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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 부산행 차를 탔다. 생애 두 번째 부산행이었다. 첫 번째 부산행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들과 부산행이었다. 딱히 여행가는 이유는 없었다. 다만 친구들이나 나나, 피시방이나 영화관 간 것 말고는 뭐 한번 놀아본 적이 없어서였는지 그런 여행을 동경했던 것 같다. 꼴에 낭만에 도전한다고, 경비를 줄이겠다고 밤기차를 탔다 그런데 스스로 여행이라는 것을, 홀로 다른 지역으로 한 번도 떠나보지 않은 사람들이 무엇을 할 줄 알겠는가. 이른 새벽에 부산에 도착했었는데, 오갈 데가 없었다. 아는 곳도 없고 그렇다고 택시를 타고 다닐 만큼 돈을 챙겨온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어리버리하다가 피시방에서 아침까지 시간을 때웠다. 아침이 되어서야 그나마 관광다운 관광을 했는데, 일출을 보고, 밀면을 먹고, 부산타워인가를 보고 그렇게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를 먹다가 저녁에 돌아왔다. 그게 전부였다. 


 이렇게 장대하게 나의 부산 여행기를 적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러니까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부산행 희망버스를 타본 적이 없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 올라가 있을 때도, 당에서 수차례 부산으로 희망버스가 출발할 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던, '희망버스'라는 단어를 창조했던 부산 희망버스에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이다. 군대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달래며 이번 부산행을 출발했다. 


 부산 생탁 택시 희망버스라는 행사였지만 버스를 타고가지는 않았다. 부산으로 차를 타고 가는 최승현 부대표와 당원들의 차에 얻어 타고 갔다. 부산까지의 여정이 길다보니 다른 분들이 번갈아가면서 운전을 했는데, 운이 좋게도 나는 장롱면허를 가지고 있어서 운전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책을 읽었다. 손아람 작가가 쓴 디플러스라는 소설이었는데, 작중 내용에 전학협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같이 있는 분들이 당시에 전학협으로 활동했던 분들이어서 오묘한 기분을 느끼며 부산으로 향했다.


 희망버스 집회는 생탁 공장 앞에서 부산시청 앞으로 이어졌다. 부산 시청 앞에는 생탁노동자 송복남씨와 택시노동자 심정보씨가 시청앞 전광판에 올라가있다. 크레인, 굴뚝, 송전탑에 이어 노동자들이 오르는 곳이 되어버린 전광판. 끊임없이 고공으로 향하는 노동자들. 사업장도 소속 노조도 다른 노동자가 함께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두 노동자의 공통점은 민주노조를 말살하고 있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의 피해자라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고, 불법행위를 일삼지만 사업장 내 다수인 어용노조를 앞세워 무마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감시 감독해야할 부산고용노동청 또한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는커녕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 사건을 눈감고 있다. 사측과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부산고용노동청이라는 트로이카에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이 핍박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생탁노동자 진덕진 조합원이 장기투쟁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생탁과 부산고용노동청,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라는 악법이 만들어낸 사회적 타살이었다.


 부산시청 앞에서의 집회가 마무리될 무렵, 지인을 만나 술을 마시고는 서울행 심야버스를 탔다. 다음날 있는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가야했기 때문이었다. 이튿날이 되어 청계광장에 자리한 수많은 열사 희생자의 영정 속에서, 낯이 익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월요일에는 고공의 두 노동자가 경찰과의 마찰로 단식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의 운동이 가야할 길이 서울에서 부산만큼만 되어도 좋을 텐데.
(심정보씨와 송복남씨의 단식은 경찰과의 문제가 해결되어 화요일에 중단되었다.)


[표석(노동당 비정규노동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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