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보신당의 활동가들은 지역에서 주민들 속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민중의 집, 지역연구소, 도서관, 까페 등 다양한 방식의 ‘지역 거점’ 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거나 앞으로 운영할 계획에 있습니다. 이에 거점사업단은 각 거점 공간의 목적과 운영 실태 등을 파악하고 거점간의 소통을 강화하며 앞으로 건설되는 거점공간을 내용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할 계획입니다.
그 일환으로 현재 운영 중인 전국 약 15곳의 거점 공간 책임자들과의 심층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여덟 번째로 부산 해운대 도서관 <봄>에서 활동하고 계신 노태민 당원, 화덕헌 의원님을 만났습니다.
<봄>은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에 있습니다. 노태민 당원의 표현대로라면 좌동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주부들의 도시’입니다. 도시의 규모도 크고, 그만큼 문화적 수요가 높고 문화예술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흩어져 있습니다. 상업시설을 제외하고는 그 덩치에 걸맞은 문화공간 하나 없었습니다. <봄>은 처음에는 ‘그냥 당원들 아지트를 하나 만들어볼 생각’으로, 나중에는 ‘당원들과 지지자는 물론이고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꾸며보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화적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하면 잘 엮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중입니다.
<봄>은 그 동안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기타교실, 돗자리 영화제, 골목걷기 모임, 영화 보기 모임, 미술사 공부 같은 일들이 진행됐습니다. 노조나 시민단체와의 연계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근처 노보텔 노동조합과 함께 요리교실을 했고, 생협회원들은 <봄>에서 바느질 모임을 합니다.
▲ 부산 해운대 우리동네 작은도서관 <봄> 전경.처음에는 주로 당원들과 지인, 원래부터 가깝게 지내던 생협 회원 정도를 겨냥해서 프로그램을 짰었는데 이게 나중에는 주민대상으로 확대되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돗자리 영화제나 요리교실은 아예 처음부터 주민 대상으로 시작을 해서 광고도 내고 그랬답니다.
성과도 적지 않아서 요리교실에는 연인원 150명, 돗자리 영화제는 100명씩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결정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상근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일 근무자 없이 운영위원들끼리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도서관을 여는 일이 아마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원래 해운대에는 기초의원이 3명이 있었는데 작년 통합 논의 이후 기초의원이 두 명이나 탈당했습니다. 어려움이 컸을 텐데, 그 와중에도 <봄>까지 운영했으니 고충이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봄>과의 인터뷰는 거점공간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할 거리를 던져줬습니다. 화덕헌, 노태민 당원은 지방선거와 <봄>과의 관계를 말씀해 달라는 질문에, 만약 당장의 당선이 목표라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 예를 들어 성당 같은 곳에 활동가들이 들어가면 되겠지만 거점공간은 단기적인 성과만을 기대하기에는 가치가 큰 곳이라는 취지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화덕헌 당원은 거점공간에서 만들어 지는 인간관계는 ‘서로 스며드는 관계’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이렇게 ‘스며드는 관계’는 ‘악수하는 관계’와는 수준이 다를 겁니다.
