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문들마저 우려하는, 용어 표현도 참으로 어렵고 생소한 서너 개 독소조항들을 확인해 본다.
1.래칫(ratchet)조항 - '톱니바퀴의 역진방지장치'로 불리는 레칫이란 낚시할 때 쓰는 미늘 같은 것인데, 거꾸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즉,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조항이다.
2.네거티브 리스트 (Negative List) - 보통 국가 간 조약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개방해야 할 분야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포지티브방식-Positive)이 아니라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 적시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아직 생겨나지 않은 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서비스시장도 무조건 모두 군말 없이 개방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3.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 (Future MFN Treatment) - 향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의 FTA협정에서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한미 FTA에 소급 적용하는 조항이다. 이를테면 일본과 FTA를 체결할 경우,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우위인 콩이나 보리를 개방했을 때, 본디 한미 FTA에는 없었던 콩이나 보리도 즉각 미국에 개방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4.투자자 - 국가 제소권 (ISD) -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조항이다. 한국에 투자한 미국 자본이나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민간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투자자본이나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결나면 한국 정부가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 이 경우 당연히 한국보다 힘센 미국의 투기자본과 초국적 기업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미국의 다른 별칭 가운데 하나가 '소송의 나라'이지 않은가.
에구구. 역시 어떤 분 말마따나 우리나라 경제 규모보다 15배나 큰 미국 사람들의 참으로 미국스러운 발상들이다.
문화·복지 분야 변화는?
자동차, 전자 분야 등에서는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개인적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역시 문화 분야이다. 미국 채널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미국 프로그램 TV시청 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다. 국산 의무방송비율이 영화는 25%에서 20%로, 애니메이션은 35%에서 30%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제약업계이다. 복제약품 생산이 금지되어 의약품 가격이 오를 것이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계층은 저소득층과 노년층이다.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 정부의 묘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안 그래도 소득 양극화로 인한 의료 서비스 양극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공공복지 서비스 분야는 더욱 열악해질 것이고 의료민영화마저 고개를 들 것이다.
중상 이상 경제력을 가진 주부들은 자녀들에게 입힐 7만 원이 넘는 토미힐피거 티셔츠와 캘빈클라인 스키니진을 1만 원 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4천만 원 안팎의 포드 토러스 승용차도 300만 원 정도 내린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우리나라 중산층 주부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맛난 미국산 체리도 좀더 저렴하게 사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소비행태는 평범한 수입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에서 촉발되어 전세계 수백 개 도시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1% 대 99%' 데모 사태를 보면 한미 FTA가 더욱 찜찜한 기분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