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쟁사업장에 유기농 농산물을 보내는 농업위원회(준)가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히트쳤던 산타노조 파업 지지논평을 발표한 청소년위원회(준) 뿐만 아니라, 며칠 전 전국위에서 인준된 건강위원회, 문화예술위원회 또한 일상적 실천과 정책생산 주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진보신당에서는 현재 십여 개의 부문위원회들이 만들어졌거나 준비 중에 있으며, 중요한 시기마다 여러 의제들을 제기하고 실천을 도모해왔다. 그런데 '무지개 정당'의 토대라 할 부문위원회들이 제대로 활동할 당적 시스템은 갖추어져 있는가? ‘페이퍼 당원’을 탈피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덜컥 ‘진보좌파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원’이 된 필자는, 그 이름도 찬란한 ‘무지개 정당’을 추구하는 우리 당의 부문위 활동이 왜 이다지도 미약할까 항상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몇날 며칠 고민하다 야심차게 부문위활성화를 위한 당시스템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제안했다. 돌아온 답은 “2009년에 똑같은 토론회를 했었는데 ......" 구구절절 당내에서 부문위가 어떤 흥망성쇠의 기로를 거쳐왔는지 쭈욱 이야기를 들었다. 좌절했다. 그러나 포기란 배추 셀 때나 있다는 말을 되뇌이며, 다시는 똑같은 토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토론회를 기획했다.

20120917190530_9769.jpg ▲ 지난 12일, 진보신당 중앙당 회의실에서 좌파정당 건설을 위한 연속 기획토론 마지막 토론회, "무지개정당의 토대를 다진다"가 열렸다.


그 결과 지난 9월 12일 중앙당회의실에서 진보좌파정당 건설을 위한 연속 기획 토론회의 마지막 토론이 진행되었다. '무지개 정당'의 실질적 토대, 부문위원회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20120917192421_0915.jpg 발제 중인 김현우 녹색위원장

부문은 사회운동적 대중정당의 기초체력

“진보정당이 이미 풍부히 갖고 있는 부문활동 당원들의 존재는 마땅히 100% 활용해야 할 진보정당의 자산이며, 지역의 변혁과 부문의 변혁이 같이 갈 때 대안의 상과 대안의 세력은 완결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부문은 사회운동적 대중정당의 기초체력에 해당됩니다. 당장 성과가 미미하더라도 당이 대안적 정치 블록으로 성장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회운동 정당에서 부문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주제로 김현우 녹색위원장의 발제와 함께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진보신당 창당 후, 부문위원회의 역할과 당내 위상은 시기별로 부침이 있었다. 총선 이후 부문위원회 합동회의에서는 부문활동의 중요성을 꾸준히 제기하며 부문위원회의 역량을 강화하고 활성화를 이루자는 다짐과 당내에서 일정한 책임과 권리를 가질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건의가 나온 상황이다. 

“이렇게 좋은 인적 자산을 가진 부문을 보유한 진보정당은 없었고, 이렇게 적절하게 부문의 활동 의제들이 존재한 한국 사회의 시기도 없었습니다. 한참 잘 자랄 작물이 혹여 웃자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옛사람들은 ‘기우’라 불렀고, 자라고자 하는 작물에 물주기를 주저하여 생육을 망치는 일은 대개 ‘과오’라 부릅니다.” 

부문위원회는 당이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당원들의 활동공간이면서 당의 정치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사업단위이다. 그동안 부문위원회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은 이러한 부문위의 기능 혹은 성격에 대한 당내 합의가 부족함으로 인해 기인한 바가 크다. 또한 당을 운영함에 있어 일상적인 사업집행과 점검, 조율이라는 운영 시스템의 부재에서 발생한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20120917192705_6814.jpg ▲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진보신당 심재옥 부대표.

내부운영은 자율적으로, 사업집행은 협력과 조정으로

“부문위원회가 제대로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려면, 다양한 가치들을 실현시키는 상상력을 꽃피우려면 조직적인 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당적 기구를 어떻게 만들고 편재할 것인가 하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당이 부문의 일에 얼마나 개입하고 관여할 것인가 등등, 논의의 과제가 쌓여있습니다.”

두 번째 발제를 이어간 심재옥 부대표는, 부문위의 내부 구조와 운영, 의사결정은 자율적으로 보장하되 사업의 결정과 집행에서의 당적 개입은 협력과 조정이라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문위와 당 전체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집행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문위와 당이 일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와 통로, 이것은 부문위의 자율성과 당 집중성이라는 두 측면을 모두 살려가면서 긴장을 완화시키는 출발점이다. 

“조직적 위상으로는 전국위원회 산하이거나 대표단 산하에 두고 집행력 강화를 위해서는 사무총국에 부문사업실을 두는 것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업의 기획, 집행에서 일상적으로 당과 협의하고 조정하고 함께 추진함으로써 부문위의 자율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당의 전체 계획과 방향 속에 복무되고 조율되어야 합니다. 예산 또한 마찬가지로 회계연도별 당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함께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당 전체적으로 사업의 중복, 낭비, 빈 구석을 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생활정치를 일상화하기 위해서도 부문위 강화되어야

“전업정치인 중심의 진보정당은 정치공학적으로 타협하기 쉬워요. 생활정치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당이 되려면 부문위원회가 제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각각의 부문들이 원심력을 갖고 자기 부문으로 치우치는 등 여러 가지 우려가 있겠지만, 이 또한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당협 말고는 당원들이 활동할 공간이 없어요. ‘나도 진보신당의 당원으로서 뭔가 하고 싶다’는 느낌과 욕구를 당이 받아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큰 담론, 막연한 수준에서 풀어놓는다면 아름답긴 하겠지만 하나마나한 얘기들이 오갔을 것이다. 두 사람의 발제에 이어, 과거의 시행착오를 어떻게 극복하고 부문위 활동을 제도적으로 정착-활성화할 것인가에 맞추어 토론이 진행되었다. 중앙당 실무자와 부문위원회와 대표단과 당원들이 함께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자리,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20120917192840_7552.jpg ▲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손은숙 조직실 국장과 나도원 문화예술위원장.


