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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기본소득, 금융사회화, 노동시간단축의 삼박자

posted Nov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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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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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본소득을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세 사람이 모였다. ‘경제위기 시대, 좌파정당과 기본소득’이란 제목의 대담회가 7월 24일 열렸다.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현우 진보신당 녹색위원장, 금민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각자 발표문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진보좌파정당의 기본소득 내용을 실질적으로 합의하는 자리가 되었다.


장석준 “노동해방의 새 지평을 여는 기본소득”


첫 말문은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열었다. 장 의장은 ‘기본소득 논의의 중간 점검’이란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좌파운동의 토대가 취약하고 복지국가 경험도 없는 한국사회에서 비교적 빠른 시간에 논의가 확산되었다. 확산과 동시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형성됐는데, 특히 (기존) 좌파 내부의 반대 의견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탈(脫)자본주의 대안사회 모델 차원의 반대를 주장하며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더 맞는 ‘기본소득 없는’ 대안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기본소득 반대 의견이다. 두 번째는 복지국가 모델 차원의 반대를 주장하며 ‘기본소득 없는’ 복지국가가 더 바람직하거나 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기본소득 반대 의견이다. 세 번째는 모델 차원이 아닌 부분적 쟁점 중심의 반대 의견이며 (현재) 기본소득 재원 조달 방식과 규모에 대해서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기본소득 반대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장 의장은 “기본소득은 당장 필요한 정책인 동시에 탈자본주의 대안사회 구성요소이기에,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 없는’ 대안사회를 주장하는 흐름과 적극 토론해야 한다. 그간 (한국의) 기본소득 논의가 지나치게 복지 정책으로 협소화됐다.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 급여가 오히려 시장을 확대한다는 기본소득 반대 의견은, 대안사회에 관한 논의가 부족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기본소득의 핵심내용 중 하나가, 노동력 상품의 탈상품화다. 마르크스부터 시작해 오래전부터 많이 이야기되었던 ‘노동 해방’은 두 가지 의미다. ‘노동자에 의한 노동의 (재)장악’이란 목표가 있었고,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란 목표가 있었다. 이른바 전통적 좌파는 ‘노동자에 의한 노동의 (재)장악’만을 배타적으로 강조했다. 그래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강조하는 기본소득 구상을 반대하는 의견이 나온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더 적극 나서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정면 승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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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준 “기본소득 재원은 조세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유까지 포함해야”

장 의장은 “재원 확보에 관한 기본소득 진영의 안은 현실의 정책과 대안사회적 성격이 혼재돼 있다. 강남훈-곽노완 모델이 대표적인데, 이는 장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금융 과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갈수록 세원이 줄어들 것이다. 선전적 효과는 탁월하지만, 징벌적 과세는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강남훈 교수가 생태세를 통해 무상대중교통 등의 안을 제시했는데 이 역시 유의미하다. 

또한, 곽노완 교수가 이전에 말했던 사회적 소유와 그 수익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삼자는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 자본주의 위기에 주목하여 오히려 당면 정책 성격보다도 대안사회적 성격을 강조하는 등의 효과적 대중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석준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확대 그리고 기본소득 도입”

장 의장은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확대를 연동하여 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해야 한다. 이는 기본소득 찬반 논란 과정에서 걱정되는 부분을 반영한 것이다. 기본소득의 특성상 고전적 임금노동자 집단인 정규직 노동자들과 프레카리아트라 불리는 비정규직 청년실업자가 대립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기본소득 논의가 20세기 후반에 (재)등장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맞닿아있다. 이는 기본소득이 보편적인 탈자본주의 대안사회의 구성요소로써 광범위한 동의를 획득하는 과정일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확대, 기본소득 도입을 연동하고 경제 활동에 대한 노동자ㆍ민중의 직접 통제를 적극 주장함으로써 21세기 탈자본주의의 기본 내용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본소득, 모델과 함께 스토리 필요”

