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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총파업이라는 건, 규모가 큰 노동조합이 위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앞에 붙이는 수식어. 혹은 노동절이나 노대회 때보다는 적은 노동자들이 광장에 모여 집회를 하는 것. 딱 그 정도였다. 96, 97년도에 노동법 개악 투쟁 당시 총파업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하지만, 아무런 감흥 없는 역사 속의 사건에 가까웠다. 흔히들 말하던 뻥파업이 나에게는 총파업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그래서 현 민주노총 지도부가 선거 당시에 총파업을 주요 구호로 제시했었을 때, 의아했다. 총파업을 총파업답게 하겠다는 선언이었겠지만, 정말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날짜는 하루하루 지나갔다. 총파업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지지하는 현수막을 달면서도, 이번 총파업이 어떠한 의미를 만들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4.24 총파업이 다가왔다. 4월 2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광장. 광장에 자리한 것은 조금 덜 찬 사람들, 약 1만 명 정도. 기대만큼 많지 않은 인파에 살짝 실망감이 들었지만 집회가 서울로 집중된 것이 아니라, 전국 17개 시, 도에서 동시다발로 집회가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가 모인 것일 테다. 

 시청 앞 광장에 자리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회가 시작됐다. 사전에 본 집회 시간이 짧았던 것을 들었던 탓에, 이후에 지난 4.18 세월호 범국민 추모제 당시를 연상케 하는 계획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으로 앉아 있었다. 이후에 무엇이 진행될까 궁금해 하는 와중에 대구에서는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했고, 경남에서는 도청까지 진입했다는 소식들을 들었다. 들려오는 소식들에 정말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 그 역사적인 자리에 내가 있구나 하는 긴장감마저 들었다. 

 예정보다는 지연되기는 했지만, 평소와 비하면 상당히 짧게 집회가 마무리 되었고, 행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행진은 당초의 예상과 달리 순순히 종로 일대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아무리 총파업을 민주노총의 절대적인 과업으로 걸었어도, 결국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낙원상가 앞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꺾었던 앞쪽의 사람들이 갑자기 돌아서서 정반대인 좌측으로 뛰기 시작했다. 경찰들은 당황스러운 나머지 다급하게 방송했고, 우리는 올 것이 왔구나하면서 뒤따라갔다. 터널 같은 낙원상가를 지나고 보니 앞에는 이미 완성된 경찰 차벽이 보였다. 정부는 항상 시위대의 앞을 내다보고 있던 것이다. 우리가 낙원상가 쪽으로 진입시도를 했듯이 뒤편의 사람들도 여럿으로 나뉘어 돌파하려고 시도했지만, 다들 막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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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벽을 앞에 두고는 평소와 같은 소강상태 이어졌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종각 사거리로 모이라는 말을 들었다. 다른 방법을 시도하려고 집결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정리 집회가 시작되었다. 보통의 집회가 7시 즈음에 시작되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한참을 진행해도 모자를 것 같은데, 6시에 정리한다니 의구심이 남았다. 이렇게 집회가 끝난다면, 하루 집회하는 것이 전부라면, 정말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하는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파업의 힘은 위력적인 시위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자의 힘, 파업의 힘은 바로 사회를 멈추게 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말도 안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일터에서, 집에서 뛰쳐나와 싸우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게 기반을 쌓고 확장해나가는 원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일일 것이다. 4.24 총파업.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세상을 바꿀 방법을,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을 열어가는 단추가 될 것이다. 



[표석(노동당 비정규노동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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