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게시판

당원광장 / 당원게시판
2016.06.08 16:09

'근태'와 '헌신' 사이

조회 수 224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3년 가을이었나. 기관지 인쇄 넘어가던 주말, 마감이 한창인데 그 다음호 편집회의까지 겹쳤었다. 사무실서 밤을 새고 눈이 안떠지는 채로 부랴부랴 회의자료를 만들고 회의를 진행했다. 근데 누군가, 출판사를 경영하는 당원이었던 것 같은데, 기관지 찍어내기만 급급하지 말고 유명필자 당원들을 불러 강연도 하고 그 강의록으로 책도 내고 어쩌고 하면서 구름 위에 신선놀음같은 소릴 늘어놓았다. 순간 혈압이 올라서 버럭 소릴 질렀다. "나도 사람인데 잠은 좀 자야 되지 않겠냐"고. 지나고 나서 좀 미안했는데, 지금은 안 미안하다. 1년뒤인가, 그 당원이 경영하는 출판사에서 해고사태가 터졌고, 한참 출판계가 시끄러웠다. 자른 사람도, 잘린 사람도 노동당 당원이었다. 어쨌든.


현 체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기대치를 설정하고 요구한 건 편집위원들뿐만이 아니었다. 당원들은 번듯한 월간지 수준의 기관지를 원했고, 우린 한달에 한권 찍어내기만도 버거웠다. 그들의 기대치에 맞추려면 포멧 자체를 엎어야 했는데, 미친 정정은은 내가 나가고 나서 진짜로 엎고 새 포멧을 만들었다. 정정은의 수명은 그때 또 한 10년쯤 까였을 것이다. 


기관지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외부연대단위들은 각종 집회와 회의에 당이 나서주길 원했고, 당원들은 무슨무슨 집회에 당 깃발이 안 보이면 당 깃발 안 보인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작 당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면 모이는 당원이 없었고, 사무실을 지킬 최소 인원을 빼고 사무처 사람들이 다 나가서 머릿수를 채웠다. 철도노조 파업, 세월호 추모집회 등이 있으면 기관지 마감이고 뭐고간에 다 제쳐두고 사무처가 총동원됐다. 물대포인지 빗물인지를 쫄딱 맞고 씻지 못한 채로 당사에 돌아가 밤을 샌 적도 있다. 


1인 부서, 혼자서 부서원이자 부서장 노릇을 하는 곳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당 안이든 밖이든 이 당이 민주노동당의 영광스럽던 시절 그 모습이길 바랐고, 못마땅해 했다. 이건 이 정도는 해야지. 저것도 저 수준은 되야지. 왜 못하니. 근태네. 누군가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건 하지 않아 욕을 먹었고, 누군가는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해도 욕을 먹었다. 할 수 없는 걸 포기한 사람은 '근태'가 됐고, 할 수 없는 것까지 할려고 용을 쓰면 '헌신'이 됐다. 정신치료를 2년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할 수 없는 것까지 할려고 기를 썼던, 기대치에 부응하고자 했던 내 마음이 병든 마음이었음을.


당직을 그만두고 1년을 쉬었지만, 글자를 보는 게 징글징글하다. 난독증도 왔다. 타블로이드신문사에 들어갔다가 글을 한 자도 쓸 수가 없어 이틀만에 내 발로 나왔다. 호텔에 캐셔로 일한 지 석달 좀 넘었다.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데 당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이 잔다. 근데 돈은 두 배로 번다. 당 만한 '개꿀빠는' 직장이 또 어딨냐며, 요즘 시세가 원래 다 그만하다며 이죽거리던 그 입, 다물라. 상근자들한테 고하건대, '근태'건 '헌신'이건 그딴 소리 듣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한 만큼 대우받을 직장을 찾으시라. 나랑 같이 호텔을 차리면 더 좋고.


이틀동안 머리푼 미친년처럼 글을 썼는데 열두 시간을 자고 나니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당에 대해 글쓰는 건 이 글이 마지막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노동당 후원 안내] 노동당을 후원해 주세요 노동당 2017.11.08 83566
61 '홍미단'이 떴습니다 - 노동당 홍보미디어기획단 1차 회의 결과입니다 나도원 2020.07.23 972
60 '평전의 구성 그 자체에 대표단의 진퇴를 걸었다'는 김강호 위원장님의 주장이 맞네요. 담쟁이 2016.07.15 2106
59 '평가와 전망' 위원회에 평당원으로서 참여하고 싶습니다. 2 배범호(나무) 2016.05.02 2027
58 '청소년에게 월 20만원 기본소득 지급' 공약에 문제제기합니다. 아리데 2016.03.15 2563
57 '지역'에서 활동하는 당원의 궁금증 사슴개굴 2019.06.18 1724
56 '좌파 위기의 본질' _박노자 송상호 2019.06.13 1662
55 '전면적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노동당 울산시당 기자회견 file 울산광역시당 2019.03.28 2036
54 '이해'합니다 2 류성이 2019.06.13 1763
53 '우리모두에게—정당으로서 정치를 할 것인지 혹은 행복했던 동아리로 남을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의 원글은 페북을 통해 봐주세요. 1 문미정 2019.01.21 2231
52 '올해의 현수막'을 현상공모합니다. 3 랑이4 2016.11.07 1717
51 '아이들에게 GMO 없는 세상을' 피켓에 대한 해명과 사죄를 호소드립니다 1 file hamiŋ 2016.07.03 2331
50 '아이구이런' 당원님께 2 Alexpark 2018.08.08 2251
49 '서울시당에 바란다' - 서울시당 이메일 소식지 200호 특집 정상훈 2016.12.12 1477
48 '상근자협의회'에 묻습니다 1 노정 2016.06.02 2680
47 '벌금폭탄' 맞은 당원 수다회 후기 신지혜 2016.07.25 2237
46 '배제 당원모임' 근거?? 임수진 2018.05.20 1930
45 '모두를 위한 정치' 멈출 수 없는 발걸음, 동행을 청합니다. 27 file 신나라 2020.02.29 1938
44 '당의미래'는 서울시당을 지켜낼 것인가? 이도 2017.01.13 1685
43 '당의 전망':진행 방식에 대해 4 박찬수 2016.07.26 1725
42 '당의 미래'='도로 꼴통' 1 박찬수 2016.07.18 2973
41 '노동' 당과 아르바이트 '노동'자 -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에 있어서 이태강 2017.02.22 1759
40 '기본소득당'으로의 당명 개정에 반대합니다. 1 고건총리 2019.05.14 2601
39 '기본소득당' 으로의 당명개정에 반대합니다 (연서명) 46 file 차윤석 2019.05.13 3358
» '근태'와 '헌신' 사이 노정 2016.06.08 2248
37 '근태', 그 다음은 뭡니까? 노정 2016.06.06 3044
36 '공유경제'를 빙자한 플랫폼착취시스템 '대여경제' 2 file 송상호 2019.06.17 18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 132 Next
/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