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시도당 지역당원들을 만나 진보신당 총선평가와 전망을 논의하는 순회 간담회가 앞으로 2주에 걸쳐 진행된다. <정치신문 R>은 각 지역에서 진행된 간담회 기사를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온라인으로 토론을 더 이어나가고자 한다. |
지난 5월 23일, 중앙당 회의실에서 총선 평가와 당의 향후 전망에 대한 서울지역 대표단 간담회가 열렸다. 홍세화 대표와 김종철 부대표가 참석하여 앞으로 당의 전망에 대해 발제하였고, 이에 대해 서울 당원들의 치열한 문제 제기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 23일 중앙당에서 열린 서울시당 대표단 간담회. 김종철 부대표가 당 전망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당 전망의 쟁점들
김종철 부대표는 당의 전망에 대한 주요 쟁점은 △좌파 정당 건설 과정에서 당의 역할 △당 쇄신의 과제 △ 재창당 시점 △ 좌파정당의 상과 그 대상 △ 대선 대응 등 다섯 가지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 부대표는 먼저 좌파정당 건설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역할에 대해 당이 좌파정당 건설의 밀알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대부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이 가장 유력한 주체이기 때문에 즉각 좌파정당 건설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안효상 대표, 김선아 부대표)이 존재하는 한편, 그에 앞서 먼저 당의 자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전자의 경우, 창준위 등록 후 6개월로 재창당 시점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먼저 좌파정당 건설을 추진할 주체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후자의 경우 노동계 일각에서 진보신당 역시 쇄신이 필요한 대상이기 때문에 진보신당의 쇄신이 분명하지 않다면 이들의 참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각각 근거가 있다.
그렇다면 진보신당의 쇄신 과제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먼저 지역활동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민중의 집과 같은 지역 거점을 마련하여,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의견이 있다. (강상구 부대표) 다른 한 축은 재창당을 준비하며 당의 이념과 조직 체계를 검토하고 쇄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효상 대표)
진보신당의 좌파정당화를 목표로 비정규 불안정노동자들을 호명하고 사회화하는 정치사업을 펼쳐나가고, 중앙당사를 '전태일의 집'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여 지역 활동의 공간을 연대의 공간으로 만들어나가자는 중간자적 입장의 의견도 존재한다. (김선아 부대표)
좌파정당 건설, 어떻게?
재창당 시점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일단 창준위의 위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당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창준위를 발족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부대표는 창준위가 꼭 재창당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아니며, 당의 실무적 역할을 위해서라도 창준위 발족은 필요한 일이었다고 대답했다. 재창당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신당이 재창당의 산파역을 자임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단위들의 참여를 기다릴 것이냐에 달려 있으며, 그뿐 아니라 대선에 대한 정세와 전략에 따라 재창당 시점이 조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그렇다면 함께 좌파정당을 건설할 대상은 누가 될 것이며 그 상은 무엇인가? 노동정치 강화라는 문제의식은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뿐 아니라 김 부대표는 "노동정치와 녹색정치가 만나야 한다는 견해가 있고, 내 의견도 같다"며 녹색당과의 연대를 계속 추진해나갈 것을 시사했다. 앞으로 당의 핵심 주체가 될 비정규 노동자들을 정치적 주체화하는 과정에서 좌파정당 건설도 지역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지역별 '노동정치혁신위원회'를 조직하여 지역에서부터 노동정치의 혁신을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좌파정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 서울시당 간담회에 참석한 홍세화 대표.
대선 전술에 이견 존재
가장 큰 논란이 있었던 것은 12월 대선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김종철 부대표는 "독자후보를 낸다, 내지 않는다, 일단 출마 한 후 야권연대 등의 상황에 따라 대응한다." 정도의 선택지를 이야기했다. 야권연대 국면에서 독자 진보진영 후보를 내야 한다는 대의가 있으며, 이는 좌파정당 건설에 대해서도 주체들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재정적인 부분이다. 선거를 치르려면 최소 10억원이 필요하고, 이를 지탱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뿐 아니라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좌파 공동전선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진보신당의 대선 대응 역시 다른 좌파 단위들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독자 후보 전술에 대한 간담회 참석자들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한 당원은 "대선 독자후보의 대의는 충분이 이해하나 당협 교부금이 한 달에 7만 5천원 나오는 상황에서 정당이니 후보를 내야 한다는 발상은 무책임하다"며 역량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선 대응에 목매달기 보다는 지방선거 등 추후 일정을 목표로 잡고 체력을 기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다른 당원은 "올 해 총선이 중요했던 것은 대선과 연계되었기 때문이다. 총선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대선에서 당의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 당의 존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독자후보 전술을 지지하기도 했다.
홍세화 대표 역시 "개인적으로는 현장 노동자 출신을 대선 후보로 세우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 서울시당 당원들의 적극적인 발언들이 이어졌다.
대표단에서 통일된 입장 먼저 나와야
간담회가 진행되던 도중 한 당원은 "당원들이 당의 방향에 대해 입장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긴 하나 좀 답답한 때가 많다. 당비를 올리라면 올리겠는데, 당에서 비전이 제출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오늘 간담회에서도 그랬지만, 대표단에서 통일된 입장이 먼저 나와야 당원들이 전망을 보고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다른 당원도 "당원들 사이에서도 당명, 당규, 당헌, 강령에 대한 일체감이 없다. 당의 전망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방점이 찍혀있지 않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부대표는 "아직 대표단 내에 단일한 입장이 정리되지 못했으며, 공통점을 기반으로 전국 순회 간담회를 통해 당원들의 의견을 녹여낼 것"이라 답했다.
홍세화 대표 역시 "그 동안 당 혁신과 조직 점검이 미진했고, 당원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문제가 있다."고 당의 정체성과 통일성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전국 순회 간담회가 "생각의 지평을 넓고, 깊게, 그리고 수렴할 수 있는 부분들을 수렴하여 당을 일체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일단 서울 지역 간담회는 조금씩 서로 다른 입장들을 확인하는 계기였다고 보이며, 앞으로 계속되는 전국 순회 간담회를 통해 수렴할 수 있는 부분들을 더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 한편 서울시당은 간담회 자리에서 삼성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를 다루는 신간 만화책들을 판매하기도.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당원들의 적극적인 관심에 힘입어 이날 준비한 물량이 모두 동이 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