김현우 진보신당 녹색위원장은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을 대립시켜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서로 맥락(context)이 다르며, 논쟁을 통해 공통의 맥락을 만들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사회민주주의 성장 국가라는 전제로 시작하는데, 좌파의 기본소득은 전제가 다르다. 좌파의 기본소득 전제는 사회민주주의적 성장, 과세, 분배 순환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가 기본소득보다 좋거나 더 가능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한 논점이 아니다. 전제, 대안의 골격, 효과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이해하고 평가해야 하며, 기본소득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기본소득 진영은 건강, 교육, 주거 등의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를 삭감해서 기본소득을 하자고 말한 적이 없다. 그리고 교통, 에너지, 우편 등의 망(Network) 산업을 축소하고 현금으로 줄 테니 알아서 사서 쓰라고 한 적도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제가 달라서 생기는 오해와 잘못된 이해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 전체 인구의 20%만 생산하고 80%는 주변부로 떨어졌다. 실물경제는 이윤을 낼 수 없으니 파생상품을 만들어 금융이 부후화되었고, 환경과 에너지는 위기를 넘어 과부하가 걸렸으며, 결국에는 적게 소비하는 것이 불가피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기본소득은 이런 시대적 맥락에서 유의미한 중요성이 있다. 노동시간 단축, 공장(작업장) 외의 창의적 생산, 농업에 대한 재평가 등 생태문화사회로 전환하는 것이 기본소득의 효과다. 기본소득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도 많다. 이런 스토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현우 “새로운 노동정치”

김 위원장은 “진보좌파정당 건설 논의에서도 노동정치 재구성과 노동 중심성이 재론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도 기본소득은 아주 중요한 논점이다. 어떤 노동(해방)이고, 어떤 노동정치인지를 토론하는 좋은 매개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노조운동에 구체적인 충격과 유도가 있어야 한다. 일주일에 50시간 넘게 일하면서 연봉 5천만 원 받는 노동자에게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 임금과 근무 형태의 조정, 중소공장과의 연대까지 이야기해야 한다. 현재의 민주노총 구조에서 이런 설득이 힘들다면 제3노총, 제4노총 등을 조직해야 한다. 이것은 세력의 크고 작음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일정한 압력의 정치, 다른 모델을 보여주는 정치, 새로운 노동정치를 움직이는 시도다.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 정신을 복원해 새로운 노동정치를 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저는 앙드레 고르가 말한 ‘아틀리에(atelier: 동네 작업장)’ 이야기가 (지금) 안일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노동조합 활동가, 가족 그리고 지역주민이 함께 만나고 이야기하고 작업하는 아틀리에가 필요하다. 라이트(E. O. Wright) 역시 기본소득 주창자 중 한 명인데, 틈새전략으로써 기본소득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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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경제위기와 기본소득”

김 위원장은 “금융위기, 경제위기는 사회민주주의적 해법을 다시 끄집어내게 한다. 하지만 사회민주주의적 해법은 노동자의 높은 조직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전제다. 아무리 봐도 이건 불가능하다. 현재 양대노총(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합쳐도 150만 명이 안 되는데 기존의 조직 방식으로는 아무리 특별한 시기가 와도 계기가 없다. 얼마 전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9%라고 했는데, 엄청나게 떨어진 수치여서 중국이 난리 났다. 생산에 필요한 절대 인구의 감소, 노동 자체의 내용과 질 하락, 노동시장 불안정성 등은 기본소득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닌가. 얼마 전 녹색평론에 리처드 스위프트가 말한 것처럼 ‘경제위기가 다가올수록 급진주의의 고립을 막고,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단순한 프로그램 제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기본소득은 더욱 운동의 슬로건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위기라는 상황 자체는 제도 일반에 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그런 면에서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이 뒷심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환경 위기 등의 자본주의 한계 상황에 대한 환기와 대안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더욱더 규범적인 주장으로서의 기본소득을 말하는 것이 좋다. 추가로, 기본소득 논의는 몇 가지 차원이 있다. 즉각 시행해야 할 정책, 강령, 운동, 담론, 연구 프로그램 등… 기본소득 전면 도입이 좋지만, 특정 부분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민 “보편성, 개별성 그리고 충분성”

