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방선거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진보신당 매체 홈페이지 <사랑과 혁명의 정치신문 R>에서 2014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을 집중조명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지방의정에 대한 밑그림, 그리고 이제까지 지역에서 쌓아온 활약상을 소개해주세요. 진보신당 출마예정자들의 기고를 기다립니다.
 
'Red City 2014'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맹명숙 동작당협 부위원장이 공동체라디오 '동작FM'을 소개합니다.

 
내가 동작공동체라디오 <동작FM>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2년 9월부터 실시된 서울시 마을공동체미디어팀에서 했던 “마을미디어” 주민강좌를 들으면서이다. 동네에서 주민들과 할 수 있는 미디어는 다양했는데, 나는 그중 라디오 강좌를 신청했다.
 
그전부터 관악FM과 마포FM, 대구성서FM 등 지역라디오방송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왔고, 관심은 있었다. 하지만 주민활동이 잘되는 몇몇 특정한 동네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관악과 마포는 서울에서도 주민운동이 활발한 대표적인 동네이다. 게다가 지역라디오를 구축하기 위해 몇 년 동안이나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알고 있어서 보통 일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렇긴 해도 지역공동체미디어에 대해 무료로 공부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주변 사람들도 포섭해서 매주 수요일 개근을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지역공동체라디오
 
강사는 관악FM 피디로, 관악에서 산전수전 겪으면서 지역공동체라디오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한 분 중의 하나였다. 듣다보니 이런 지역공동체미디어가 우리나라에는 드물지만 지구촌으로 확대하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 이런 지역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수 백 개나 된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관악FM의 경우 현재 자원봉사로 라디오방송을 제작하고 진행하는 주민들이 무려 16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연령대도 다양하여 10대부터 70대까지 골고루 있으며 어떤 어르신은 7~8년동안 꾸준히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도 있다고 한다.
놀라운 이야기지만 들을 때는 관악이니까, 마포니까 하면서 잘 나가는 동네이야기로만 들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란 생각이 강했다.
 
어쨌든 일정에 따라 교육은 진행되고, 참여자들은 각자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어서 실습을 해야 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거듭하다가 우리 동작구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김학규 선생님이 까페에 동작구 출신의 인물, 동작구에 있는 한강나루, 동작구에서 일어난 사건 등을 올렸고 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났다. 이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다면 내가 진행을 하고, 역사이야기를 좋아하는 김학규 선생님이 해설을 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가 탄생하기까지
 
김학규선생님은 당시 미디어 교육을 듣지 않고 있는 상태였는데, 나의 제안에 흔쾌히 응하면서 결국 교육도 같이 듣고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라는 동작역사전문방송을 함께 만들게 되었다.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라는 이름은 재밌게 읽었던 책인 <낭만과 전설의 독일기행>이라는 것에서 따왔는데, 사실 반어적인 의미가 강하다. 동작구는 종로, 중구, 서대문 등 조선시대 4대문 안에 있었던 동네와 비교하면 역사가 턱없이 짧고, 유명한 사람들이나 역사적 사건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사실 낭만적인 것도 전설적인 것도 그다지 많지 않지만 지금 현재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가 나중에 역사가 되고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프로그램 이름에 대해서 묻는 분들이 많은데, 실상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35.jpg ▲ 동작FM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녹음 중 (사진:양승렬)
 
 
그렇게 해서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가 만들어졌고, 교육기간 중에 대여섯 편의 방송을 만들어서 녹음을 했다. 그 첫 번째가 심훈 편이었고, 방송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지금은 방송 시간이 무려 1시간이나 된다.
 
우리뿐만 아니라 몇 팀이 현재 동작FM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그때 만들었고, 게스트, 분량, 포맷 등은 조금씩 바꿔서 현재 이르고 있다. <싸구려커피>와 <셸위댄스>가 바로 그런 프로그램이다.
 