▲ 노보텔 노동조합과 함께 하는 요리교실 (사진: 해운대 도서관 봄)노태민 당원의 말에 따르면 <봄>의 활동을 주민들은 일종의 ‘봉사활동’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관청이 담당하지 않는 공적인 영역의 일을 모두 ‘봉사’로 공직을 맡을 사람은 ‘봉사’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이 말은 진짜 맞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봉사활동’이라는 말의 현실적 힘이 존재합니다. 동네에서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른바 ‘봉사활동’을 직접 하거나 봉사활동 단체를 찾아다니거나 정치 자체를 ‘주민들에 대한 봉사활동’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봉사활동’은 우파의 지역 장악을 위한 핵심적인 방식 가운데 하나일 것이고 지역주민들에게는 ‘공공적 활동’, ‘의미 있는 활동’을 쉽게 부르는 말일 것입니다. “그 사람 좋은 일 하네.”라고 말할 때의 ‘좋은 일’은 사적인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된 공적인 일인데 이런 일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 즉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좌파들은 구조나 체제를 바꾸는 투쟁 같은 걸 ‘공공적인 활동’이나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동네 사람들 눈에 잘 안 들어오거나 너무 멀리 있는 일입니다. 대신 우파들은 구조나 체제는 숨기고 동네에서 힘든 일 도와주거나 민원해결해주거나 관청에서 돈 끌어다 주는 일 같은 걸 합니다. 연탄도 날라주고, 철 따라 동네 청소 행사도 하며, 수해 나면 복구사업에도 열성입니다. 각종 복지행사를 빙자한 관청 행사에도 참여하고, 온갖 유사 복지시설의 장 같은 것을 하면서 명함 파가지고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멀리서 거룩하게 싸우는 좌파보다 가까운데서 당장 뭐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우파들이 훨씬 더 친근하고 익숙합니다. 이들의 이런 ‘봉사활동’만이 의미 있는 공공적 활동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할 수밖에 없고, 봉사활동 잘 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구의원, 시의원 나오면 찍어주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두 당원의 말을 종합해 보면, 결국 거점공간의 활동은 깊은 인간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진보정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층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거점공간은 ‘새로운 공공적 활동’을 통해 동네 사람들에게 좌파들이 인정받는 곳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당장은 ‘봉사활동’이라는 말로 불리더라도 말입니다.
끝으로 <봄>에서 찾은 좋은 아이디어 하나 소개해드립니다. 총선 때 노태민 당원이 시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뛰면서 동네에 의외로 퀼트 가게가 많은 걸 보고 동네 퀼트 축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도시 상가에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뜨개질도 하고 수다도 떠는 걸 자주 보는데 이런 분들을 ‘축제’로 모아내면 꽤 멋진 일이 될 것 같습니다.
▲ 돗자리 영화제. 한켠에서는 우리밀 우리콩으로 만든 떡과 돈까스, 떡볶이 등을 판다. (사진: 작은도서관 <봄>)프랜차이즈가 아닌 빵집, 서점, 커피숍을 묶어서 축제를 하는 것도 생각해봤다는 데 역시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거대 프랜차이즈에 눌려서 왠지 모를 소외감 같은 걸 느꼈을 가난한 자영업자들과 함께 하는 동네 축제, 이런 게 바로 우파의 ‘봉사활동’을 이기는 진보정당만의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봄>을 만든 취지가 무엇이었나?
(화덕헌) “어떤 모델을 보고 만든 건 아니고 그냥 당원들 아지트를 하나 만들어 볼까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당원 아지트로만 하기 위해 공간을 쓴다는 건 그렇고 해서 당원들과 함께 주민, 지지자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생각했다. 시작할 때 작은 도서관이나 북까페 형식 정도로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다른 방향들이 보이더라. 2년을 해 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에서 수정되고 바뀌는 부분이 있더라.”
(노태민) “해운대 좌동은 주부들의 도시다. 인구규모나 잠재력은 크나 문화적 여건이 충분하진 않다. 그래서 문화적 역량을 갖춘 사람들을 엮어내어 이 지역의 지역문화를 코디네이트하는 작업을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 운영 하면서 취지가 변경 된 건가.
(화덕헌) “편하게 접근했었는데 머릿속 생각이 변한 것이다. 매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고 공간은 성장해 가야하는데 현실은 만만찮더라. 단순히 공간만 확보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공간이 구 도심 지역에 있었으면 더 활용도가 높았을 것이다. 여기 고층 아파트 밀집지역인 해운대 좌동의 경우 작은 도서관 수요가 높지 않다. 봄은 시설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고. 공간 보다는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과의 접촉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주로 어떤 것들을 했나.
(화덕헌) “기타교실 했었다. 그 이후 주부들 대상으로 기타모임이 생겼다. 그리고 선거 때 우리를 도와줬던 생협회원들이 함께 하는 바느질모임이 있다. 그 외에 돗자리 영화제, 노보텔 노동조합이랑 함께 하는 요리교실, 골목걷기 모임, 박지연 당원과 하는 영화보기 모임, 노태민 당원과 미술사 공부모임 등이 있다.”
▲ "봄은 지금 열공 중" 작년 여름 5회에 걸쳐 진행된 미술사 공부모임. 올해 여름에는 '미술로 보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강좌를 준비했다. (사진: 작은도서관 <봄>)- 이것저것 많이 하셨다.
