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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당, 약장수 정치와 작별하기

posted Nov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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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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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무가당 정치, 약장수 정치와 영원히 작별하는 법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진정 한미FTA와 이별하고 강정마을을 살리는 길은 이명박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선택은 이전과는 다른 투표를 하는 것이다. 진보신당같은 대안세력을 지지하는 것, 이익이 아니라 가치에 투표하는 것이 진짜 승리다.


총선이 사실상 시작됐음은 이제 9시 뉴스의 상당 부분이 정치 이야기로 채워지고, 아침 출근길 신생정당의 현수막이 하나씩 늘어가는 것을 보며 절감한다. 그러나 이번 총선도 막은 올랐는데 무대가 그다지 흥겹지만은 않다. 무대에 오른 주인공들이 죄다 어제의 용사들이다.

총선이라는 만화경을 통해 들여다본 2012년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가당의 정치다. 바로 ‘가치’가 사라진 정당이다. 주스의 무가당은 몸에 좋지만 정치의 무가당은 민주주의에 치명적이다.

흔히들 정치란 권력을 잡는 것이고 정당이란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한다. 사실이 아니다. 정치가 권력투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정치의 정의는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정치는 권력을 잡는 순간 허망하게 끝나야 한다.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해산하겠습니다.’ 그런 정당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정당은 자신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권력은 그 가치를 현실화 하는 방법일 뿐이다. 결국 정치란 가치의 실현이다.

그런데 한국정치는 이상하게도 1등도, 2등도, 3등도 자신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자기들의 원칙이 무엇인지가 없다. 그저 누가 1등이고 2등인지만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어제의 파란색은 오늘의 빨강이 되고, 자기가 시작한 FTA를 자기가 반대하고 있다. 이게 바로 한국 정치의 치명적 마력인 무가당 정치다. 무가당에 한번 맛을 들이면 한나라당에서 자유선진당으로 갔다가 민주당으로 유턴하는 ‘대통합의 정치’를 발휘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무원칙의 정점, 야권연대

이런 무가치, 무원칙한 한국 정치의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이번의 야권연대다. 진보신당이 두당연대라고 정치적 교정을 해주었건만 본인들이 야권연대라고 부득불 우긴다. 연대란 목적과 교집합에 기반한 합의가 존재해야한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에 당명 말고 무슨 교집합이 있는가.

야당은 정체성이 아니다. 야당은 주어진 조건이지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야당이니까 뭉쳐야 한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자유선진당하고 같이 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자유선진당 스럽지 않은 무언가가 이 ‘야권연대’ 안에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이 무엇인지 도통 보이지 않는다.

두 당은 그게 ‘반MB’, 즉 정권심판이라고 말한다. 정권심판으로 통했으면 그만이고 남은 것은 새누리당 당선자 숫자 줄이기라고 한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이야 자료가 아니라 몸으로도 느껴지는 것이기에 재론할 필요가 없지만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오직 이명박이라는 이름으로 갈음할 수 있는 것들인가? 가령 비정규직의 확산이나 양극화, FTA의 그림자가 이명박 정권 출범 전에는 전혀 없다가 4년 전에야 시작된 듯이 이야기하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안다.

문제는 4대강 공사를 주도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런 얼토당토않은 사업이 가능하도록 만든 한국사회의 구조다. 이걸 무시하고 ‘모든 문제는 MB탓’이라는 주문을 외우는 것은 착오이거나 아니면 이전 정권의 책임을 덮으려는 불순한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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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권의 잊고 싶은 기억이 너무도 많은 민주당이야 그렇다치고 도대체 통합진보당은 왜 덩달아 무가당 정치에 몰입하는가. 통진당의 주류들에게, 김일성 일족에 대한 반대가 시대정신이 될 수 없듯이, 반MB는 시대정신이 아니다. 이명박은 한국사회의 온갖 병폐의 상징일수는 있어도 병폐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런데도 가치나 원칙 따위 필요 없고 이명박에 대한 불타는 증오만 있다면 다 우리 편이니 후보부터 단일화하고 보자는 연대는 연대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번의 야권연대는 무엇을 위한 연대인지는 사라지고 누가 선수로 뛰는지 여부만 남았다. 이름은 둘 다 통합인데 모양은 경합인 셈이다.

이런 야권연대로 총선에서 승리하고, 여세를 몰아 대선도 승리해 정권교체해도 좋은 세상은 오지 않는다. MB가 ‘민주블록’으로 교체될 때 무슨 일이 한국사회에 생기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그 연장에서 보면 민주정권은 대일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FTA를 추진할테고, 이어도를 지켜야 하니까 마라도에 해군전진기지를 만들 것이다. 또 거리에서 싸우다 어느 날 권력이 또 다른 이명박에게 넘어간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미래는 아니다.



지겨운 반복의 악순환


이 지겨운 반복을 끊어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그 묘책이 야권공동정부라고 한다. 그게 묘책인지도 의문이지만 대통령중심제 권력에서 공동정부가 성립불가라는 것은 첫 번째 미테랑 정권이 몸으로 입증했다. 첫 원내진출한 아일랜드 녹색당이 신자유주의정당과 연립했다가 바로 그 여당의 실책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사라져버린 것이 불과 재작년이다.

이 모든 것이 한국사회에서 우리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모든 문제들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정치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무가당만큼이나 무식한 우리의 약장수 정치다. 진단은 없고 무조건 처방부터 하고 보는 무면허 정치인들이 무대에 가득하다.

일본 정치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하시모토 오사카시장은 지식인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파시스트라는 수식을 달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그가 중앙정치를 목표로 내놓는 정책은 기본소득, 탈핵 등 모두 급진적인 것들 일색이다. 지금 일본사회는 임계점에 다다른 양극화와 핵발전의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 즉, 일본인들에게 필요한 정책들인데 정작 이를 제기할 진보정당이 일본정치에 부재하다 보니 극우정치인인 하시모토가 빈공간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남 이이기가 아니다. 한국사회야 말로 일본보다 더한 사회 공백과 분리, 핵발전소 증대와 안전불감증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모든 정당들이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두가 복지를 약속하고, 야권은 핵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왜, 어디서 이 문제가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직 길거리 약장수처럼 아무나 붙잡고 이 약(정책)을 먹으면 모든 병이 낫는다고 꼬드긴다. 진보신당 만이 진단을 내놓지만 정작 무대에서 밀려난 상태다.

무가당의 정치와 약장수 정치와 영원히 작별하는 법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진정 한미FTA와 이별하고 강정마을을 살리는 길은 이명박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작점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이는 누구 말처럼 ‘투표하면 이기는 것’이 아니다. 투표를 안하면 지겠지만 투표를 해도 못 이기게 만드는 원흉이 바로 한국정치의 무가당과 약장수들이다.

우리의 선택은 이전과는 ‘다른 투표’를 하는 것이다. 진보신당, 혹은 녹색당과 같은 대안세력을 지지하는 것, 이런 정당에 가입하는 것, 이익이 아니라 가치에 투표하는 것이 진짜 승리고, 미래다. 무대는 어제의 용사들일지라도 우리는 내일로 가는 관객이기 때문이다.


[ 장석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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