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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는 뭔가가 있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닌지라 악기라고 하면 리코더와 풍금 정도가 익숙하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건반을 외운다고 피아노 건반이 그려진 50원짜리 두꺼운 종이를 사서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 풍금 소리를 따라, 소리도 나지 않는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동요도 불렀던 것 같다. 두꺼운 종이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몇 번 들고 다니면 금방 너덜너덜해져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버렸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바이올린·플루트·피아노 등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악기였다. 음치에 박치, 그리고 만져 본 악기가 없어서 그런지 음악교육에 대한 남모를 동경이 있다.

베네수엘라에 어린이·청소년 음악 교육 운동으로 ‘엘 시스테마’가 있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스페인어로 ‘시스템’ 이라는 뜻이지만,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마약, 폭력, 총기사고, 포르노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빈민가 어린이·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 '학생 오케스트라'가 그것이다. 엘 시스테마를 따라했는지는 알수 없지만 하여튼, 교육부는 음악으로 인성 교육과 문화예술에서 소외된 지역 학생들의 예술성을 키우기 위해 2011년부터 '학생 오케스트라'사업을 시작했다. 시작 첫 해 전국 65개 초·중·고교를 학생 오케스트라 운영학교로 선정한 뒤, 해마다 대상확교를 확대해 현재는 4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이 학교들에 바이올린·플루트·트럼펫 등의 악기 구입 및 오케스트라 창단에 필요한 비용과 운영비 등 년간 1억 ~ 1억2천만원을 지원하고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지 몇 해 만에 효과를 내기는 어렵겠으나, 평소 접하기 어려운 악기를 만져 본 학생들은 다른 미래를 꿈꿔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가 2011년 사업을 시작할 당시 선정한 65개의 학교에게는 연간 20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유는 다른 특별교부금 사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창단 3년이 된 오케스트라에는 운영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동안 시도 교육청도 교육부가 지원하는 운영비만큼 해당 학교에 추가 지원을 해왔는데 교육부가 3년 이상 학교는 지원할 수 없다고 하자 일부 시도 교육청도 운영비를 낼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도시와 달리 지방 학교들은 오케스트라 운영비의 80~90%를 강사료로 지출해 왔다. 능력있는 강사가 지방까지 와서 강좌를 할 수 있게 하려면 더 많은 강사비를 줘야하기 때문이다. 올해 지원이 끊기는 65개 학생 오케스트라 연간 운영비는 13억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교과부는 '학교마다 자구의 노력이 필요하며 외부강사에 의존하지 말고 학교 담당 교사의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음악, 미술 등 예술교육은 지속성과 연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부가 운영비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3년 동안의 '학교 오케스트라' 사업은 어린이·청소년의 미래를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생생내기용 사업이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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