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변함없이 고집해온, 제가 살고 싶은 세상의 이상향이란 이런 겁니다.

다원주의 나부랭이에 기계적으로 근거하지 않아도 서로 다르다는 것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 나의 다름과 너의 다름이 어떤 위계도 없이 어울리되 나도 옳고 너도 옳다는 헛소리는 폭력이라 말할 수 있는 세상. 차라리 모두가 이방인인 세상. 진영이라는 환상 안에서 질투와 자기연민에 사로잡혀 서로 잘났고 자신만이 유일한 진짜라고 우기는 인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세상. 우리는 무엇무엇 해야 한다, 왜냐하면 무엇무엇 해야만 하니까, 식의 당위가 실제를 위협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상식이 통용될 수 있는 세상. 자기 행동에만 특별한 맥락이 있다며 똑같은 행동을 하는 타자에게 쉬운 가치판단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절룩거리는 세상. 조직 안에서의 사람 됨됨이를 따지는 데 유독 천착하지만 정작 진짜 됨됨이에는 예민하지 못한, 인간적일 것을 강요하는 비인간적인 반푼이들이 멸종된 세상. 그런 세상.


그간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 같이 위악적인 회의주의자들은 곧 잘 그런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에서 저런 세상을 꿈꾸기 위해 선택 가능한 대안 정당은 타협의 여지 없이 단 하나 뿐이었습니다. 느슨한 당위에 만족하기 보다 열심히 참여하고 노력하고 욕도 하고, 그렇게 같이 뒹굴며 오래 갈 생각입니다. 나는 진보신당 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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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글쓰는 허지웅입니다. '필름2.0' 'GQ' '프리미어'에서 기자로 일했고, '대한민국 표류기' '거꾸로 생각해 봐2' '망령의 기억:1960~80년대 한국공포영화'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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