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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김영란법 시행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만으론 풍선효과

7월 28일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법제처 법률심사, 시행령 확정, 매뉴얼 마련 등 절차를 거쳐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적용대상은 공무원, 사립학교, 언론사의 장과 임직원의 배우자 등으로 400여만명으로 추산한다.

이 법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나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경우 형사처벌을 받으며 100만원 이하의 경우에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 과태료를 부과한다. 사교나 의례적 목적이더라도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3-5-10)이 넘으면 수수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국회의원 포함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국회의원이 선출직이지만 국가공무원법 상 공무원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국회의원도 예외 없이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예외 조항에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가 있긴 하지만 이 법의 정신을 훼손할 수는 없다.


축산, 유통, 외식업계는 가진 자들만 대상으로 하는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직사회, 기업, 유통외식업계, 검∙경의 단속과 처벌 등 우리사회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100만원을 기준으로 하는 향응 제공은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만연되어 온 부패구조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교나 의례적 목적의 ‘3-5-10만원’ 규정은 매우 복잡한 상황이 될 것이다.

공직자와 기업인(개인 포함)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로비나 청탁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사교나 의례적 과정을 거친다. 낚시의 밑밥이거나 떡고물일 수 있다. 그런데 기존의 관행으로 보면 호텔이나 한정식에서 상한선 3만원 식사, 5만원 명절선물 그리고 경조사비 10만원은 매우 약소한 금액으로 생각될 것이다. 당장 축산, 유통, 외식업계가 반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고 실업자와 최저임금의 빈곤선상에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먼 나라 사람들의 고민거리일 뿐이다. 7월 30일자 경향신문 1면에 보도된 사진 ‘1인당 2만 8천원 밥상’을 보면 찌개, 회 포함 반찬 16가지에 소주 1병, 맥주 2병, 밥 한 공기라는 ‘푸짐한’ 상차림이다. 일반 서민들이 이런 밥상차림으로 먹을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몇 차례나 될까?


시급 6030원으로는 3만원짜리 식사도 꿈의 밥상

지금 알바노동자들은 최저임금 6030원을 받고나 그 조차 받지 못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 김밥이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가난한 노인들은 공원 근처 골목에서 2000원짜리 국밥 한 그릇 사먹는 것도 버겁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도시락을 사서 출근하거나 4~5천 원짜리 식사로 점심을 해결한다. 4천원이면 재래시장의 국밥이나 지하철 역구내 뷔페 한식도 괜찮은 식사다.

그러나 고급 호텔, 한정식, 중화요리, 일식 등에서 A, B, C코스를 즐겨온 사람들에게 ‘3-5-10’ 상한선은 당장 ‘옐로우 카드’가 아니라 ‘레드카드’에 가까운 가혹한(?) 규정이 될 것이다. 현직검사가 100억 대 주식을 가지고 있고 전직 판∙검사였던 변호사의 수임료가 한 건 당 50억, 100억인 판에 3만 원짜리 식사 대접을 했다가는 ‘개돼지’ 취급하느냐며 로비나 청탁에 역효과가 날지도 모를 판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음식업 8조 5천억원, 소비재∙유통업 1조 9700억원, 골프장 1조 1척억원의 매출액 감소 등연간 11조 6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상위 고위층 식도락가들의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다. 이건 억지이다. 이 금액은 공짜(물론 이권 개입)로 대접을 받거나 얻어먹을 수 없는 금액을 상정한 것이다. 그러나 고액연봉을 받는 기업경영자들, 대주주, 금융∙부동산 부자들, 고위관료들, 정치인들은 다른 방법을 동원하든가 아니면 자기 돈으로 당연히 소비할 영역이다. 걱정할 일이 아니다.


김영란법만으로는 또 다른 편법 만드는 ‘풍선효과’, 구조적 대안 마련해야

국제투명성 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한국이 이 법 시행으로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가 될 것인가? 그걸 믿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방법을 달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가진 자들만이 소비하다가 이 길이 당장 막혀서 축산, 유통, 외식업계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법을 개정하여 옛날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소득불평도를 줄여 전체 소비를 늘리면 될 일이다.

우리사회가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가 되려면 불로소득의 원천을 없애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임기 초기 어색한 표현이긴 했지만 ‘지하경제활성화’를 내세웠다. 전체 경제의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원이 드러나는 것이다. 불로소득이 원천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향응제공이나 부정청탁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고 그만큼 복지가 확대되어 사회적 불평등도가 완화되는 것이다. 소수 1%가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는 사회가 아니라 99% 국민이 골고루 식사도 하고 선물을 주고받는다면 축산, 유통, 외식업계가 어려워질 이유가 없고 한국경제연구원의 억지 주장처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리도 없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초기엔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나 혼란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 나아가 불평등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 통한 세금부과, 법인세인상, 부동산 등 부유세, 금융과세를 통해 재정을 확대하여 기본소득 지급 등 보편적 복지를 실시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주 35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실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부패가 없는 청렴한 사회는 김영란법 하나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후속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풍선효과’처럼 또 다른 편법만 만연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2016.7.30.토, 노동당 대변인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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