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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아직은 무사고인 택시노동자입니다.

복잡한 도로 위를 비집고 주황색 자동차가 달려가고 있습니다. 아까부터 왼쪽 깜빡이를 켜고 있습니다. 네거리에 다다릅니다. 당연히 왼쪽으로 갈 줄 알았던 차가 이크, 오른쪽으로 회전합니다. 속도를 급히 줄이고 경적을 빵하고 울려줍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냥 제 갈 길을 갑니다. 민주노동당입니다.

 

짜증을 참고 저도 제 갈 길을 갑니다. 짙은 회색빛의 차량이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앞서가고 있습니다. 교차로에 다다릅니다. 좌회전 할 것이라는 제 생각은 이번에도 빗나갑니다. 유턴합니다. 진보신당내 통합파입니다.

 

다시 제 갈 길을 갑니다. 저 앞 네거리 1차로에 빨간색 선명한 차 한 대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얌전히 서 있습니다. 깜빡, 깜빡, 깜빡... 저도 차 뒤에 서서 신호를 기다립니다. 잠시 후 좌회전 신호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앞차가 출발하지 않고 마냥 서 있습니다. 투덜대며 내려서 앞차에 다가봅니다. 여러 사람들이 차안에서 소란스럽습니다. 사람들은 많은데 웬일인지 운전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기름도 떨어졌다고 합니다. 독자파입니다......

 

 

얼마 전, 그로리아 위원장이자 인노협 초대 쟁의국장이었던 고 박태석 동지의 기일을 맞아 마석에 다녀왔습니다. 그가 떠난 지도 벌써 십년이 되었습니다. 연락에 문제가 있어서 와야 할 사람들이 오지 못했습니다.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는 이제껏 제가 만난 이들 중에서 노동자로서의 계급적 직관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늘 옳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항상 옳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무절제 하였습니다. 80년대 말 공단을 힙쓸며 목재노동자의 전설이었던 그는 몹쓸 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무절제하여 자신의 몸을 추스르지 못했고 결국 치올라오는 핏덩어리를 스스로 토해내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우리들 중 어떤 이들은 그의 계급성을 높이 사서 그를 따랐고, 또 어떤 이들은 그의 무절제함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를 따른 이들 중에는 구 씨에이 출신들이 많았고, 못마땅히 여긴 이들 중에는 민중회의 동지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사상이나 노선 또는 정치적 입장, 이런 것들이 과학적 사고가 아닌 어쩌면 개인의 취향일지도 모른다는 다소 무리한 생각을 해봅니다.

 

 

민주노동당과의 통합문제로 당이 시끄럽습니다. 진로 문제는 조직내 가장 큰 사안인지라 저 같은 사람도 컴퓨터 앞에 앉게 합니다. 나가수 노래 다운 받는 거 이외에는 인터넷을 안해 본지가 2년이 넘은 저인데 말입니다. 난 어디로 가야하나요 ......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는 민주노동당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타조직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위에 있는 차들은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스럽게 운행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 시절, 우리가 만들었던 당로고가 빨강과 노랑의 합성인 주황색이라는 사실이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유턴을 하고자 하는 인천시당내 용띠 동지들께는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유턴이 동지들께서 의도한 바인지 아니면 좌회전 하려다 핸들을 너무 꺾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저는 동지들의 삶을 잘 알고 있고 그간의 헌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설령 동지들이 가는 길이 민주노동당이 아닌 민주당이라 할지라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좀 더 품위 있게 처신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방향이야 다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소신있게 가려고 하는 후배들을 너무 윽박지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이제 동지들께서는 어느덧 지천명을 눈앞에 둔 지역의 어른들이 되었으니까요. 경고가 아닌 권고이니 너무 언짢아하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독자파 동지들은 더 이상 차 안에서 논쟁하지 마시고 모두들 내려서 함께 자동차를 밀어야 할 것입니다......

 

 

난 어디로 가야하나요......

부슬부슬 비 내리는 밤거리에 서 있습니다. 이정표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위의 모두가 소중한 이들이기에 잠시 머뭇거립니다. 비 맞은 몸이 떨려오고 계속 있을 수는 없어 이내 몸을 움직여봅니다.

 난 어디로 가야하나요......

독자파 동지들께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운전자도 없이 엥꼬난 자동차를  낑낑대며 밀고 가야하는 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까닭입니다. 과학이 아닌 순전한 저의 취향이기에 당원 동지들께 함께 하자고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아주 힘들고 느린 길이 될 것입니다......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끝장내고 우리가 원하는 그날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일이 곧 운동이고 활동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날이 낼 모레쯤 올런지 또는 천년이 걸릴런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정당조직이기에 여론이나 지지율, 의석수 같은 숫자들에 민감해야 할 것이나 너무 조급해 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당원 동지 모두들 건강하시고 목적지까지 안전운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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