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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제주 4.3 사건’ 68주기에 부쳐

수많은 사람이 군대와 서북청년단 같은 준군사 조직에 의해 학살당한 제주도를 ‘잠들지 않는 남도’라 부르는 것은 ‘제주 4.3 사건’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현직 대통령이 3년째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보여줄 뿐이다. 또한 기념일이 언제나 총선 기간에 속하기 때문에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하는 기념식에 이른바 여야 지도부가 참석해서 거의 같은 목소리로 비극과 희생 운운하는 것은 우리가 이 사건에서 무엇을 문제 삼아야 하는지를 최소한으로는 말해준다. 그것은 어떻게 말한다 할지라도 국가 권력에 의한 시민 학살이었다는 것이다.

‘제주 4.3 사건’은 특별법에서조차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벌어진 일로 규정할 정도로 장기적인 사건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먼 원인이 있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한 일이다. 식민지 시기와 민족 해방 투쟁이라는 심층 위에 연합군의 승리로 인한 해방과 미소의 분할 점령, 남한 지역의 미군정이 겹쳐진다. 이 속에서 벌어진 이데올로기적 대립, 새로운 국민국가 건설의 주도권 다툼이 엄청난 소용돌이를 낳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결국 냉전을 배경으로 해서 민족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남과 북의 정치계급이 바로 그 민족을 전쟁으로 끌고 가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는 것도 이제 와서는 분명해 보인다. ‘제주 4.3 사건’은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벌어진 말 그대로 비극적인 사건이며, 엄청난 희생을 낳은 일이다.

여기에 더해 그렇게 엄청난 희생,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없었을 수도 있는 희생을 낳은 이유는 오랫동안 있었던 이 지역에 대한 사실상의 인종주의적 차별 때문이다. 넓게 보면 지방에 대한 중앙의 차별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제주도에 대한 차별은 매우 장기적인 것이었고, 이는 지리적 요인과 겹쳐 더욱 증폭되었다. 희생자의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예를 들어 중산간 마을 거의 전부에 대한 초토화 작전이라든가 도피자 가족으로 분류된 경우 부모와 형제자매를 대신 죽이는 이른바 ‘대살(代殺)’ 등이 행해진 것은 20세기에 여러 곳에서 나타난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의 징후라 할 수 있다.

국가에 의한 다른 폭력도 마찬가지이지만 ‘제주 4.3 사건’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국가가 어떤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말해준다. 그것은 특정 이념과 삶의 방식을 하나의 기준으로 정하고 그것과 다른 것은 말 그대로 배제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국가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누린다고 말하는 안전은 카르타고의 평화일 뿐이다. 서로 다른 가치와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평화가 아니라 단 하나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학살당했기 때문에 누리는 평온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정치공동체를 민주공화국이라 부를 수 있으려면 다양한 가치와 삶의 지향이 공존해야 한다. ‘제주 4.3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무엇보다 진상을 제대로 알려고 하는 것은 이를 위한 우리의 현재의 노력일 뿐이다. 죽은 자를 애도하는 것은 그가 죽었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그가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럼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려는 의식(儀式)이다. 따라서 ‘제주 4.3 사건’을 둘러싼 논란, 특히 우파의 공격이 여전히 심한 것은 아직 애도의 시간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여전히 제주는 ‘잠들지 않은 남도’이다.

2016년 4월 3일
노동당 대변인
안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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