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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홍세화 고문'은 좀 어색하고 '홍세화 선생님'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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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간 나는 먼저 친구인 시인 최민에게 연락했다. 자기는 강의 때문에 파리 북역에 못 나오니 대신 홍세화의 부인에게 픽업을 부탁했노라고 했다. 홍세화는 택시 운전사로, 부인은 몇 시간씩 면세점에서 일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홍세화는 세칭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에 연루되어 점거 선풍이 일어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출국할 수 있었다. 이들 전위조직의 명칭은 원래가 민투(한국민주투쟁국민위원회)’였는데 공안당국이 사건 이름을 그렇게 붙여서 남민전이라는 매우 전투적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민청학련 학생들과 시인 김지하 등이 연루되었던 인민혁명당이란 명칭도 당국에 의해 붙여진 것이었다. 그래서 오죽하면 재야인사들이 등산 모임 이름을 지을 때도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거시기산악회또는 무명산악회등으로 칭했을 정도였다.

 

홍세화는 박형규 목사의 제일교회에서 노동자를 위한 문화운동의 터전을 만들려고 노력하다가 민투에 들게 되었다. 시인 김남주가 나와 함께 광주에서 민중문화연구소를 운영하다가 서울로 도피한 뒤 가끔씩 만나곤 했는데 그때 나는 김남주가 상경해서 만난 사람들이 민투의 홍세화와 최석진이었을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정직하고 올곧은 품성을 믿고 있었다.

 

홍세화의 집에 가서 바게트와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쉬고 있는데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의 아들과 어린 딸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들이 종이와 연필을 들고 다가와서 내 얼굴을 그려주겠다고 했다. 아이는 나를 그렸고 내가 떠오르는 대로 동물을 이야기하면 그것을 비슷하게 그려냈다. 아버지의 망명으로 낯선 땅에서 머물게 된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는 광주 집에서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을 내 두 아이들을 떠올렸다.

 

얼마쯤 후에 잠깐 틈을 내어 들른 홍세화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우울한 문학청년의 표정이었는데 몇 년 전 서울의 음악다방에서 보았던 때처럼 말수가 적고 빙긋 웃다가 마는 것이었다. 그는 당시에 친북 인사로 알려진 어떤 사람의 식당에 일자리를 구했다가 헤어져서 말밥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나와 베를린에 동행했던 소리꾼 임진택은 그 일로 못내 걱정을 했다. 망명자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지 못했다. 최민이 나를 데리려 왔고 우리는 피차 바빠서 술 한잔 나눌 틈도 없이 헤어졌다. 최민에게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리더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는 내가 빈손으로 그 집에 갔던 점을 깨우쳐주며 아이들에게 용돈이라도 좀 주지 그랬냐고 말했다. 나는 언제 여정이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여행자였고 아는 이들의 집에 기숙하며 떠도는 처지였지만 못내 후회스러웠다. 이미 어른이 된 아이들이야 그날의 일을 까맣게 잊었겠지만, 나를 올려다보던 그 어린것들의 눈망울을 떠올리면 빈손으로 갔던 게 두고두고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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