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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재벌에 대한 사법부의 항복 선언

- 이재용 삼성 부회장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에 대하여

 

 

25일 서울고법 형사 13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석방하였다.

 

작년 8251심 판결이 난 후 164일 만의 판결이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재산국외도피, 횡령, 국회 위증, 범죄수익은닉 등 모든 혐의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으나 그 금액 등을 특검의 기소 내용보다 많이 줄여 징역 5년형을 판결하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의 핵심 사항은 묵시적 청탁의 뇌물죄 적용 여부와 재산국외도피의 대상 금액과 이로 인한 선고 형량이었다. 최근 대법원이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수수 재판에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예상됐었다.

 

그리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적용 대상인 재산국외도피 금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10년 이상의 선고가 불가피하기에 재산도피 금액을 얼마로 판결할지와 이로 인해 최종 형량이 얼마나 선고될 것인가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었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 속에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서울고법 형사 13부는 삼성이 개별 현안에 대하여 묵시적, 명시적 청탁이 없었으며 안종범의 수첩과 김영한의 업무일지가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영재센터 등에 대한 삼성 측의 자금 지원에 대하여 뇌물 공여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개별 현안으로서 삼성의 승계 과정이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이에 대한 뇌물 제공 청탁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서울고법의 선고는 국민들의 법 감정과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민심을 배반한 것이다. 국민들의 중요한 노후 생계 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해 이재용의 승계 작업을 지원한 박근혜 정부의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는 이미 명백히 드러났으며 이 과정에서 입은 국민들의 실질적 피해에 눈감고 박근혜, 최순실 적폐 세력과 야합해 삼성 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상당한 혜택을 얻은 이재용 부회장의 행위에 대하여 다시 한번 면죄부를 준 것에 불과하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다시 한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뿌리 깊은 사법 불신을 더욱 깊게 각인시켰다. 삼성 등 재벌 대기업 앞에서 공정하게 작동하는 사법부의 모습을 기대한 국민들을 배신한 판결이며 사법부가 적폐 청산의 수단이 아닌 대상이 되어 버렸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형적 정경유착,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드러난 정경유착을 내용을 토대로 전형적이지 않은 정경유착 사건으로 판단했어야 할 것이지 정경유착이 없었다고 판단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선거 자금, 통치 자금 등을 직접 전달하고 이의 대가로 각종 납품, 수주, 금융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만이 과연 정경유착일까? 개별 재벌의 세습 과정상 어려움을 정부가 공공기금 등을 이용해 지원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제3자에게 지원하는 대신 이 과정에서 명시적 요구 과정 없이 이심전심 진행됐다면 정경유착이 아니고 뇌물죄가 아니라는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이미 이번 판결이 있기 전부터 많은 국민들은 어차피 재벌들에겐 “3·5 법칙(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주어지는 재벌에 대한 특혜적 판결)”에 따른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자조적인 예상이 있었고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판결이었다. 이럴 거라면 헌법에 재벌에 대한 최고형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고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최소한의 사법적 정당성을 찾기 위한 판사들의 업무라도 줄여 줄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적폐 세력과 삼성 앞에 굴복한 사법부는 이제 국민들에게 정의와 법치의 상징이 아닌 적폐 세력의 일부로 자리매김하였다.

 

(2018.2.5.,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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