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3211033_7968.jpg ▲ 송창우 시인

저희 집 앞마당엔 한 그루 매화나무가 있습니다. 5년 전 도시살이를 접고 산골마을로 살림살이를 옮긴 뒤 이듬해 봄에 심은 것이니, 이제 네 살 난 나무입니다. 햇수를 헤아리다 보니 마침 진보신당과 나이가 같아서 나는 오늘부터 이 매화나무의 이름을 진보매(進步梅)라 부르기로 합니다. 

반가운 소식부터 전하자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의 아침에 이 매화나무에서 처음으로 꽃이 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꽃의 향기는 참으로 맑고 은은하여서 ‘매화나무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던 옛 시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운, 
  저 어린, 
  그러나 굳센 매화나무의 힘.


‘나는 당원이다’를 자랑스럽게 선언하는 자리에서 한 그루 매화나무를 생각하는 것은 이 자본주의 시대야말로 인류사의 가장 잔인한 겨울이기 때문이요, 그 겨울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향기를 팔지 않으며 진보의 가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오직 진보신당뿐이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 했습니다. 부끄럽게도 나는 발레리의 이 충고를 마흔 즈음에야 처음 들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내 삶을 이끌어온 것은 내가 아니었다는 것을. 내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써 왔던 시의 행간마다, 내 생각의 뼛속마다 얼마나 많은 자본주의의 악령들이 살고 있었는가를.


하여 나는 가장 먼저 내 안의 악령들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나선 길에서 진보신당 당원이 되었습니다. 나는 “오직 자본주의를 극복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와 참된 만남의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우리 당의 강령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강령은 또한 내가 내 안의 악령들과 투쟁하는 내내, 그리고 마침내 승리하는 그날까지 지키고 살아야 할 나의 강령입니다.


세간에는 진보라는 말로 스스로를 가장한 채 진보를 팔러 다니는 사기꾼들이 수두룩하고, 입으로는 반자본주의를 외치면서 투쟁의 열매를 자본과 권력의 교환수단으로 삼는 이들도 있으니, 유사품에는 늘 주의하면서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입니다.



송창우 : 1968년 부산 가덕도에서 났다.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시집 『꽃 피는 게』를 냈다. 
경남 마산에서 <걷는 사람들>을 결성하고 12년째 함께 걸으며 보행권 운동을 펼치는 것을 가장 큰 보
람으로 여긴다. 현재 진보신당 경남도당 문화·생태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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