(화덕헌) “그 모임들은 공간을 많이 활용하는 형태다. 도서관인데 상근자가 없으니 도서관 기능은 잘 못한다. 상근자가 있어야 꾸준히 사람이 올 수 있는데......”
- 상근자가 계속 없었나?
(화덕헌) “풀타임 상근자는 없었다. 운영위원들끼리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오전, 길어야 오후 2시 정도까지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저녁에 모임 있을 때 여는 정도였다. 상근자를 못 두는 건 재정적인 게 가장 큰 이유다.”
-오직 돈 문제인가.
(화덕헌) 그렇다.
-재정은 어떻게 감당하고 있나.
(화덕헌) 당원들, 그리고 그전부터 관계가 있었던 생협 분들 등 20여명이 후원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연결된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운영하려 해도 중추적인 상근자가 있어야 그것도 된다고 본다. 회원 관리도 해야 되고.
(노태민) 회원 관리는 필요하다. 이미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경우는 지지 정당이 잠정적으로라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한 감동을 주지 않는 한 지지하는 정당을 변경하지 않는다.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은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지지정당이 없는 소위 부동층이다. 이들이 절반이다.
도시에서는 주민들끼리의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 자체가 귀하다. 당 이름으로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그 공간에 당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그 사업을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인간관계 속에서 표가 만들어 진다. “아, 봄에 있던 사람이네.”하면서. 지난 선거에서도 그전까진 투표도 안했는데 아는 사람 나와서 찍었다고들 하더라.
-다시 프로그램 이야기를 좀 하자. 프로그램 참여하시는 분들이 주로 주부들인 것 같은데, 주부 대상으로 한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인가.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가.
(화덕헌) “주 고객층이 생협, 당원, 지인들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프로그램을 짰다. 기타모임, 바느질도 마찬가지다. 골목걷기는 당원들끼리 시작했다가 나중에 광고를 해서 주민 대상으로 확대했다. 돗자리 영화제와 요리교실은 아예 주민 대상으로 시작 했다.”
▲ 골목걷기 모임 ‘부산 한 바퀴’ (사진: 작은도서관 <봄>)-얼마나 오나.
(화덕헌) “골목 걷기모임[부산한바퀴]은 처음엔 당원들 중심이었다. 그러다 부산한바퀴 걷기 모임으로 확대했다. 신문에 광고도 냈다. 유료강좌였는데 많게는 12명, 적게는 5명 정도가 왔다. 그 뒤로는 선거 치르고 날 더워지고 또 주말 스케줄 잡기가 힘들어 못하고 있다. 주로 주말 낮에 14:00~18:00까지 한다.”
(노태민) “다른 프로그램들은 평일 낮에 모이는 거라 주부 밖에 올 사람이 없다. 대부분 10명 안팎이다. 요리강좌는 연인원 150명 정도 왔었다. 돗자리영화제는 첫 회 때는 100여명이 참여했다.”
- 어떤 동네는 보니까 ‘목요걷기 모임’ 같은 걸 하는데, 30~40명씩 모여서 공원에서 걷더라. 어차피 운동 삼아 걷던 사람들인데 아예 모임을 만든 거다. 그러고 나니까 사람들이 더 붙기도 하고.
(노태민) “그 정도면 대규모 집회다(웃음). 우리는 답사모임 형식이다. 화의원이 진행하는 부산한바퀴 프로그램과는 달리 해운대 걷기모임은 해운대 문화지도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지역에 살면서도 지역사회가 가지는 문화자산에 대한 정보가 적지 않나?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문화환경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필요가 있었다. 문화지도를 그리려면 좀 더 꼼꼼한 작업이 필요한데, 걷기 모임은 좀 더 가볍게 진행해야 했다.
이전에는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짜서 그 길에 있는 자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형식이었다. 장산, 삼포, 문텐로드, 청사포를 걸었다. 이후에는 주제별로 여러곳을 다니는 방식, 예컨대 운촌과 미포 같은 지역의 원주민 탐방이나, 청사포 해녀의 기원, 송정과 기장의 미역, 동해남부선, 해운대의 가로수 등 다양한 자원들에 대한 기록도 필요하지 않겠나. 맛집탐방도 진행했었는데, 나는 그것이 해운대 문화지도 그리기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다음 시즌에는 상가지도 그리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 골목걷기 모임 ‘부산 한 바퀴’-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모임이 계속 유지가 되고 있는 건가.
