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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보정치가 갈 길이 아니다"
[기고-3자 통합 비판] "붕당정치, 3김정치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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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3자 원샷’ 통합―민주노동당과 통합연대, 국민참여당의 통합―이 마지막 진통 끝에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통합연대는 이 3자 통합을 ‘진보대통합’이라 포장하고 있고, 언론에서도 ‘진보 3자 통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겉포장과 내용물이 다르다. 핵심적인 문제는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의 색깔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노회찬 통합연대 공동대표는 며칠 전 ‘나는 꼼수다’에서 "소주와 맥수를 섞어서 원샷 하면 더 맛있다"는 비유적인 어법으로 3자 통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리고 민주당과 통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막걸리를 섞으면 맛이 이상해진다"고 답했다. 해석하면 국민참여당은 함께 할 수 있는 진보세력이지만 민주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참여당, 진보 아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신 계승을 표방한 국민참여당은 결코 진보가 아니다. 노무현 스스로 자신은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고백했듯이 참여정부는 신자유주의 정권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IMF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사회를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면 노무현은 경제위기가 극복되고, 다수당의 지위를 점한 호조건 속에서도 되레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 강화하여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노동 유연화와 노동탄압에 앞장섰다. 한미FTA를 추진했고, 한나라당과 손잡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어떤 측면에서는 김대중 정부보다 더 능동적으로 신자유주의의 길로 간 것이다.

국민참여당이 진보가 아니라 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이라는 것은 통합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노‧심‧조’도 인정한 바 있다.

조승수 통합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0월초 진보신당의 당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진보정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은 “진보정치 소멸로 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9월 4일 당대회에서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이 부결될 경우 “진보신당의 깃발이 남아 있으면 그 깃발 아래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회찬 공동대표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18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국민참여당을 자유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과정에서 참여당 문제는 고려할 바가 아니”라고 말했다.

심상정 공동대표 또한 지난 7월 1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정당 간의 통합을 통해 진보정치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국민참여당을 비롯한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은 차후에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통합연대의 주요 인사들은 자신들 스스로도 국민참여당을 자유주의 세력이라고 규정했고, 진보정당 통합에서 자유주의 세력은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요 몇 달 사이에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으로 ‘환골탈태’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진실은 간단하다. 이들은 진보(통합연대, 민주노동당)―자유주의(국민참여당) 세력의 연합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진보대통합’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놀랍다 못해 무섭다.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말을 바꾸는 것도 그렇고, 평소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우리가 깃발 들고 나가니 따라 오라’는 태도도 그렇다. 이쯤 되면 조선시대의 붕당정치나 80~90년대의 ‘3김 정치’와 뭐가 다른가.

차라리 솔직하게 고백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원래 국민참여당도 통합 대상이었지만, 진보 양당의 통합이 더 중요했기에 잠시 숨겨두었던 카드였다고. 그리고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이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궤도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보의 정체성은 반자본주의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배신 행보도 거침이 없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민주노동당은 지난 해 지방선거를 계기로 ‘반MB 연합’으로 기울었고, 올해 들어 ‘사회주의 강령’을 삭제하는 등 우경화의 길을 밟아왔다. 급기야 지난 9월 25일 당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이 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3자 원샷’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의 최대 조직 기반인 민주노총의 상층부도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3자 원샷’ 통합은 진보정치가 갈 길이 아니다. 진보가 보수나 자유주의와 구분되는 지점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지향을 분명히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진보의 정체성이다.

이미 세계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대의 위기 국면에 돌입하였다. 또한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망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1%에 대한 99%의 저항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정세에서 진보정치가 해야 할 역할은 자본주의 극복의 지향을 분명히 하면서 노동자 민중을 묶어세우는 것이 아닐까.

물론 2012년 정치적 격변기가 코앞에 있고, 따라서 선거 투쟁도 중요하다. 하지만 선거 연대와 당 통합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진보정당은 본연의 과제, 곧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강화하고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도 부정

   
  ▲필자.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통합은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도 부정하는 것이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자.

민주노조운동은 신자유주의 정권과의 대립을 분명히 하면서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온갖 우여곡절 속에서도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 대중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그동안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잘못되었다고, 국회에서 노동에 유리한 법을 통과시키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고 우길 것인가.

자유주의 세력과의 통합을 진보대통합이라고 강변하면서 배타적 지지 방침이란 이름으로 조합원들에게 표와 돈을 호소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갑갑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다. 현장에서부터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하고, 그동안 추진해온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남은 자산마저 물거품으로 만드는 ‘3자 원샷’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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