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섹션] 사전토론회 관람기


10월27일 오후. 칼라TV 크롬 동지와 박성훈 홍보실장의 손이 분주하다. 유리테이프로 카메라 케이블을 바닥에 붙인다. 토론회 현수막이 도착했다. 이제 곧 올 당원들을 위해 컵을 닦는다. 복사기는 쉼 없이 돌아가며 발제문을 뽑는다. 상근자들은 틈틈이 담배를 핀다. 긴장을 불러오는 뭔가가 있는 듯한데, 그 순간 일군의 사람들이 중앙당사로 들어선다.
OK목장의 결투까지는 아니어도 비장감이 감도는 회의실. 노동당에서 가장 빠른 입을 가진 사내와, 가장 어눌한 유머를 구사하는 사내, 가장 평화로운 말을 하는 사내와 가장 분명한 어조로 말하는 사내 등이 모였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 경북 억양을 구사하는 한신대 노중기 교수가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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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당대회 [전망섹션] 사전토론회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지역당협과 서울시당 중심으로 몇 번의 ‘전망토론’이 있었지만, 정책당대회를 앞두고 공식적으로 자기 입장을 제출한 토론자를 대상으로 한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망섹션]에는 총 4개의 입장이 제출되었다. 먼저, ‘질서있는 진보재편’을 주장하는 이른바 ‘재편파’(필자가 임의로 붙임)에서는 김종철 전 부대표가, ‘신좌파 연대회의’에서는 나도원 대표, ‘당의 미래’에서는 윤현식 정책위의장, ‘사민주의 당원모임’에서는 홍기표 동지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사전토론회는 먼저 입장 제출자들이 각자 자기 입장을 7분씩 발제를 한 후, 돌아가면서 15분씩 주도권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용길 대표는 인사말에서 “노동당의 길은 강령이나, 수준 높은 이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노동당의 길을 확정하고 밟아가야 할 이들은 바로 당원”이며 따라서 “정책당대회에 당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명실상부한 정책당대회”가 된다며 참여 조직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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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이용길 대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나도원 대표는 “현 시대에 우리가 내세울 길로 녹색좌파의 길”을 주장하면서, “녹색좌파 대중정당으로 혁신강화하고 녹색좌파 정치연합으로 21세기에 걸맞는 좌파정당 재구성에 돌입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대선까지 우리 당이 한국 정치에서 중요한 정치적 상수가 되어야 한다”며, “소모적인 논쟁에 휩쓸리지 말고 녹색좌파 정치의 길로 매진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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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원 당원 (신좌파당원회의)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김종철 전 부대표는 “헌신적인 실천과 그로 인한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동당은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기의 원인은 진보정치의 분열과 그로 인한 대중들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진보정치”를 꼽았다. 그는 “진보정치재편을 요구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 뭉쳐야 대중들에게 의미 있는 신호를 줄 수 있고 활동가 의지를 북돋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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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당원 (전 부대표)


세 번째로 발제에 나선 ‘당의 미래’ 윤현식 정책위의장은 “당 전망을 둘러싸고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역량의 소진과 당 구심력의 이완”을 걱정했다. 노동당은 완결된 당이라는 전제 하에 평등생태평화 공화국을 건설하기 위한 노동당 노선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새로운 주체들을 발굴하고 해야 한다며 기왕의 노선에 대한 실천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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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식 당원 (당의 미래)


네 번째로 ‘사민주의 당원모임’ 홍기표 당원은 “민노당 이후의 (NL에 대한) ‘분리주의 노선’ 자체는 옳았으나, 몸에 맞지 않은 옷(사회주의)을 입고 있었다”면서, 사민주의로 옷을 갈아입고 당을 대중적으로 알려나가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시작으로 해서 “그동안 진보정치가 갇혀 있던 민주당 왼쪽(진보의 감옥)을 넘어 새누리당 왼쪽 땅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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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표 당원 (사민주의 당원모임)


네 명의 토론자가 발제문 발표를 마친 후 본격적인 주도권 토론이 시작되었다.


