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준식(영화감독)

저는 진보신당 당원입니다. 똥누리당(?) 당원도 아니고, 통통당(?) 당원도 아니었으며, 하다못해 우주로 사라져 버린 민노당 당원도 아니었습니다.(태극당 빵집엔 자주 갔었습니다)


언제였던가?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 해놓곤 몽둥이찜질을 퍼부었던 노무현 정권에게 화가 나 있던 때인 거 같아요. 개성공단 상주기업의 북한노동자 착취에 대해서 통일을 위해 어쩔 수 없다 말하던 민노당에 헐~ 대박! 했던 때인 거 같아요. 사실은 가장 자신의 이념에 맞게 할 일들은 다하면서 ‘정치’라는 이름으로 민중들을 현혹하는 꾼들에게 적잖이 실망하던 때였지요.


그때 손에 쥔 거 하나 없이 허허 벌판 ‘진보’라는 이름을 걸고 새로운 정치 해보겠다던 ‘진보신당’. 이 당에 한 달에 몇 만원이라는 돈을 내도 이 쫀쫀한 생활에 ‘윤기’를 불어넣어 주리라 믿으며 가입한 기억이 납니다.


근데... 윤기는커녕 걱정만 안겨 주더군요. 아시다시피 우리 당은 보기 좋게(?) 반 토막이 났습니다. 벌판에 깃발을 꽂겠다던 인사들은 깃발만 남기고 어디론가 가버렸고 대중들에겐 말 안 듣는 막내아들 취급당하기 일보직전입니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한 가지 제가 당원으로서 이리 아웃팅을 하고 ‘사랑한다’ 고백을 하는 것은 애초에 이 당을 처음 접했을 때의 ‘진보’다운 정치, ‘좌파’다운 정치가 아직 시작도 해보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떠난 이들, 알아서 잘 살라 품어주고 우리는 우리다운 정치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20년도 훨씬 더 된 ‘전열’이라는 다큐멘터리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언제 우리가 승리의 기쁨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승리는 끝도 없는 패배 속에서부터 나온다’라는 말입니다. 꼭 승리를 위해 살 필요는 없지만 아직 시작도 못해본 진보좌파 정치의 시작을 위해 ‘진보신당’의 존재는 말로 해봤자 입만 아픈 자명한(!) 사실입니다.


깜냥에 얼마 전, 이소선 어머니를 다룬 ‘어머니’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만들면서 그녀에게 반했던 가장 큰 부분은 사람들을 만날 때 어머니의 첫 반응이었습니다. 노동부장관이나 총리를 만날 때면 아는 척도 안합니다. 전태일과 이소선이라는 이름에 기대 정치력을 키운 국회의원들을 만날 때면 일단 가슴팍을 한 대 쎄게 치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평생을 같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 온 유가협 어머니 아버님들을 만날 때면 포옹과 부비 부비가 따라 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장 힘든 장기투쟁 사업장이나 힘든 싸움을 펼치는 노동자들을 만날 때면 긴 시간 깊게 안으며 토닥 토닥 하십니다. 그것도 아주 일관되게...


저는 이런 이소선 어머니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는 당은 자랑스럽게도 ‘진보신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동지를 챙기고 아픈 자들을 위로하며 그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며 세상 몬든 권력에게는 당당하게 투쟁하는 정당. ‘진보신당’. 어려운 길을 가는 당원동지들이 자랑스럽다는 수사 보다는 진보좌파 정치의 권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실천하는 당원이 되겠다는 다짐, 어줍게 남겨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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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식
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했다. 베를린 영화제 영 포럼에 초청된 <총파업 투쟁 속보>(1997), 올해의 인권영화상과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우수작품상을 수상한<인간의 시간>(2000),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2005), <농담 같은 이야기 – 저작권 제자리 찾아주기프로젝트 1.0>(2006)등을 연출했다. 2005년 경성펀드 지원작인 <필승! Ver 2.0 연영석>(2007)은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33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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