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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당원 여러분에게 드립니다.

2016년 7월 16일, 대표단 전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현재 우리당은 안타깝게도 토론은 사라지고 낙인과 정치적 공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모든 구성원들이 공히 무거운 정치적 책임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대표단 또한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불신을 확대하는 언행으로 더 이상 당을 위태롭게 하지 말자는 강력한 호소를 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우리당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9월, 첫 대표단 회의에서 가장 처음 다뤘던 안건은 부채상환이었습니다. 전임 대표가 남기고 간 수 천 만 원의 부채를 갚기 위해 송구함을 무릎 쓰고 당원여러분께 부탁드렸습니다. 작년 11월에는 당직자 인건비가 부족해 불가피하게 기금을 만들었고 다시 당원여러분께 부탁드렸습니다. 곧이어 시작된 총선 기금 모금을 위해 또 다시 부탁을 드렸습니다. 연이은 부탁에도, 너무나 감사하게도 선뜻 응해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청년당원들과 전국을 순회 했습니다. 거리를 휘저으며 노동당을 연호하는 청년들을 보며 선배 당원들은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청년 당원들은 어느 현장에서든 부러움을 샀습니다. 총선이 끝나고 당원여러분을 응원하기 위해 가졌던 지역순회에서 힘은 오히려 제가 얻고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지역을 지키며 흔들림 없이 당을 일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성, 문화예술, 소수자 운동가들에게 우리당은 항상 가까이 있는 동지입니다. 전국의 많은 당원들이 최저임금 동조단식과 캠페인으로 당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계속되는 기자회견, 집회, 농성을 벌이고 당무와 고단한 일들까지 모두 감당해낸 당직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당은 여전히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끝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당의 전망을 찾는 논의에 있어 조급함을 버리고 우리가 더 실패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망은 작더라도 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직을 내려놓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대표의 임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은, 사실상 혐오수준의 정치적 낙인이 확산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입니다. 입장에 따라 진영부터 가르고 각자의 역사와 인격까지 모두 단정 짓는 정치적 낙인으로, 토론은 사라지고 감정은 격앙되고 있습니다. 진영이 다르면 어떤 의견도 들을 이유가 없고, 진영이 같으면 별다른 고민 없이 입장이 통일되었습니다. 우리는 전망은 고사하고 지난날 진보정당이 보여준 실패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표로서 당원과 국민들 앞에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치적 낙인과 결별하기 위해선 새로운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류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낙인과 비난은 총선의 결과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총선 이후 비상한 시기에 당내 논의를 잘 만들지 못하면서 낙인과 비난은 증폭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끊어내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이 모든 책임을 무겁게 받아 안아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총선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며 대표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저의 부족함이 당의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했습니다.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습니다. 당원여러분, 죄송합니다. 

현재 평가와 전망위원회에서 전망은 결론을 맺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후 전망에 대한 토론은 선거를 치루며 전 당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 선택은 당원들이 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표단 총사퇴는 이러한 배경에서 제안되었습니다.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호소 드립니다. 

정당은 하나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여러 생각이 공존하고 서로 경쟁 하는 조직입니다. 열린 공간에서 토론하고 정해진 절차로 의사를 모아 운영됩니다. 의견이 달라도 결정된 사안은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언제든 과오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 원리가 지금 우리당에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요. 신뢰를 만들기 위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함께 책임지기 위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불신을 선동하지는 않았는지, 먼저 성찰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다시 우리의 원칙을 확인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주실 것을 호소 드립니다. 여전히 빛나는 당의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다시 힘을 모아 주시길 간절히 호소 드립니다. 저 또한 평당원으로 함께하겠습니다. 
 
각자의 전망이 아닌 모두의 전망을 고민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결과에 앞서 태도로 당원과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원 여러분께 너무나 많은 빚을 졌습니다.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말씀밖에 달리 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코코시럽 2016.07.20 23:56

    홍세화님의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를 오르며"를 읽고 막연히 입당한 이후 구교현님이 알바노조활동을 거치며 대표 경선에 나선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뭔가 당의 앞길에 대한 기대와 동경이 생겼더랬습니다. 고생 많으셨고 맘편히 쉬셨다가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시길~!

  • 박충수 2016.07.22 20:57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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