금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경제공황기 기본소득 운동의 과제’란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는 ‘보편성’을 가지며, 각 개인들에게 지급하는 ‘개별성’을 가진다. 개별성과 보편성의 통일이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이와 더불어 ‘충분성’ 지표가 있다. 예를 들어, 독일기본소득네트워크는 ‘생활에 충분할 정도로’라는 문장을 채택했다. 독일은 (우파)기독당부터 좌파당, 해적당까지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68개에 달하는 모델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이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충분성’ 지표는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사회적 노동을 재분배하여 모두가 훨씬 더 적게 일하고 모두가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며 어울려 사는 사회, 신자유주의를 종식하고 1950~60년대 사회민주주의 방식의 완전고용사회가 아닌 새로운 종류의 완전고용사회, 즉 노동사회의 성격이 줄어들고 생태문화사회 활동사회의 성격이 등장하는 새로운 시대로 이행하기 위하여 중요한 지표다. ‘충분성’을 지표로 할 경우에만 기본소득이 이와 같은 이행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 운영위원장은 “기본소득은 모델에 따라 다양한 재원 조달 방식이 있다. (미국)알래스카, 몽골, 이란은 기본소득 재원을 공유자원을 통해 배당하는 형태다. 이미 실현되었다. 조세재정형은 여러 나라의 기본소득네트워크가 논의하는 것인데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다. 독특하게도 홍콩이 토지임대료(토지사유제의 범주로 볼 때는 토지보유세)를 균등 분배한다. 사회적 소유를 통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도 있다. 사회적 소유의 이득은 모두의 것이니까, 모두가 균등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는 발상이다. 이런 주장은 점차 유럽의 여러 좌파정당에서 현실요구강령으로 등장한다. 그리스 시리자(급진좌파연합)는 고율의 금융과세와 은행 국유화 등의 단기적 사회화를 최소보장소득(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생산 전반이 사회적 소유형태로 넘어가기 이전의 과도기에서 조세재정형과 사회적 소유를 혼합한 모델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민 “금융자본주의와 기본소득”

금 운영위원장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논의된 (좌파) 기본소득 모델은 (큰 틀에서 봤을 때) 금융자본주의를 안락사(安樂死)시키겠다는 발상과 토지국유제 하의 임대료에 준하는 토지보유세를 걷겠다는 토지공유제적 발상을 기저에 깔고 있다. 금융자본주의를 억제하거나 종식하는 수단은 과세, 규제, 사회화 등이 있다. 고율 과세는 억제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프랑스 전 대통령인 사르코지나 독일 수상 메르켈 같은 중도우파도 이미 2년 전부터 금융거래세 도입에 찬성한다. 오히려 한국에서만 이런 주장이 마치 대단한 것처럼 취급되는데 그렇지 않다. 안철수 원장도 토빈세(Tobin Tax)와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을 주장한다. 장외 파생상품 거래 금지, 등록제 등은 금융자본주의 규제다. 더 나아가 파산한 은행에 대한 즉각적 사회화(현재처럼 수탈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아니라, 구제금융과 금융사회화 조치를 연동하는 방식) 등은 과세 방식처럼 완만한 안락사 과정이 아니라 즉각적인 종식 조치이며, 규제처럼 억제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금융으로 이행하는 조처이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과 금융자본주의 과세ㆍ규제ㆍ사회화는 별도의 과제일 수 있다. 금융과세로 마련된 재원을 꼭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규제는 재원마련과 무관하며, 사회화로 마련된 재원은 기본소득이 아닌 다른 방식의 분배형태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기본소득 내부에서 금유과세ㆍ사회화와 기본소득 재원을 연동하는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기본소득을 금융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종식을 위한 이행 수단의 중요한 구성부분의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에서, 이행전략으로서의 기본소득이라는 관점은 장석준, 김현우 동지가 말한 것처럼 금융과세에 기초한 기본소득 재원은 축소될 것이며, 이는 그 자체의 한계이며 문제점이라는 지적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런데 사실 금융자본의 이동 속도를 줄이고 총량을 줄이기 위해 고율과세 하는 것이니만큼 기본소득 재원인 금융자산의 축소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또한 환영할 만한 것이다. 그래서 금융과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단계에서 확보된 재원을 통해 사회화로 넘어가는 단계까지의 2단계의 재원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금융사회화와 기본소득의 관계에 대해서는 곽노완 교수가 2008년 이전에 국내외의 기초적인 연구를 소개하고 평가한 정도다. 그런데 이 문제는 순수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과세에 의한 재원 확보와 사회화, 그리고 사회화를 통한 재원 형성으로 나아가는 전 과정의 발전계열적 연동 관계가 설명되어야 한다. 현실에 근거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경제이행 프로그램으로서의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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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민 “불안정노동사회 종식의 수단, 기본소득”

