사업소 수송계에 취업한 뒤 10월부터 분회장으로서 철도노조 조직을 시작했다.

 

1946년 미군정에 의해 화순탄광노동자들이 해방 1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하다 탄압을 받는 것을 계기로 923일 부산철도노조가 파업을 시작했고 다음날인 924일 전국적으로 파업은 확대됐다. 선생은 조직과 투쟁에 중심에 섰다.

 

19472월 부산철도 용품사무소에서 해고당한다. 전평과 철도노조가 와해되고 어용노조가 들어섰지만 선생은 어용노조 해체와 민주노조 설립을 위해 투쟁한다. 정치적으로는 60여년간 노동자 진보정치에 참여한다. 선생은 1947, 1954, 1961년 구속되는데 그 외에도 수배, 연행고문 등 고난 속에서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궁핍한 생활로 제대로 된 거처도 없이 더부살이를 하면서 범내골, 범일동, 문현동, 당감동을 전전하다 1969년 서울로 이주한다. 선생은 1982년이 되어서야 큰 아들이 사우디에서 노동품 삯으로 벌은 돈과 대출까지 받아서 변두리에 겨우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선생은 노동자투쟁은 물론이고 제국주의 반대와 통일운동에서 앞장섰다. 1987년 민족정기수호협의회 결성하여 친일세력을 몰아내는 운동과 1990년대 내내 통일운동에도 앞장섰다. 1996년부터 미일제국주의 반대 아시아공동행동(AWC)을 통해 국제적인 연대활동으로 폭을 넓혔다.

 

2000년 초 철도노조가 60여년 만에 민주노조로 탈바꿈하면서 2005년 꿈에 그리던 철도노조 명예조합원에 위촉되었다. 이후 철도노조, 운수산별노조, 구속노동자후원회 등에서 고문, 전해투 지도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선생은 언제나 현역활동가였다. 배낭을 지고 전국 곳곳을 순회하며 강연과 연대투쟁에 함께했다.

 

2011~12년 강정해군기지 반대투쟁 중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숙투쟁으로 감기로 기력을 약해졌고, 급기야 20131222일 파업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침탈을 위한 박근혜정권의 민주노총 침탈에 분노하시다 쓰러졌다. 그리고 이틀 후인 122488세의 나이로 운명하셨다.

 

18세에 일본 제국주의에 징용당한 후 70년 동안 제국주의와 분단,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수탈과 착취에 맞서 노동자해방과 통일세상을 향해 불같은 투쟁을 전개하였다. <이수갑 선생 전신계승사업회>는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지난 2년 동안 활동해 왔다.

 

이번 현장 견학은 선생의 초기 부산철도노조 활동지와 가족들이 살았던 부산 범일동 일대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회원들은 철도노조 부산본부 동지들의 도움을 받아 선생의 사모님을 모시고 부산철도정비창을 향했다. 그 곳에서 선생이 처음 근무했던 철도용품사업소에 들렀다. 아직도 수작업으로 물품을 관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용품들이 자동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방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바로 옆에는 디젤기관차를 수리하는 정비창이 있었고 그 곳에서 선생의 까마득한 후배들이 정비노동을 하고 있었다. 최근에 리모델링된 곳도 있었지만 100년이 넘는 철골구조로 된 정비창에는 디젤엔진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철도정비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대한 쇳덩이 엔진과 여러 부품을 붙잡고 힘든 노동을 하고 있었다.

 

정비창을 둘러 본 뒤 선생과 가족들이 1956년부터 66년까지 살았던 범일동을 찾았다. 50년이 지난 세월이라 주변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헤매기도 했지만 결국 사모님이 기억을 더듬어 선생이 살던 집을 찾았다. 먼 친척이 하던 고물상 자리인데 현재도 그 아들이 살고 있고, 앞부분은 새로운 2층 건물로 바뀌었지만 그 옆으로는 예전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선생은 언제나 운동과 투쟁현장에 뛰어다니느라 가정에는 경제적 도움이 되지 못했기에 먼 친척집에 더부살이를 해야 했고 사모님과 가족들의 삶은 곤궁했다. 선생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채 활동하다 큰 병을 얻기도 했고 구속과 수배를 반복하며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그에게 집은 어떤 의미였을까?

 

당시만 해도 근거나 자료를 남기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엄혹한 시절이었으니 가족들의 기억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철도정비창과 살던 집 사이, 그리고 부산 전역에서 펼쳐진 조직과 투쟁 그리고 추적과 도피 등 철도노동자 이수갑 선생을 주인공으로 창의성을 발휘해 현장에서 활동하라!’는 영화를 찍는다면 어떨까?

 

이번 현장 견학에서는 영상장비를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라도 역사의 현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계승사업회는 선생의 이야기를 좀 더 찾고 보완해 책으로 펴 낼 생각이다. 더 늦기 전에 이수갑 선생의 삶을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기록해야 할 것 같다. 생전에 선생을 모시고 이 현장을 견학했다면 얼마나 많은 투쟁과 역사를 기록하고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2016.4.29., 이수갑 선생 전평·철도노조 활동지역 현장견학, 부산 철도정비창, 범일동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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