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 비도덕, 같은 소리하고 있네

by 대변인실 posted Oct 11, 2016 Views 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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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비도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현행법 외 임신중절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처벌을 강화한다?


 

지난 922, 보건복지부는 모자보건법을 위반해 임신중절 수술을 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최대 12개월의 의사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하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공개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에 반대하며 낙태 시술에 대한 파업을 선언했다. 공장을 멈춰 회사에 타격을 주듯, 수술을 멈춰 정부에 타격을 주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런데 낙태 시술이 필요한 여성이 입는 타격은 어쩌란 말인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여성의 몸을 통제해 온 정부, 그리고 배제된 사람들

 

정부는 줄곧 산아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여성의 몸을 통제해왔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가 많은 이에게 익숙할 만큼 광범위하게 관리해왔다. 전쟁으로 궁핍했던 시절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산아제한정책을 펼쳤다. 1962년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골자로 하는 가족계획사업을 시행하면서 광범위하게 낙태를 조장했다. 임신 초기 낙태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월경조절술이라는 이름으로 시술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90년대 후반부터 저출산 시대가 도래하자 정부는 이제 낙태를 그만하라고 외치고 있다. 태아의 존엄성이라는 이름을 빌리지만 이는 국가권력이 여성의 몸을 통제해온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줄 뿐이다.

 

존엄한 태아는 정부의 입맛에 따라 결정되어 왔다. 1985년 태아 성별 감식이 가능해진 이후 여야 낙태가 급증했다. 그 결과 1990116.5:100이라는 충격적인 성비를 기록했지만, 정부는 신경 쓰지 않았다. 1973년 정부는 일본의 우생법을 바탕으로 장애인 등에 대한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제정했고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또한, 1990년대까지도 정부는 한센인들에 대한 낙태 및 정관 수술을 강제했다.

 

정부가 말하는 태아의 존엄성 아니 인간의 존엄성에는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는 없다. 정부는 임신중절을 비도덕적이라고 규정하며 낙태문제를 태아 대 여성의 문제로 치환시킨다. 하지만 사실 낙태문제는 선택된 사람들 대 배제된 사람들의 문제이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최소한도 용인되지 않는 차별의 문제다.

 

 

선택은 없고 책임만 있다

 

많은 여성들이 임신에 대한 공포로, 임신테스트기를 쓰거나 산부인과에 방문한다. 콘돔 쓰지 말자는 남성은 많아도 여성은 별로 없다. 남성은 모든 재생산 노동에 관한 책임을 면제받았듯 임신에 대한 책임도 면제받았다. 미혼모는 있어도 미혼부는 없으며 임신중절 수술을 하면 여성은 처벌받지만, 남성은 처벌받지 않는다. 임신과 출산에 관한 모든 책임은 여성에게 부과된다. 하지만 여성에게 선택권은 없다.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르면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다.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어도,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해치고 있어도, 근친 간의 임신도 배우자(남성)의 동의가 없다면 출산해야 한다. 선택은 남성과 정부가 하고 책임은 여성이 진다.

 

여성에게는 선택권뿐 아니라 선택지도 없다. 비혼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 낙태를 하면 비도덕적이라는 낙인이, 출산을 하면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뒤따른다. 2009년 실시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 이상이 미혼모는 판단력과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또한, 결혼제도 중심의 복지시스템에서 미혼모는 배제되어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낙태는 사회가 조장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선택권은 여성에게 있다!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중단되어야 한다.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의 다수는 기혼여성이며 사회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낙태 시술을 비도덕적행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여성의 몸은 국가가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는 도구가 아니다.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의료법 시행령·시행 규칙 개정안 중 임신중절 부분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을 존중하고 낙태에 대한 처벌을 중단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과 억압을 중단해야 한다.

 

지난 6, 폴란드에서는 여성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로 전면 낙태금지법안이 폐기됐다. 폴란드 여성들은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아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참가했다. 애도의 검은 물결이 이곳에서 다시 일지 않기를 바란다. 비도덕? 비도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2016. 10. 11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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