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르웨이에서 산 지 지금 거의 12년째 됐습니다. 한국과 역사가 판이하게 다른 나라인지라, 단순비교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비교를 삼가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눈에 띄는 면이 있습니다. 한국인의 인생주기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면 대부분을 '사기업'의 세계에서 보냅니다. 초중고를 빼고는, 군에 끌려가서 2년 동안 고생하는 기간이나, 행여나 '자본주의연구회'를 잘못 조직해서 감옥에 끌려갈 때야 '국가', '공공'의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공공부문'과 무관할 가능성은 큽니다.
한국은 사립 병원들이 90% 이상을 차지하니까 한국인의 대부분은 사립병원의 산부인과에서 태어날 가능성은 압도적으로 높고,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사립 보육원과 유치원에 다닐 가능성도 큽니다. 학교만큼은 공립일 가능성은 더 크지만, 70%가 사립인 대학에 갈 때에는 다시 한 번 사실상 사기업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아주 운이 좋아서 엄청난 경쟁을 뚫어 공무원이 되지 않는 이상 사기업에서 착취를 당하고, 이윤만 생각하는 은행에서 융자를 받고,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결국 아마도 사립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할 것입니다. 요람부터 무덤까지 사기업의 고객이나 착취대상인 '인력'으로 존재하는 셈이죠.
공공영역이 넓어지면 돈벌이의 족쇄에서 해방됩니다
노르웨이는 어떨까요? 90%의 병원들은 공립이니까 아마도 대부분의 노르웨이인들은 공립병원에서 태어나고 죽을 것이고, 80% 이상의 보육시설도 공립이니까 유치원도 아마도 공공 유치원으로 다닐 것입니다. 학교야 물론 거의 다 (98%) 공립이지만, 모든 종합대학들과 다수의 전문대학들도 공립인지라, 아마도 고등교육까지 공공영역에서 받을 것입니다. 주요 은행들의 상당부분의 주식을 국가가 보유하며 은행 대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정책적인 저이자 융자를 받아 최초의 집을 마련할 가능성이 아주 크고, 노동인구 중 약 3분의 1의 근무하는 공공부문에서 일할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또 절대 다수가 공립인 양로원에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가능성도 매우 높고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한국과 노르웨이의 주된 차이는 결국 '공공화'의 정도는 아닌가 싶습니다. 노르웨이 사회는 - 비록 사회주의도 아닌 사민주의이긴 하지만 - 상당히 큰 공공영역을 중심으로 해서 움직입니다. 의료, 교육, 노후보장 등이 다 공공영역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일단 개인이 그 경제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양질의 교육과 의료서비스, 노후 봉양을 받을 가능성은 절대적으로 높고, 거기에다가 서비스의 질부터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을 등쳐먹으면서 살 필요 없이 국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대학에서 교수 1인당 학생의 수가 한국의 평균보다 거의 두 배 적고, 돈벌이에 정신을 팔 필요를 느끼지 않는 공공병원의 의사는 의약품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약을 처방하지 않을 것이고, 국가적 기준에 맞추어서 살 만한 월급을 받는 유치원 보모는 아이 한 명 한 명을 챙길 여유가 있고... 돈벌이의 족쇄로부터 해방된 삶은 바로 편안한 삶입니다.
16번 진보신당은 교육-의료 공공화를 이루어냅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당장에 엉터리의 극단적 자본주의, 경쟁 만능의 길로 걸어온 대한민국을 완전히 바로 잡을 수야 없을 것입니다. 이 지옥을 사람이 살 만한 사회로 개조하는 데에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첫걸음은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국회에 가서 장외 투쟁의 연장으로서 무상 교육과 의료, 공공 보육, 노후연금 내실화, 의료와 교육 영역의 점차적 공공화를 목표로 삼고, 이를 향해서 투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6번 진보신당이 오도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바로 잡는 일에 착수할 기회를, 부디 주시기 바랍니다.
박노자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