교육보다 생산적인(?) 뒷풀이
 
함께 들은 수강생들은 15주 교육기간이 끝나고 매주 뒷풀이를 가졌다. 교육시간이 저녁 때 기도 했지만 대부분 아는 주민들이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뒷풀이 자리에서 지역공동체미디어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공감하게 되었다. 강사 선생님은 수업 때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고, 동시에 우리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계획을 짜고 구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수업을 수료하면 이왕 교육을 받았으니 시험 방송이라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뭐, 당장 정부에서 라디오전파를 내놓으라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인터넷방송으로 해보기로 했다. 간단했다. 녹음파일을 다음팟이나 팟캐스트 형식으로 인터넷에 띄우면 되는 것이다. 실습하고 있는 라디오방송도 그런 식으로 올리기 때문에 생소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열 다섯 차례에 걸친 뒷풀이를 통해 동작FM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주간에 걸친 교육을 수료하고, 우리는 ‘학예회’라는 이름으로 ‘보이는 라디오 방송’으로 동네주민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학예회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두어 차례의 진지한 회의를 통해 라디오방송국의 형태로 만들어갔다. 즉 방송프로그램 이름, 진행자, 녹음일자, 방송일자, 프로그램 성격 등을 서로 공유했고, 작지만 CMS도 개설해서 회비를 모으기로 했다. 그리고 방송이 만들어지면 적극적으로 주민들에게 홍보하기로 했다.
 
개국, 동작FM
 
그렇게 해서 2013년 1월에 첫 공식녹음을 했고, 내가 진행하는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는 1월 21일에 첫 방송분을 공개했다. 첫 방송주제는 <조선어학회 사건과 한글학자 한징>편이었다. 알고 보니 동작구 사당동에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제에 의해 감옥에서 사망한 한글학자 한징 선생님의 묘소가 있었던 것이다. 조선어학회가 전개했던 한글수호 활동과 우리말 큰 사전 편찬 작업, 한글날 제정, 일제에 의해 조작된 조선어학회 사건, 6.25전쟁 과정에서 우리말 큰 사전 원고가 무사히 지켜지게 된 과정 등의 내용을 방송했다. 정말 첫 방송이라 엄청나게 긴장했는데, 막상 마이크를 앞에 두고 시작하니 몇 차례의 시험방송 탓인지 실수가 거의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첫방'의 위력
 
첫 방송의 조회수는 300회가 훨씬 넘었다. 물론 다른 프로그램들도 개업발 탓인지 어떤 것은 1000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동작FM!
 
비록 녹음실은 우리가 반강제적으로 대표로 세운 동네 청년의 지하작업실, 제작부터 홍보까지 손수 작업해야 했지만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번은 <책 먹는 여우>라는 프로그램에 찬조 출연하여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했고, 다른 프로그램에는 게스트로 참여하기도 했다.
 
36.jpg ▲ ‘나는 부모다’에 참여한 맹명숙(사진:양승렬)
 
 
동네라디오의 가능성
 
프로그램 중 <싸구려커피>는 동네 가게들을 소개하는 코너와 야구 매니아를 모셔서 야구 이야기를 듣는 코너 그리고 공공 교통 매니아와 뮤지컬 매니아를 모셔서 이야기를 듣는 코너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방송이 제일 지역공동체라디오의 취지와 맞지 않나 싶다. <수다 만만세>라는 프로그램도 괜찮다. 동작구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을 모셔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방송이다. 그 외에도 <시와 음악 사이>라는 방송은 시를 낭독하고 좋은 노래들을 듣는 방송인데, 진행자는 성우 교육까지 받은 프로이다.
 
동작FM은 자체적으로 2기생들을 모집하고 교육을 했다. 처음부터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전반 오후반 두 차례 모집했다. 각각, 첫 교육 때는 양쪽 다 합쳐 30명에 가까운 인원이 몰렸다. 동네라디오이긴 해도 주민들이 직접 라디오방송을 진행하고픈 바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2기생 교육시간에 보조강사로 들어가 교육생들의 교육 내용을 모니터링해서 이 프로는 어떻고, 저 프로는 어떻고, 이 진행자는 이렇게 하면 좋겠고 하는 식으로 조언을 맡았다. 사실 고작 15주 교육받고 방송 몇 번 만들어봤다고 조언을 하는 것이 좀 주제넘을 수도 있겠지만 교육생들에게는 이것도 나름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이렇게 교육받은 2기생 일부는 현재 1기생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동작FM프로그램들의 내용이 전보다 훨씬 풍부해졌다.
 