금 운영위원장은 “불안정노동사회 종식의 수단으로서 기본소득을 강조하고 싶다. 불안정노동을 철폐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이 생산 확대냐 일자리 나누기냐? 생산 확대는 불가능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세계시장은 수축되었다. 생산을 확대해도 팔릴 데가 없다. 게다가 생태 재앙을 생각하면 생산 확대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현재 생산규모의 유지 또는 축소가 필요하다. 앙드레 고르라는 사람으로 대표되는 생태적인 문화사회로의 전환 모델은 노동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다. 150년 전 쯤에 마르크스가 쿠겔만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든 사람이 일주일이라도 노동을 멈추며 사회가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지금도 노동의 필연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필연의 왕국인 노동사회로부터 자유의 왕국인 활동사회로의 점진적 이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노동시간을 혁명적으로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누어, 모두가 함께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더 적게 일하고 어울려 사는 사회로 이행하자. 이 맥락에서 기본소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획득하는 투쟁이며, 현재는 야간노동 철폐와 같은 초기적 형태로 출발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과로체제에 시달리는 정규직과 저임금체제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노동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문재인이나 손학규조차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슬로건처럼 간단하지 않다. 사회협약을 통해 임금삭감을 하고 노동시간 단축하고 일자리 나누기 하자는데, 되겠나? 한국의 가계부채가 1인당 평균 2,200만 원인데, 비슷한 수준의 복지를 제공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생활수준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고, 이는 충분한 기본소득의 도입을 통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정규직 평균 시급과 평균적 부양인구 등을 기준으로 하여 가계의 기본소득 수령액만큼 노동시간을 줄이면 된다. 이를 법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연결할 필요도 있다. 즉, 기본소득은 알바(아르바이트)와 같은 불안정노동자에게 도움된다는 방식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정규직에게 생활수준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전체 사회적으로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하게 만드는 거대한 사회 전환의 필수조건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기본소득 도입하고 최저임금을 없애면 저임금기업주에게 보조금을 주는 꼴이 된다. 

생활임금으로의 최저임금 인상과 기본소득 도입은 연동과제이다. 우리에겐 트로이카와 트럼프가 필요하다. 기본소득,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사회적 수준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불안정노동사회를 종식하기 위해 필요한 트로이카이며, 그 중의 으뜸패인 트럼프는 기본소득이다. 추가로, 한국의 프레카리아트 개념은 일본의 아르바이또 개념이 혼용돼있다. 유럽 논의에서 프레카리아트 개념은 프랑스 학자인 카스텔(Robert Castel)이 2000년에 체계화했고, 독일 학계에서는 되레(Klaus Doerre)가 개념화했다. 정리해고법이 연성화되고, 선제적인 정리해고가 가능한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구조조정에 내몰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노동자의 거의 대다수가 프레카리아트다.”라고 말했다.