토론자로 나선 나도원 문예위 위원장은 그간의 부문위 합동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활동기금제, 부문선택제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중앙당 손은숙 조직실 국장은 부문선택제, 활동기금제에 대해 당헌 당규와 충돌하지 않게 운영할 수 있는 긍정적 대답을 내놓았다.

"부문활동선택제는 의무규정이 아니라 선택사항이라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전국위원회 등의 공식적 절차를 거쳐 인준을 받지 않은 준비위 수준의 부문위원회까지 선택을 할 수 있게 열어두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요? 

부문활동기금제의 경우는 부문위 가입 인원수에 따라 기금을 할당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단, 한 사람 한 사람이 당가입할 때마다 부문을 체크하는 방식은 당원관리프로그램에 과부하가 걸리거니와, 한 명밖에 없는 살림실의 업무량이 살인적으로 늘게 될 것입니다."

머리 맞대고 고민하여 만들어낸 방안들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 이야기하다보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좀더 객관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현재 당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는 속에서 당장 실현가능한 정책들을 이야기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하여, 당원들의 부문운동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돕고 알리기 위한 무지개 페스티발, 당규/당헌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현실적으로 당원들에게 무리가 덜한 '(가칭)무지개 사업기금'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가지를 치고 뻗어나갔다. 

20120917212422_3592.jpg ▲ 발언하고 있는 장혜옥 여성위원장. 이번 좌파정당 추진위 연속토론회 개근상을 받으셔야 한다는.

무지개정치와 노동정치는 상충하는가

"제출된 발제문들을 보니, 부문에 대한 고민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2009년 당시의 문제의식이 전-혀 실천되지도, 반성도 안된 채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우리 당의 어려운 형편에 비하면 부문은 오히려 성장하지 않았나요? 예전엔 서너 개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너도나도 나서고 있고 벌써 열 개를 훌쩍 넘었어요.

다만 양적인 것뿐만이 아니예요. 부문이건 무엇이건, 지금 당내 논의들이 '조직'에 치우쳐 있는 것 같아요. 정책, 대외협력, 조직, 이 세 가지 요소는 항상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요. 시기에 따라 어떤 것에 방점을 찍는지는 달라지고요.

예컨대 여성정책과 여성운동과 여성조직을 어떻게 잘 꿰고 엮어서 가장 진보적인 여성정책을 사회화할 것인가, 그게 우리의 과제죠. 대협활동의 역할인데요, 선거 때만 되면 아주 폭력적'으로 "외부단체들을 조직하라"는 주문이 떨어져요. 그거 굉장히 폭력적인 거예요. 평소에 일상의 활동 속에서 당사자 운동과 정책과 함께 잘 조율되고 결합되어야 하는 거거든요."

방청석에 앉아있던 장혜옥 여성위원장은 근래 당내 논의들이 조직에 치우쳐있다며 일상적으로 정책과 대외협력, 조직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아울러, 무지개정치라 할 때 노동자민중은 포괄되지 않는 듯한 논의가 오간다며 주체와 호명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새로운 논의의 물꼬가 틔워졌다.

"무지개정치와 노동정치는 상충하나요? 노동을 강조한다고 하는 것이 무지개정치의 지향을 버리는 것이냐, 그건 아니라고 봐요. 이거, 본격적으로 꺼내놓고 대판 토론을 한 번 해봐야 되는 지점입니다. 어떻게 대등하게 긴장하고 상호침투하면서 성장할 것인가? 새로운 전망을 여는 논의가 될 수도 있어요." 

목 마른 자 우물 판다

모두들 당이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는 단위로써 부문위 활동이 활성화되고 당의 근간이 되어야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앞서 언급한대로 2009년에 이미 같은 주제의 토론회가 있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희망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매우 절망적이다. 당원들의 자발적인 목소리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는 의미에서, 희망적이고 동어반복적인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는 면에서는 절망적이다. 

이날 나온 구체적인 제안들은 이후 부문위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다듬어 대표단에게 전달될 것이다. 부문위의 시스템 정착에 관한 이야기는 당연히 당이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와 연결이 되는 문제이다. 그래서 무지개 정당에의 지향이 여전히 유효한데 희석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 또한 공존할 것이다. 이후 ‘대찬’ 토론을 해보자는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워낙 오랫동안 묵혀온 사안에 대한 토론이었던지라 이날 자리에서는 갖가지 성토들이 이어졌으나, 결론은 ‘목 마른 자가 우물 판다’는 것. 부문위 활동에 대해 당원들이 동의하고 활기찬 활동을 지지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활동을 보여주자는 아름다운 다짐과 함께 토론회를 마쳤다. 

[ 민정연 (좌파정당 추진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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