입소문이 팟케스트 순위 204위를 만들다
 
진행한지 3개월 정도 되었을까?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공중파 방송 몇 군데와 한겨레신문 등 일간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등에서 취재를 오기도 했다.
 
현재 우리 동작FM은 아이블러그라는 매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 있는 수천개의 팟캐스트 방송 순위에서 200~300위 안에 오르내릴 정도로 지역공동체라디오치고는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37.JPG ▲ ‘동작FM’ 방송 리스트
 
 
그리고 며칠 전에는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가 동작구역사탐방을 시작했다. 즉 현충일에 동작구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찾아가서 우리 방송에 나왔던 애국지사묘역, 임시정부요인묘역 등을 직접 찾아보면서 이야기들을 듣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더운 날씨였음에도 반응이 제법 좋았다. 앞으로 이렇게 동작구역사탐방을 더 할 예정이다. 욕심 같아서는 학교나 문화센터 등에서 동작구 역사 강좌가 개설되어서 직접 강사로 뛰고 싶다. 나는 모르겠지만 우리 역사이야기꾼 김학규선생님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된다.
 
요즘 뉴라이트에 의한 역사왜곡 문제, 얼마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롱한 일베의 패륜으로 인해 역사교육 문제가 관심이 되었다. 자기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서 사회가 잘되길 바라는 것은 완전 도둑놈심보다. 진보운동에 있는 사람일수록 역사를 제대로 알고, 역사에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 
 

▲ 동작구 역사탐방 영상 맛보기 ‘이응준의 묘에서’
 
 
당신도 동네라디오의 진행자?
 
지역공동체라디오 진행자들은 회사원, 가정주부, 지역활동가, 단체활동가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이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고 나름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자기 시간을 내서 열심히 방송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점차 평범한 주민들도 늘어날 것 같다. 얼마 전에 동작구 주민참여예산회의에서 마을방송국 설립 안이 상당히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깜짝 놀랐다. 마을방송국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가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되든 안 되든 간에 주민들한테도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것 자체가 앞으로 마을방송국이 실제로 설립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무적이다.
 
38.jpg ▲ ‘일상의 재발견’ (사진:양승렬)
 
 
지역주민들과 만나는 소통의 매개, 지역주민들을 연결해주는 메신저로서, 그리고 주민들이 사회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열린 창으로서 동네라디오는 적극 활성화되고, 많은 주민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동작공동체라디오말고도 구로와 용산에서도 적극적으로 마을라디오를 활동하고 있다. 사실 은근히 경쟁심리가 발동돼서 신경이 쓰인다.
 
내 삶의 일부, 공동체라디오
 
1시간 분량의 대본을 쓰기 위해서는 며칠 동안 책과 자료들을 뒤지고, 흐름에 맞도록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면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일주일에 책을 하나씩 새로 사기도 한다. 그렇지만 벌써 20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년의 반을 해왔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우리 방송은 반 이상을 한 셈이다.
 
그래서 나도 힘 닿는대로 끝까지 해볼 생각이다. 방송을 내보낸 후 “내용이 좋았다. 목소리가 좋더라, 프로같다~” 이런 평가들을 들을 때 사실 으쓱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는 건 인지상정인거 같다.
 
정당 활동가 이전에, 동네에 수십 년 동안 살았던 주민으로서 내가 기억하는 옛날 동네의 모습, 파괴되었지만 잊혀지면 안될 동네의 모습과 인물, 이야기를 이렇게나마 기억하게 하는 일, 정말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역공동체라디오, 동작FM! 앞으로도 내 삶에서 크게 한 부분을 차지할 거 같다.
 
 
 
[ 맹명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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