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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운동 원칙으로 돌아가야

- 정치전략 논의하다 무산된 2017 정기대의원대회


민주노총 2017년 정기대의원대회가 유회됐다. 실질적으로 무산됐다. 민주노총 위원장과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가 야심차게 제시한 정치전략안에 대해 여러 수정안이 제시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결국 원안에 대해 찬반표결 결과 재석 601명 중 211명(35.1%) 찬성으로 부결됐다.


<민주노총 정치전략 성안(안)>

1. 민주노총은 한국사회의 진보변혁적 재편 전망을 제시하고 , 노동자계급의 단결 원칙하에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조합원이 중심에 서는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2. 민주노총은 2017년 대선에 대응하여 민중단일후보 전술을 채택하고, 대선 실천단을 구성하여 이를 뒷받침한다.

3. 민주노총은 2017년 대선투쟁을 통해 진보정치세력의 외연 확대와 연대 강화의 성과를 중심으로 2018년 지방자치단체선거 전에 제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한다.

4. 민주노총은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농민-빈민 등 대중조직과 함께 추진한다.

5. 민주노총은 선거연합정당을 위한 노동자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와 같이 민중단일후보 전술로 2017년 대선에 임하고 이를 토대로 2018년 지방자치단체선거 선거연합정당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2016년 8월 정책대의원대회에서 무산되었던 정치방침이 민주노총의 현실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정치전략안이 부결되면서 세 번째 안건인 <대선투쟁 사업계획의 건>은 의결정족수 504명에 미달하는 464명(46%)만이 남아 최종적으로 유회됐다. 전체 대의원 중 740명(73%)으로 시작한 정기대의원대회는 결국 아무런 안건도 처리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노동조합의 기본‘사업과 예산’은 논의조차 못하고 말았다.


2017년 정기대의원대회 안건 순서가 다음과 같이 상정될 때부터 이 사태는 예견되었다.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리기 직전의 중집위에서 ‘2017년 사업계획과 예산심의건’을 우선 다루자는 제안은 묵살됐고, 정기대의원대회 시작과 함께 같은 제안이 있었지만 48.4% 찬성으로 부결되었다.


<2017년 정기대의원대회 안건 순서>

1.2016년 사업평가 및 결산승인 건, 2.정치전략, 3. 대선투쟁 사업계획의 건, 4.조직혁신전략, 5.2017년 사업계획 및 예산심의 건, 6. 대선투쟁 특별기금 부과금 결의, 7.의무금 인상 건, 8.규약개정 건, 9.결의문 채택 건, 10.기타


민주노총 집행부는 작년 8월 정치전략안을 둘러싸고 논란 끝에 무산된 정책대의원대회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이를 상정하였다. 그것도 2017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사업계획과 예산’을 밀어내고 ‘정치전략’과 ‘대선방침’을 끼워 넣은 것이다. 민주노총은 단일한 정치노선을 표방하는 정당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다양한 정치사상으로 뭉친 노동조합이다. 물론 전체 조합원(또는 절대다수)이 동의하는 정치방침을 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경험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조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밀어붙이면 무리가 따르고 조직적 분열을 가속화시킨다. 20년 전인 1997년 말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이 ‘국민승리21’의 이름으로 대선에 출마하거나, 17년 전인 2000년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통해 민주노동당을 건설할 당시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환경이다.


몇 년 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열되어 노동현장이 분열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한 결과 3개의 정당으로 더 분열됐고 그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런데 다시 패권적으로 정치전략안을 밀어붙였다. 이 후유증은 매우 크고 오래갈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명확하게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만든 민주노동당 정치의 실패로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하는 조합원들은 다양한 정치적 갈래로 분화했다. 의회주의 정치를 지향하는 조합원들은 좌파, 진보, 자유주의 또는 신자유주의 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듯이 점점 더 보수우경화하고 있다.


현재의 민주노총 지도집행력으로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겠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알고도 밀어붙인다면 다른 어떤 의도가 있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이번 정기대의원대회를 앞두고 5대의제, 10대 과제를 담은 정책보고서를 통해 “박근혜·재벌체제청산, 노동존중 평등사회 건설”을 대선 화두로 내걸었다. 진단과 방향은 옳았다. 그러나 순서와 방법이 틀렸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후 “노동해방과 평등사회건설”의 기치로 전노협과 민주노총을 건설하고 30년을 투쟁해 왔지만 사회적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심지어 민주노총 내부 조합원 간 격차도 천양지차로 벌어졌다. 같은 ‘노동계급’과 ‘민중’으로 뭉뚱그려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민주노총은 이제라도 87체제의 환상에서 벗어나 노동조합운동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변혁성·계급성·연대성·민주성·자주성∙투쟁성∙노동자정치∙국제연대를 복원해야 한다. 이를 사업과 예산에 녹여내야 한다. 혁신과 투쟁을 통해 2017년 체제를 열어가야 한다.


(2017.2.8.수, 평등생태평화 노동당 대변인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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