(화덕헌) “요리교실은 호텔에 행사가 많아 노보텔 요리사들이 바쁘고 우리도 계속 진행하기 벅찬 것도 있고 해서 현재까지는 시즌 하나를 마친 상태다. 피서철, 더위 지나면 부산 걷기 모임을 재개할 예정이고, 해운대 문화걷기는 다시 주제를 잡아서 새롭게 해야 할 것 같다. 돗자리영화제는 판만 벌리면 기본적으로 사람이 온다. 생판 모르는 사람도 오지만 생협 회원들과, 당원들이 많이 온다. 구청에서 예산 받아둔 게 있어서 내년엔 더 자주 풍성하게 진행될 것 같다. 바느질모임과 기타모임은 모임을 주도한 당원이 취직하는 바람에 차질이 빚어진 상태다.”
- 연회비 얼마 짜리 회원제로 운영하면서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는 도서관들이 있다. 봄도 프로그램 참여자나 회원 형태로 주민들 데이터를 쌓아가나.
(화덕헌) “후원회원은 한 20명 정도 있다. 따로 도서관 회원제는 없다. 도서관을 회원제로 하려면 상설적인 열린공간이어야 하는데 상근자가 없어서 그렇게 못하고 있어서 힘들다. 그래서 이제까지는 이름은 도서관이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한 거다.”
(노태민)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아쉬워하고 있다. 공간이 있으니 아무나 와서 아무거나 해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이야기하라. 그러면 엮어주겠다. 그렇게 해서 만나는 사람들이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2년 동안 <봄>과 봄의 프로그램을 통해 모인 사람이 몇 명 정도가 되는가. 당원 말고 이 공간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있나.
(화덕헌) “요리교실은 대부분 처음 보는 주민들이었다. 바느질모임과 기타모임 등은 당원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전부터 아는 분들이다. 요리교실은 신청을 받았으니 데이터로 정리되어 있는데 돗자리영화제 등은 회원제가 아니어서 데이터로 남은 게 없다.”
-이 지역에 시민사회단체가 많나.
(화덕헌)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지만 이 지역 자체의 시민사회단체는 거의 없다. 부산의 경우 시민사회단체가 대부분 서면 인근에 있다.”
-생협 마을모임은 없나.
(화덕헌) “생협 마을모임은 여기서 한다. 학부모 모임도 여기서 하고.”
-생협마을모임을 하는 곳의 공통점은 취사도구가 있더라. 그게 있으면 뭘 같이 해먹게 되더라. 민중의 집 만드는 곳에는 싱크대롤 꼭 두라고 얘기해주기도 하는 데 여기는 어떤가.
(화덕헌) “안그래도 주방시설이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한다.”
▲ 퀼트 모임. 퀼트 등 공방은 지역 주민들이 만나면서 온갖 이야기들이 어우러지는 강력한 커뮤니티이다.-노동조합은 노보텔 노동조합 정도인가.
(화덕헌) “서비스 노조가 몇 군데 더 있는데 아직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다른 노조하고,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사안이든 뭐든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없었나.
(화덕헌) “아, 요리교실은 노보텔 노조뿐 아니라 전교조의 협조도 있었다. 전교조 교사가 학교의 가사실습실을 활용할 수 있게끔 협조해 줬다.”
-이 지역 공공부문 노동조합하고 관계는 어떤가.
(화덕헌) “대부분의 비정규직 인력들, 경비원이나 청소하시는 분들은 해운대 좌동에서 일하지만 다른 곳에서 산다. 학교급식조리원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도 대부분 외부에서 출퇴근한다. 좌동은 중산층이 사는 동네다.”
-서울강북에서 학교비정규직 급식조리원을 조직하는 사업을 했는데, 그 중 한분은 강북도서관에 와서 자원봉사를 한다더라. 구로의 경우도 학교비정규직 송년회를 민중의집에서 했다.
