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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우리에게 더 많은 매뉴얼을!>

- 노동당 활동가 토론회 <단절 그리고 생성> 참가 후기


마포에서 지역활동에 에너지를 쏟으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요즘이다. 활동과정에서 대체로 당원임을 숨기지 않고, 필요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편이다. 타인을 편견 없이 바라보려 노력하는 만큼 나 또한 편견 없이 봐주길 바란다. 당적이란 것이 크게 신경 쓰이는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는 신뢰의 정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요즘 당을 생각하면 긴 생각 끝에 도달하는 질문은 똑같다.“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노동당이 유효하다는 것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이것을 상대 시선에서 바라보면 이런 게 된다. “아니 저 사람은 어떤 실효성을 위해 노동당 활동을 하고 있는 걸까?”

학원강사를 때려치고 지역활동을 배우겠다고 지인들에게 소심하게 선언했다. 사회적협동조합을 시작한 이유는 지역활동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지역활동을 배우려는 이유는 당연히도 지역정치를 하고 싶어서다. 지역에서 진보정치를 하는 데 있어 나름 정한 두 가지 규칙이 있다. 대중적 지지를 위해 당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다. 반대로 당의 가치를 이유로 지역과 동떨어진 주장을 해서 고립을 자초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사잇길은 매우 비좁고 험난한 데다 답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활동을 하다 보면 당의 노선이 맞느냐 틀리냐 하는 고민보다 참고할 매뉴얼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답답할 때가 많다. 의지를 가진 사람들과 나눌 무언가 없다는 점. 진보정당 20년 그 수많은 능력자들의 활동성과는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누구와 더불어 공부하며 일상적인 실천을 만들어간단 말인가. 현실에서 외로움은 실체 없는 감정이 아니라 대단히 실물적인 자산의 빈곤으로 드러난다. 곤궁하면 외로워진다. 사람을 모으려면 매력이 있어야 하고 매력이 있으려면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가진 게 없다.

그런 점에서 이날 토론회(이하 ‘생성토론회’)는 2부 “진보정당의 지역의제를 찾아라”를 보고 싶어 간 셈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나머지 자리들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중간에 들어가서 다 듣지 못햇던 1부 “정당의 정치, 그 의미를 논하라”는 처음부터 듣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로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 말이다.

"한국 선거법이 국제적으로 정말 나쁜 악법이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리더가 바르셀로나 엔 꼬뮤라는 지역당을 만들었다. 이런 수많은 지역활동들이 지역당이 되고 그걸 네트워크 한 게 포데모스다. 로컬정당이 가능하기 때문이고 로컬 이슈가 중앙 의제가 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당법 너무 악법이다. 정당법 개정->선거법 개정->권력구조 개편. 이 순서가 가장 바람직하다.“

"스페인은 최근 2년 사이 총선을 3번하고 있다. 정부가 계속 없는 상태. 우리로 치면 탄핵이 2년 동안 계속되는 상태. 계속 의회 해산. 연립정부 구성에 계속 실패. 하지만 사람들이 위기의식 느끼지 않는다. 포데모스가 3당으로 캐스팅 보트 역할 하는데 강한 조건을 내걸어 연립정부 구성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잘한다고 박수친다. 선거가 끝났는데도 누가 집권할지,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도 모른다. 선거 후 6개월 동안 정부 구성이 안 되는 경우도 흔하다. 선거 후 정부구성까지 평균 100일을 넘긴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기다린다.“

2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루었다. ‘도시권과 지역의제’(정기황), ‘지역커뮤니티 공간운영 사례’(박수영), ‘사회서비스 지역의제화’(김철), ‘사회적경제와 마을만들기에 대한 고찰’(김상철). 2부와 같은 발제나 토론은 꼭 일상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몇몇 분들은 다른 자리에 부를 생각이다. 당원들이 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배우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다시 각자에게 맞는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은 유쾌하다. 유쾌한 사람은 또 다른 유쾌한 사람을 부른다.

3부에서는 당내 상황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3부는 다소 난상토론식 하소연이 이어졌지만(나도 일조했다!) 현재로서는 매우 필요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다음에는 3부에 나왔던 이야기도 조금 주제별로 깊이 파고들어가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3부에 나왔던 내용을 1부처럼 다뤄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지적된 문제들은 어떻게든 제도화 되어 틀 내에서 녹이고 부어 융해시킬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조금 불편하고 힘든 이야기조차도 변화 가능한 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오랜 갈등은 비슷한 방식으로 재현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상은 당원이 말했던 노동당원들에게 통약가능한(commensurable) 공유지점이 무엇인지 해명이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추상적 가치만으로 당을 이끌어가기엔 이미 너무 많은 경험과 실패가 쌓여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이런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 구체적인 논거가 없으면 토론은 감정적이 되기 싶다. 우리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우리에게 더 많은 매뉴얼을!


* 토론회 자료집은 용량이 너무 커서 첨부가 안 되네요. 링크를 따라가시면 자료집 다운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drive.google.com/open?id=0B7xVbFgT8V-xanV6dDBzcDhhN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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