금민 “생태사회로의 전환과 기본소득”

금 운영위원장은 “김현우 동지가 말했듯이 사회생태적 발전 모델인가 탈(脫)성장 모델인가는 내부 논쟁이 필요하다. 사회생태적 발전 모델을 택하는 것이 옳다. 물질의 변형을 통한 질료적(물질적) 생산이 아니라 비(非)질료적인 사회적 유용성의 증대라는 측면에서 성장을 바라보면, 탈성장이 대안은 아니다. 게다가 탈성장 모델에 나타날 수 있는 탈사회적이고 도덕운동적인 편향은 문제를 만들 수 있다. 탈핵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에너지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때, 지속가능한 지역재생에너지가 대안이다. 그런데 생태주의의 현실적 실현 가능성을 논하려면 모든 문제를 다 꺼내놓고 논쟁해야 한다. 오히려 경제위기 시기이기 때문에 생태적 전환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 생태적 전환은 장기 과제가 아니고 당면 과제다. 

다만 신자유주의적 형태로 재생에너지 사업이 포획될 가능성 등에 대하여 경계가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공공화와 관련되어 생태적 전환을 추진하고 이를 기본소득 개념과 연결시키는 문제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논의했다. 생태세를 거둬서 사람들에게 무상대중교통, 각종 망(교통, 정보 등)을 무상화하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2010년에 구(舊) 사회당이 지자체용 정책으로 내세웠고 후에 강남훈 교수가 전국적인 조세재정안으로 가다듬었다. 한국에서 이와 같은 발상이 나온 것은 독일 해적당보다 약 1년 빠르지만 공론화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경제위기 시대, 좌파정당의 기본소득 운동 필요해

장 의장은 “세 사람의 결론이 꽤 일치해서 놀랍다. 미리 보지 않은 상태에서 발제문을 서로 썼는데 기본소득에 대한 문제의식, 해명 내지는 보완, 발전적 제안 등의 구체적 내용에서 쟁점을 찾기 어려웠다. 앙드레 고르의 복권을 매우 긍정적이라 본다. 추가로, 기본소득 재원과 관련해 조세와 (금융)사회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연구되면 좋겠다. 금융 및 주요기간산업 사회화를 통해 기본소득 재원을 기금 형태로 만드는 것을 구체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의 전략화를 위해 시기적 연관이 중요하다. 조세 및 (금융)사회화를 기본소득과 단계적으로 연관시키는 작업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어려운 조건임은 분명하지만, 기본소득과 조직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작업은 불가능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 진보신당이 만들 좌파정당이 해야 할 일 아닌가. 홍세화 대표가 ‘발전, 성숙, 관계’라는 말도 했기에, 사회생태적 발전 모델인가 탈성장 모델인가에 대해서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에너지, 식량 등 진정한 전환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 전기 플러그의 끄트머리, 밥상의 끄트머리에서만 논의하지 말고 핵심정보가 담긴 블랙박스를 뒤흔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 운영위원장은 “앙드레 고르의 복권은 불안정노동사회의 종식이 핵심이다. (금융)사회화 논쟁의 구도를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망하는 자본을 내버려둬야 한다는 의견이 언제나 있다. 점차 전통적 좌우 구도가 깨지고 무의미해진다. 산업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부 자본 분파는 금융자본의 사회화(또는 국유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때 국유화는 과거의 은행자본주의에 대한 향수겠지만. 강남훈-곽노완 기본소득 모델에서 부족한 내용을 채우면 된다. 과세, 사회화를 통해 기금을 형성하는 모델을 구체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주요 은행을 어떻게 (재)사회화할 것인가, 사회화 이행 기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등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노조를 만들고 그 기반으로 정치세력화하는 것은 영국 노동당, 독일 사민당, 한국 민주노동당 등 하나의 모델에 불과하다. 거꾸로 2008년 이후 좌파정당이 비정규직 등의 불안정노동자를 조직하는 모델이 실현되고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금 운영위원장은 “강남훈-곽노완 기본소득 모델은 케인즈주의식으로 이야기하면 자본주의 안락사 모델이다. 문제는 그다음에 대한 설계가 대중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재원 고갈 후의 방안이다. 노동소득으로 재원을 옮기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그래서 일찍이 곽노완 교수가 연기금으로 재원을 삼자고 했으나(연기금 사회주의와 기본소득의 결합), 연기금 사회주의 역시 기본소득 못지않게 논란과 공백이 있다. 유럽에서는 사회화와 사회기금적 금융 방안이 돌출했는데, 2010년 이후엔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토지보유세가 점차 줄어들면 토지 사회화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부분 기본소득에 대한 질문을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가 하셨는데 사회당 시절에 청년, 장애인, 노인, 아동 등의 부분 기본소득 정책을 만들었다. 부문 기본소득 중에서 유의미한 것은 보편적 아동수당과 청년 기본소득 아닐까? 이는 철저히 정치적 판단이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지급되고 보편의제이다. 그러면 주체ㆍ구성ㆍ전략도 보편적이어야 할까? 부문 기본소득이 여기에 답을 주지는 않을까. 기본소득의 유포와 확산을 위해 필요한 부문 기본소득이 무엇일까라고 물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래서 청년 기본소득 우선 도입을 강조하게 되었다. 청년 기본소득은 실업부조와 달리 실업자로 분류될 수 없는 대학생과 실업자가 분명히 아닌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이고, 청년층 전체의 이해를 묶을 수 있다. 