나도원 대표는 “녹색좌파 대중정당 주장이 당 중심성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고 윤현식 의장의 언급에 반박하고, ‘재편파’에 대해서는 “진보재편의 주체가 없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합당할 가능성도 없고, 설사 합당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진보정치의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시기 진보혁신회의로는 진보재편이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보다 포지티브한 슬로건을 던지면서 노동당이 좌파 재편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로 역사 속의 한국 사민당들은 실제로는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사민주의 노선을 반박하기도 했다. “(재편논의로 인한) 당의 불안정성이 당의 장기전략을 가로막는다”면서 지금 노동당의 위기는 “있는 자원을 활용(활동가쉼터)”하고 “당원들에게 동기부여(기관지)”하며 “새로운 재정구조 발굴”하면서 돌파해야 한다며, “당원들이 헌신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나가고, 보다 넓은 생각의 지평을 갖고”, “후쿠시마 사태 5주년이 되는 2016년 총선에서부터 녹색좌파 공동대응으로 새로운 초석을 다지자”고 말했다.


김종철 전 부대표는 “대중들에게 노선상 큰 차이가 없는 진보정치가 분열되어 있는 한 대중들의 선택에는 장벽이 존재”한다며, 당의 위기의 원인을 진보정치의 분열로 꼽았다. 그러나 “2011년때와는 달리 경기동부 없는 정의당은 북에 대해 상당히 유연한 태도로 전환”했고, 패권주의의 뿌리인 종북주의가 변하면서 그때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참여계의 문제에 대해서도 “새정치와 구별되는 독자적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당원들”이라며 노동당과의 친화성을 설명하고 “설득의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진보재편의 경로에 대해서는 “정책당대회에서 우리 (재편)방침을 벼리고, 이를 토대로 당직 선거를 통해 결정하면서 ‘진보혁신회의’ 본조직 건설에 참여해 우리 입장을 설득하고 차이를 해소해 나간다면 새로운 정당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의 위기원인은 ‘통합독자논쟁’ 때문이 아니며, 또한 ‘(진보신당시절) 과도기 정당’이었기 때문도 아니라”면서 “적어도 2011년 9월 이후 대중 지지의 철회와, 타 당과의 경합구조에서 진 우리 실력의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홍기표 당원은 “사민주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민주의가 모든걸 해결해준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사민주의 채택이 새로운 출발점이자 최초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치 밤하늘의 별과 달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만 항상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북한 이슈를 회피할 수 없다”며 진보적 입장에서의 반북 이슈를 제기했다. 또한 “‘재편파’는 당의 위기 원인을 진보분열에서 찾고 있지만, 그 분열은 민노당때나 통진당 통합때나 우리가 만든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이러한 ‘분열’을 후회하는 것은 이미 3년 전 후회하고 떠나간 이들보다 3년 더 머리가 나쁜 거를 인정하는 것”밖에 안된다며 비판했다.


윤현식 의장은 “당의 위기는 외부적 조건 보다는 주체적 평가에 근거해 찾아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당의 미래’의 입장은 갑자기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동안 우리가 지금까지 말만 꺼내놓고 안한 것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당 중심성’을 분명히 하고 ‘기승전당’할 수 있도록 당 중심의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자”며 “당원들의 당에 대한 만족도 재고와 참여보장 구조, 당원 및 역량 재생산을 위한 활동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재편파’에 대해서는 “어려운 당의 상황 속에서도 새롭게 입당하는 당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다”고 지적하고, ‘신좌파당원회의’에 대해서는 대선후보 문제, 기본소득 등 “당내 의사결정구조와 상관 없는 돌출적 행동”을 지적했다. 그는 “적색과 녹색이 서로 책임분담하면서 연대할 때 적록의 시너지가 나온다”고 주장하면서 “지금 당장 어렵다고 ‘노동당노선’과 ‘당명’을 포기하거나 회피할 게 아니라 보다 더 강하게 주장하고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북좌파’로는 진보정당의 가치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추가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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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섹션] 사전토론회는 근래에 보기드문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토론회였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으나, 이런 수준 높은 싸움은 장려해야 한다. 토론은 치열했으나 뒷풀이는 훈훈했다. 사전토론회를 시작으로 당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정책당대회 당일에는 보다 진전된 문제의식과 속속 합의할 수 있는 전망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이 토론회 영상보기




[ 양솔규 (노동당 기획조정실 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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