(노태민) “최근에 생긴 좌동 백병원에도 노조가 있다. 그런데 백병원 노조는 중앙에서 같이 교섭하더라. 지역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백병원 노조원들도 아침 7시에 지하철 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좌동에 아파트가 40여 단지가 있다. 새벽 6시가 경비원 교대 근무시간인데, 경비원 아저씨들이 아침 7시가 되면 지하철로 쫙 빠져나간다.”
-해운대 당원이 몇 명인가.
(화덕헌) “340명 정도가 당원이고, 그 중 당권자는 170명 정도다.”
-그 170명은 당이 <봄>을 운영하는 걸 다 아나.
(화덕헌) “적극적으로 당 활동하는 당원은 3~50명 정도다.”
-당원들의 <봄> 사업에 대한 참여정도는 어떤가.
(화덕헌) “처음 만들려고 모금할 때 내 기억엔 당원들이 500만 원 정도 모았다. 그 뒤로는 사업을 통한 구체적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더 모으기가 좀 그래서 하지 않았다. 그 후 해운대에서 추진하려다 중단된 <마을학교>로 모은 후원회원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반상근했던 윤경미 당원이 일시적으로 회원을 모았다. 현재 후원하는 분은 대부분 당원이다.
해운대가 동서로 길게 나눠져 있고 <봄>이 동쪽 좌동에 위치하고 있어 당원 모임하기가 힘든 위치다. 그리고 일정정도 좌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서쪽에 있는 당원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봄>이 함께 사업하고 싶은 대상이 당원 보다는 주민들을 지향한다. 작년 말에 생협회원들, 기타반 참가자 같은 지역주민들을 모아서 송년회를 했는데, 너무 많이 와서 자리가 부족해져서 당원들을 쫓아냈다.(웃음)”
(노태민) “당원들 보다는 주민들을 더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원들끼리 모이는 거 말고 당원들을 매개로 주민들을 만나는 게 필요하다.”
▲ 돗자리 영화제 상영 모습.-재정 후원 외에 어떤 형태로 당원들이 참여하고 있나.
(화덕헌) “각종 프로그램에도 당원들이 참여하고 있고, 여기 있는 책들도 대부분이 당원들이 보내준 책이다.”
-이후 전략이나 계획을 말해 달라
(노태민) “부침이 있긴 한데 꾸준한 게 중요한 것 같다. 조금 더 긴장해서 소모임을 통해 구체적으로 엮어 내는 것, 좀 더 알찬 모임들을 만들어 내야하는 과제가 있다. 이곳으로 옮기고 집들이를 상가 상인들을 대상으로 영화상영이나 음악회 겸해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해 왔던 거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다.”
(화덕헌) “지난 총선 때 노태민 동지가 보궐선거 시의원 후보로 나와서 좌동 상가를 2바퀴 반 정도 돌았는데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봄>으로 엮어질 수 있는 게 있고 당협사업으로 풀어낼 것도 있다.
(노태민)상가들에 의외로 퀼트가게가 많더라. 그래서 동네 퀼트축제를 하면 어떨까 싶더라. 마찬가지로 프렌차이즈가 아닌 빵집, 서점, 커피숍을 엮어서 축제를 하는 것도 생각해봤다. 하나하나 실천해 볼 생각이다. <봄>에서 하고 있는 돗자리 영화제 때 그런 가게들의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영상으로 만들어 영화상영 전에 영상광고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바느질 모임. 퀼트 모임이나 공방은 강력한 커뮤니티이다. 동네 퀼트축제는어떨까?
- 퀼트축제는 어떻게 해서 나온 아이디언가.
(노태민) “<봄>에 바느질 소모임을 하고 있는데 상가를 돌아다니다 보니 대략 퀼트집이 5개, 공방이 10곳이더라. 퀼트집이나 공방은 강력한 커뮤니티다. 동네 주민들이 하루 종일 거기 앉아서 많은 얘길 나눈다. <봄> 바느질 모임이 주최를 하고 그 가게들을 엮어 뽐내기 자리를 만들면 되겠다 생각한 거다.”
(화덕헌) “보궐 선거 때 돌아다니면서 샅샅이 다 들어가 봤다. 그러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다.”