조병훈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대변인이 기본소득 운동의 난점에 대해 질문했는데, 기본소득 운동은 보편적 성격이 너무 강해서 생태주의 운동과 비슷하게 주체가 불명확하다. 이해당사자를 주체로 세우는 운동이란 측면에서 청년 기본소득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노인 기본소득은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정책이다. 재원도 많아 들지 않는다.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액을 올리고 대상을 100%로 확대하면 된다. 그런 면에서 부분 기본소득이란 현재의 일부 선별적 복지를 보편화시키면 실현가능한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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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장은 “대안사회의 가장 바람직한 기본소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민 동지는 이것과 더불어 이행전략으로써 기본소득을 함께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기본소득은 재원 확보뿐만 아니라 지급 방식, 실현 방식도 이행전략이어야 한다. 대상 집단, 지급액, 재원, 확대 방안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부분 기본소득은 앞으로 미칠 영향력과 파괴력을 고려해 시행되어야 한다. 김홍윤 진보신당 당원이 진보신당 강령으로 기본소득을 채택하는 것에 대해서 질문했는데, 현재 진보좌파정당 추진위원회 내의 강령당헌 연구팀에서 핵심의제가 기본소득이다. 민주노동당, 사회당, 진보신당 등 10년 넘는 진보정당운동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이라는 문구가 민주노동당 강령에 있었지만, 문구만 놓고 논쟁한들 소용이 없다. 좌파정당 당원들이 모두 참여할 정도의 수준으로 토론되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보통 기본소득 관련한 자리는 여러 입장의 사람이 말해서 겉도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서로 이해의 폭이 넓다. 조병훈 동지가 기본소득 운동의 세력이 너무 적다고 말했는데, 당 내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도록 하는 게 의미가 있으며, 곧 여러 사람들이 논의에 결합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담회는 진보신당 기본소득위원회(준), 기본소득네트워크,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가 주최했고 서울사람연대가 후원했으며 칼라TV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30부를 준비했던 자료가 부족해 급하게 더 복사해야 했으며, 김슷캇 진보신당 당원은 금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쓴 『좌파당의 길』(부제: 진보정치로부터 좌파정치로의 전환)이란 책을 현장에서 판매했다.

 

[ 권문석 (정책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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