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 속에서 상식 지키기-非禮勿行

by 이영택 posted Sep 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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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3인 아들 놈과 사자성어 대결을 하고 있는데,
한 달여를 대결했더니 이제는 아들 놈이나 저나 슬슬 바닥이 나서 서로 모르는 사자성어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흔한 얘기지만, 오랜만에 생각이 났습니다.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行(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행)
禮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하지도 말라.” [논어 안연편]

단번에 4개가 사자성어 리스트에 추가가 되었습니다.

실은 이 사자성어들을 사사성어 대결하라고 있는 말이 아니지요.

일상 생활하면서, 온/오프 라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알면서도 쉽게 할 수는 없는 일들입니다.

이미 사람들은 예가 아닌 줄 알면서 보고, 듣고, 말하고, 행하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너나 즐쳐 드삼'하면 웃길 수도 있지만, 그러한 말이 갖고 있는 배배 꼬인 심리적인
왜곡은 피할 수 없습니다. 존대도 하대도 아닌 정체불명의 말일 뿐이지요.
그러한 말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효과만을 의식해 마구 남발하면 그도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예의 덫에 걸려서도 안되지만, 예의 근본인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어서도 안되는 것이지요.

아들 놈에게 위 사자성어 4개의 뜻을 설명해 주면서

나는 얼마나 그렇게 삼가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면서 참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보신당 내부, 우리끼리 갈 길도 참 멀어 보입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정치 실험은 시작은 있으되 끝은 서로 알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진보신당이 집권하면 끝인가요?

진보신당이 집권해도 인간사의 문제는 여전할 것입니다.
다만 이전에 배제되었던 가치들이 사람들 사이의 상식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2MB를 보면 그러한 가치들을 뒤 엎는데 불과 몇개월이면 된다는 것이 서글프기는 하지만요.

다시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으로 늘 회귀하지 않으면
모든 정치 시스템은 무뎌지고 타락하고 고리타분해지고, 결국 진보신당도 보수가 될 것입니다.

도덕이나 인간적인 존중을 거의 망각하고 사는 현 집권 세력들 앞에서
우리끼리의 예의와 도덕, 존중을 얘기하는 것은 사치일 수도 있고,
자중지란에 빠지는 함정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부러진 뼈가 다시 붙으면 더 강해진다고 하지요.
지금 집권하고 있는 저 세력들, 앞으로도 장기 집권 하고자 뻔뻔스레 백주대낮에도 할 짓 안할 짓 다하는 저들을 보면서, 우리는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부서지고 다시 붙여지면서 강해진 저들보다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지만 요 며칠 게시판을 바라보면서 느낀 것은 
도덕주의의 함정에 빠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스스로에게 조금은 더 엄격해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겨우 우리는 지진이 일어나는 바위산 위에 올려진 유리잔에 불과합니다.
 더 많은 것을 담기에도 바쁘고, 깨진 것을 메우기도 바쁩니다.

우리끼리는 조금 더 관용과 이해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신만은 늘 존중 받고 남은 언제라도 무시할 수 있는 자세를 갖고 있다면 스스로 삼가고 돌아볼 일입니다.

탈당을 하던 안하던, 진보신당이 있던 없던 세상은 돌아가고 누군가는 그 일을 할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진보적인 가치들이 조금 더 우리가 숨쉴 때 구현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면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덜 미안한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저부터라도 다시 한 번 새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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