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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신문 <교육희망>에 게재되는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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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절반’은 간데 없지만

 

 

2월 27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통계청은 <2008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그 윤곽은 일주일 전부터 흘러나왔다. ‘사교육비가 소폭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귀를 의심했다.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의 관련 지표들에 따르면, 사교육비 증가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당시 <2008년 4사분기 가계수지동향>이 나오지 않았지만, 3사분기까지 유사 사교육비인 보충교육비는 증가세였다. 적어도 2008년 9월까지 수요자인 가정의 사교육비는 늘어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교육 공급자는 연간 데이터가 이미 발표된 바 있었는데, 증가세였다. <고용동향>의 학원업 생산지수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전체 서비스업 생산지수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과 달리, 여전히 플러스였다.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주요 사교육 업체의 매출액도 늘었다. 사교육비 조사 결과만 제외하고는 어느 지표에서도 감소세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사교육비가 소폭 감소했다’고 흘러나온 정보는 황당했다. 사전에 진위를 파악해야 했다. 사교육비와 관련한 지표들 중 어느 것은 증가이고 다른 것은 마이너스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면 “통계를 마사지했다”라는 지적이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그림은 한편으로는 재밌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경로로 확인해보니, 다른 지표들은 플러스인데 사교육비만 마이너스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사교육비 조사 결과>의 수치 또한 늘었다는 의미다. 이제 남은 문제는 증가폭이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2월 마지막 주에도 재밌는 일이 벌어진다. 마침 2월 25일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이다. 정부는 이미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가지고 있으면서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28일 토요일 조간에 맞춰 보도자료가 뿌려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7일 금요일 오후에 보도자료를 준다는 뜻이다. 주말을 앞두고, 더구나 기자들이 쉬는 토요일 직전에 발표하는 건 현 정부 들어 흔히 쓰는 방법이다. 뭔가 불리한 내용이 있을 때, 주말 동안 묻혀지는 걸 기대하면서 금요일에 내놓는다. 그런 만큼, 사교육비 결과가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 않는다는 걸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긴 그 주 수요일이 취임 1주년이니, 만약 사교육비가 줄어든 결과를 손에 들고 있었다면 괜히 금요일에 발표하여 기자들의 공분을 살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23일 월요일이나 24일 화요일에 결과를 공개하고 열심히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취임 1주년에는 “다른 건 몰라도 ‘사교육비 절반’ 공약은 실현하고 있다”라고 만방에 고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서 단 하나의 그림만 남는다. ‘사교육비는 늘었지만, 물가상승률을 제하면 소폭 감소한다’는 그림이다.

마침내 27일 금요일 정부는 <2008 사교육비 조사 결과>와 <2008 4사분기 및 연간 가계수지동향>을 함께 내놓는다. 교과부의 보도자료는 “2008년 실질 사교육비 총규모 전년 대비 소폭 감소(△0.3%)”로 시작한다. 명목 사교육비는 늘었지만, 물가상승률 4.7%을 제한 실질 사교육비는 줄었다는 내용이다. 안쓰럽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물가상승분까지 거론해서 숫자 앞에 △를 붙인 게 안쓰럽다. 얼마나 사교육비를 우려했으면 이랬을까.

정부 자료에서 비슷한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이번 조사에서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 4/4분기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음”이라는 문구다. 그 시기에 조사가 이루어졌으면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다른 언급은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 사교육비 연간 41만원 덜 지출”이다. 이명박 정부의 방과후학교 정책이 사교육비를 감소시킨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역시 안쓰럽다.

그래도 따질 것은 따져봐야 한다. 교과부는 0.3% 감소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건 사교육비 총액 비교다. 2007년 20조 4백억원과 2008년 20조 9,095억원을 비교하니, 명목상으로는 4.3%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분을 제하면 -0.3%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조사결과를 가지고 추정한 값이다. 3만 4천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조사한 결과에다가 곱하기 해서 나온 수치이다.

조사한 실제 데이터는 다르게 말한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7년 22만 2천원에서 2008년 23만 3천원으로 5.0% 증가했다. 물가상승분을 빼고도 0.3% 늘었다. 그런데 이 때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모든 학생이 분모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하여 구한 값이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 놓고 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8만 8천원에서 31만원으로 7.6% 늘었다. 물가상승률 4.7%보다 크다. 그러니까 추정을 거치지 않은 실제 데이터는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의 두 가지 데이터 중에서 보다 큰 수치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한 월평균 사교육비는 소개하지만, 사교육 참여 학생의 사교육비가 7.6% 증가한 것은 자료에 수록하지도 않았다. 이 쯤 되면, ‘안쓰럽다’를 넘어 ‘애쓴다’라고 해야 한다.

다들 알다시피,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교육공약으로 내세웠다. 청와대로 이사간 후에는 교육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만족도가 두 배로 증가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학원 소유자 및 운영자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교육주체보다 만족도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매출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대장주 메가스터디는 작년 한 해 동안 2,023억원을 벌었다. 매출액 신장세는 23.8%로, 1/4 정도 사세가 확장되었다. 한동안 발칙한 광고를 내보냈던 청담러닝은 83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증가율은 32.1%다. 주요 상장 사교육업체 중에서 최고의 성장률을 보이는 건 76.2%의 정상 JLS다. 작년에 786억원을 벌었다.

하지만 매출 신장보다 더 기쁜 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애널리스트들은 사교육업계에 투자하라는 보고서를 쓰기 바빴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1월에는 한국신용평가에서 “국내 입시학원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입시학원산업 전체에게 기회요인이다. 학교급별로 보면, △고등부 학원은 수능중심의 견고한 성장이 예상되고, △중등부 학원은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른 입시시장 확대가 전망되고, △초등부 학원은 영어교육 시장 확대와 방과후 학교시장의 확대가 점쳐진다. 이들 시장이 사교육업계의 블루오션이라는 것이다.

바야흐로 사교육의 대형화, 전국화, 산업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 입점과 동시에 동네 슈퍼와 중소 상공인이 무너지는 것처럼, 전국 규모의 프랜차이즈 학원이 들어서면서 동네 작은 학원들이 문을 닫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니 학원 소유자 및 운영자는 얼마나 만족할까. 매출은 증가하고 있고, 성장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기침체로 인해 다른 분야의 지표는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사교육은 아직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사교육비 지출은 전통적으로 비탄력적이어서 정말 어렵지 않고서는 지갑을 닫지 않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2007년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하여 ‘영어몰입교육’ 공약을 발표했던 대통령이 지켜준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교육을 시키는데, 더 치열한 경쟁 교육을 정책으로 추진하는 청와대가 뒤를 봐준다.

그래서 당분간 ‘사교육비 절반’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게는 또 다른 히든 카드가 있다. IMF 위기 이후 1998년와 1999년 유사 사교육비가 1997년에 비해 각각 14.5%와 3.8% 줄어든 전례가 그것이다.

그 당시보다 더한 경기침체라는 요즘, 사교육비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가계 실질소득의 하락으로 저소득층부터 시작하여 중간층까지 차츰차츰 지갑이 얇아지는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아마 내년 이맘때가 되면 사교육비가 줄었다며 샴페인을 터뜨리는 이명박 정부를 만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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