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나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노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것을 행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그것은 별이 회전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학교를 다니던 때가 기억난다. 나는 소위 운동의 중심권은 아니었다. 다만 그 변두리 어딘가를 서성거리며 저 당연한 명제들이 왜 실현되지 못하는지를 안타까워했을 뿐이었다. 누군가는 그런 고민은 값싸고 잉여적인 것이라며 폄하해댔지만, 당시의 나는 여전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과는 반대로 움직여갔다. 현재 신자유주의는 고민을 거세하는 사회다. 미래에 대한 꿈을 싹틔우기에도 24시간이 부족할 청춘들이 학교와 학원의 어딘가에서 경쟁의 트랙을 질주중이다. 그 누구도 고민할 수 없다. 위를 바라보는 순간 추락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렬로 서서 획일화되며 이런 배경에서 문화담론을 끄집어낸다는 것은 가히 사치에 가까운 일이 되어버렸다. 음악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심각히 향후 10년 뒤의 한국음악 씬을 걱정한다.

 

10대 소녀가 벌써부터 베테랑 공무원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학생 열 명 중 여덟은 길고 가늘게 사는 삶을 자신의 지표로 삼고 있다. 거짓말이 아니다.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노동이 생계로 전락하고, 그나마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어렵게 된 현실 외의 다른 범인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디 이것이 정상이 아니라고 보는 게 나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을 뿐이다.

 

하여, 나는 고민하는 주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삶의 다양한 지류들이 생겨나고 자신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주체들이 많아지는 곳, 그곳을 나는 진보라 부를 것이다. 진보의 정의가 바뀌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현재 진보신당의 역할은 중요하다. 몸담고 있던 사회당이라는 간판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나의 고민은 여기서도 유효할 것이다. 숱한 시행착오와 의미 없어 보이는 제스처들이 세상을 바꾸었듯 이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언어들이, 몸짓들이, 행위들이 쌓이고 흘러 언젠가는 균열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요란한 문구나 가식적인 치장이 없어서 나는 이곳이 좋다.첫 걸음이 돌이킬 수 없는 큰 비약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천천히 나아갈 것이다.

 

20120401211838_0906.jpg ▲ 이경준(대중음악평론가)

오이뮤직, 프라우드 등 이제는 사라져버린 음악잡지에 칼럼을 싣다 지금은 음악웹진 100비트, 보다, 네이버 오늘의 뮤직, 다음뮤직 등에서 열심히 음악관련 글을 쓰고 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며 평론계에서도 정말 소수만 주목하는 익스트림 뮤직을 비롯한 마이너 장르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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