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가고, 진보신당의 대의원이며, 냉담자다.

내가 당에 입당한 것은 아마 2010년 7월쯤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동교동 삼거리의 철거농성장 두리반에서 정기적인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조합을 만들자는 논의를 시작하고 있었고(후에 이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이라는 생활협동조합으로 구체화된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상태였다. 노회찬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에 선거운동원으로 참여한 직후이기도 했다. 당시 만나고 있던 친구들과 아마 이런 류의 대화를 나누었던 것으로도 기억된다. “당 학생위원회에 조직적으로 가입하여 당을 확고한 좌파정당으로…” 물론 우리는 아무런 유의미한 조직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왜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나도 정확히 기억하질 못한다. 나는 그때 내가 레닌주의자인 줄 알았고 또 마오주의자라고도 생각했다. 아마 지젝을 많이 읽어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여하간 그런 시절도 있었다. 함께 이야길 나누던 친구들은 당에 순차적으로 가입을 했고, 지금도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모두 같은 길은 가게 되진 않았다. 나도 갈라나왔다.


대의원이 된 것은 2011년이었다. 두리반에서 안면을 튼 마포구당원협의회의 정경섭 위원장이 제안을 했고, 나는 수락을 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려우나 지역이 아닌 다른 부문에서도 대의원에 출마해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지역 대의원이 되길 택했다. 지역에서 직접 사람들을, 특히 청년들을 만나는 사업을 기획하고 조직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당시엔 이미 소위 ‘통합파’와 ‘독자파’ 노선이 서로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한창 싸우던 때였다. 심정적으론 독자파 쪽을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었으나, 실은 둘 다 싫었다. 모두에게서 긍정적인 전망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당이 자신의 과제를 방기하고 정파투쟁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일로 바빠 애초에 대의원으로서 생각했던 사업은 기획조차 만들질 못했고, 결국 가능한 일은 대의원 대회에 나가 통합을 찬성할지 반대할지 표를 던지는 일밖에 없었다. 나는 이중적인 자괴감을 느꼈다.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나란 인간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역시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진보신당이란 당에 대한 자괴감. 나는 결국 거의 모든 투표에 불참했다. 이대론 불가능했다.

당 바깥에서의 활동은 계속 되었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어느 정도의 궤도엔 올라서게 되었으며, 또 다른 활동가 친구들과는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라는 조직을 결성해 청소년, 청년 주체들의 기본소득 운동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이다. 두리반이 타결된 뒤 명동의 철거농성장 마리에서도 함께 농성을 했으며 최근엔 다시 서울점령자들(Seoul Occupiers)이란 조직을 결성해 서울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상태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의 당보다는 같은 세대의 주체들과 자율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당 바깥의 공간이 내가 생각하는 활동을 펼쳐나가기에 적합한 무대라 생각을 했으며, 결과적으론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던 듯싶다. 비록 당비를 내고 있으며 대의원이라는 직책을 맡기도 했으나 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은 서서히 옅어져가고 있었고, 동시에 (당에 대해) 냉담해지고 있었다.

이런 류의 글은 종종 희망적인 결론으로 끝을 맺으나, 굳이 나까지 그럴 필요는 못 느낀다. 나는 여전히 냉담자다. 그리고 당분간은 냉담함을 유지할 생각이다. 당이라는 공간은 내게 여전히 불확실하게 느껴진다. 그곳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나는 아직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대신 나는 당분간 해오던 일들에 집중할 생각이다. 물론 당을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니다. 나는 정당이 목표가 되어야한다 생각지 않고, 또 모든 길에 정당이 관계되어야 한다 생각지도 않는다. 삶에는 당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다만 멀지 않은 미래에, 조금 더 좋아진 상황에서 각자의 길들이 서로 사심 없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정도의 바람은 있다. 일단은 이 정도다.

하지만 나로서도 ‘당원’임을 자각시켜 주는 몇 번의 계기가 있었다는 점 정도는 언급하고 싶다. 이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칠 것이다. 하나. 홍세화 현 대표가 대표 선거 출마를 결의하며 쓴 당대표 출마의 변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르며”를 읽었을 때. 또 하나.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청소노동자 김순자 씨가 지명되었을 때. 나는 이 두 번의 계기가 가장 중요했다 생각한다. 그 외의 수많은 사건들은 일단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이 두 번의 계기에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물론, 특히 지금 당의 중심에서 당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에 대해 정말 진심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나 같은 냉담자를 붙잡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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