-어떤 부류의 사람을 주 대상으로 할 거냐, 어느 정도 지지를 확보할거냐 그런 계획이 있나. 열심히 사업을 했는데 사람은 안 남고 그냥 고생만 하는 경우도 있더라. 사람을 몇 명 만날지 목표를 정해야 하지 않나. <봄>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최소한의 기획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화덕헌) “<봄>을 통해서 주민에게 일정한 영향력이 생기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프로그램을 통해 밀도 있게 만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개별 유권자를 요만한 공간을 통해 만나는 건 한계가 있다. 당협 입장에서 보기에는 지지를 확보하는 건 1차적으로는 당원, 가족, 생협이다. 생협과 당원이 핵심이다. 그 다음이 <봄>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이다. 간접적으로 확대해 가는 중이다.
이 지역 남자들은 굉장히 수동적인 편이다. 그나마 여성들이 호감을 가진다. 20대는 0에 가깝다. 숫자도 적고 우리에 대한 지지도 없다. 그래서 진보신당을 좋아할 만한 사람들, 화덕헌 좋아 할만 한 주부가 대상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조직을 가지려면 청년회나 산악회를 조직해야 한다. 상가연합회나 아파트 입주자 회의도 조직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런 곳은 이미 힘 있는 국회의원 조직으로 줄서 있다. 우호적인 3-40대 여성을 대상으로 우호적 소문을 내는 게 우선적인 전략이다.”
▲ 노보텔 호텔주방장들을 강사로 초빙하는 요리강좌는 입소문이 널리 퍼졌고 <봄>의 인기프로그램 중 하나이다.-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노태민) “중학생을 대상으로 미술사 교육을 하고 있다. 방학 동안 아이들 기타교실도 하고 있다.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도 생각 중이다. 때가 되면 자기소개서 쓰기나 입시 관련 정보, 아이들 입시지도 어떻게 할 거냐 하는 그런 학부모 교실을 운영할 생각도 있다. 참고로, 6년 전에 부산 좌동에 들어왔을 땐 커피숍이 없었는데, 지금은 우후죽순처럼 많다. 커피숍이 잘되는 이유가 엄마들이 애들 학교 보내 놓고 낮에 만나서 서로 정보를 나누는 장소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고려한 전략적 측면에서 <봄>은 어느 정도의 위치인가. 어느 지역에 몇 명을 만들겠다는 등의 구상이 있나. 지역별 책임자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몇 명으로 조직해야겠다는 그런 구상은?
(노태민) “주민조직을 생각하면 성당이 낫다. 큰 표는 조직에서 온다. 그런 조직을 하기에는 <봄>은 안 맞지 않나 한다.”
-당장의 당선을 목표로 사람을 모으는 거면 거점공간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성당 같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당 활동가들을 전진배치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유권자 접촉의 경로는 다양하고, 효율성만으로 보면 지역거점 공간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거점공간을 하는 이유는 뭔가.
(화덕헌) “거점공간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 스며드는 관계다. 스며들면서 호감을 느끼는 것이다. 성당이나 시장 또는 주민센터 그런 곳은 악수하는 곳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내가 <봄>과 같은 곳에서 활동하는 게 매개가 된다. <봄>에서 했던 요리강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성당에도 있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명함용으로도 필요하다. 이 공간을 통해 만나게 되면 적극적 지지층이 될 수 있다.”
(노태민) “주민들은 의원이 되려면 ‘봉사’ 잘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들 한다. 이런 공간을 통해 그런 호감을 갖게 되지 않나 한다. <봄>과 같은 곳의 활동을 일종의 봉사활동으로 인식한다.”
-당장의 계획과 관련해서 생각하고 계신 게 있으시면 말씀해 달라.
(노태민) “선거하면서 <봄> 활동이 거의 중단이 됐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이후에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건지 아직 고민을 깊게 못해봤다.”
(화덕헌) “마을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을 해서 <봄> 상근자 문제를 해결할까 고민하고 있다. 상근자가 있으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회원을 늘리거나 지원을 받거나 영리사업을 하거나 해야 한다. 근데 회원을 늘리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알만 한 사람들끼리 몇몇이 벌어서 갖다 바쳐야 하니깐. 그래서 주민들이 기꺼이 와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형태를 고민한다. 비영리단체 보다는 협동조합 형태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터뷰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