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 당대표단 선거와 관련, 대표 후보들 간의 1차 토론회 실황을 인터넷으로 시청했다. 각 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주요 쟁점들에 대해 각 후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난 좋은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 각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해 본 입장에서 보면 각각의 후보가 갖고 있는 생각의 차이가 특히 잘 드러난 점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선대응에 관한 평가에 대해
대선대응에 관한 평가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보다는 일정 정도 냉정하게 상황을 평가하는 것에 더 중심을 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와서 그때는 어땠느니 저때는 또 어땠느니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공감대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기호1번 김현우 후보는 ‘누구의 잘못을 따질 일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곤란함을 비교적 분명하게 표현했다. 반면 기호2번 이용길 후보는 가장 적극적인 자세로 대선대응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 같았는데 대선방침 논의 과정에서 안효상 전 공동대표가 ‘좌파당으로의 당명 개정과 대선 단독 대응’을 묶어서 하나의 안건으로 제출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서 그러한 태도가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기호1번 김현우 후보는 ‘총선 직후에 재창당 과정이 바로 진행되지 않고 유예된 것으로부터 대선 대응 실패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과정에 대한 피상적 평가 보다는 이러한 실패가 비롯된 근본적 원인을 찾자는 태도다. 기호2번 이용길 후보와 기호3번 금민 후보는 ‘대선을 중심으로 하는 당의 정치기획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난 과정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가를 할 때에는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평가 그 자체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밑거름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세 후보의 지난 과정에 대한 평가는 각기 되새겨볼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기는 하나 좀 부족한 면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난 과정에 대한 평가를 잘 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재창당에 대해
재창당과 관련하여서는 후보 3인이 각자가 가진 상의 차이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다. 기호 1번 김현우 후보의 ‘반자본주의 무지개좌파정당’은 자본주의가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상황에서 녹색과 적색의 가치를 다양한 영역에서 반자본주의 전선의 틀을 통해 관철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김현우 후보의 이러한 전망은 우리가 지금까지 파편적으로 공유해온 이상적인 진보좌파정당의 모습을 선언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에 비하면 기호 2번 이용길 후보는 재창당과 관련한 보다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용길 후보는 녹색사회주의 노선을 기본으로 당의 혁신과 강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의 꼴을 우선 갖춘 다음 우리의 노선에 동의할 수 있는 모든 세력들과 함께 진보정치 재편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우 후보와 이용길 후보 간의 ‘고립주의 논쟁’은 이들 전망의 이러한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용길 후보가 ‘재창당을 함께 할 세력이 없다는 판단은 지나친 예단’이라며 김현우 후보의 재창당 과정에 대한 입장을 비판하자 김현우 후보는 ‘이용길 후보가 노동중심성을 강조하지만 민주노총 옛 중앙파와 함께 하자고만 할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것이 우선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용길 후보는 ‘민주노총은 비판과 혁신의 대상이지 배제와 규탄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김현우 후보는 ‘민주노총이 혁신하지 않으면 배제와 규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를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두 후보가 가지고 있는 관점이 서로 대립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중심에 놓고 판단하는 근거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 5기 당대표단 선거에 대표 후보로 나선 세 후보. 왼쪽부터 기호1번 김현우, 기호2번 이용길, 기호3번 금민 후보. (사진 : 진보신당)
기호3번 금민 후보는 정세적 전망을 근거로 하며 ‘좌파당이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전망이고 그것이 가장 대중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노동법을 지키는 운동에 그칠 것이 아니라 총체적 사회전망을 함께 말하는 재창당 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앞의 두 후보가 가진 전망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입장을 제출했다.
세 후보의 관점은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으나 역시 공통적으로 간과하고 있거나 혹은 좀 더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 지점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당의 재창당 과정은 이상적인 진보좌파정당을 건설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정치라는 차원에서 우리 당의 위상을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인가의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재창당 과정에 정확하게 반영하려면 재창당에 관한 전망은 충분히 ‘정세적’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식의 정세적 판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떤 것인가, 그것에 의해 형성될 한국의 정치·경제적 전망은 무엇인가, 한국 기성 부르주아 정치는 이 상황과 어떻게 조응하고 있는가, 여기에서 진보신당이 현실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 후보 모두 우리가 어떤 정세적 판단을 내놓는다 한들 왜소화된 우리의 처지에서는 소용이 없는 것이 될 거라는 직관을 갖고 있다는 판단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생각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나야 한다. 최소한 1차 토론에서는 이 부분이 부족했다.
당 역량 강화 및 지방선거 대응에 관해
당 역량 강화 및 지방선거 대응에 대해서는 서로 충돌하지 않는 각기 다른 입장이 드러났다. 기호 3번 금민 후보는 당협을 100개로 늘리는 것으로 당의 역량을 강화하는 ‘당협중심론’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거점 사업 등이 당의 정치적 자산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이렇게 강화된 당협을 중심으로 각자의 지역 발전 전략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나 광역단체장 선거 하나 정도는 당의 득표율 제고를 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금민 후보가 팟캐스트 방송 등에서 밝힌 내용을 통해 추론해 볼 때 이는 ‘서울시장 선거 대응론’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거구가 서울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응해서 당의 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비교하자면 기호2번 이용길 후보는 중앙 차원의 해법을 중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용길 후보는 당원들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기관지를 발간하고 당원교육 및 학습을 위한 연수원을 건설하며 비정규 및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힘있게 진행하기 위한 비정규기금을 확대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것은 앞서도 언급된 ‘당으로서의 꼴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제시된 것으로 생각된다. 기관지와 교육 및 학습 체계는 진보신당 창당시에도 시급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출됐으나 창당 5년이 지난 지금도 이루어지지 않은 미완의 사업이다. 비정규기금의 확대 강화는 당의 노동중심성을 생산적 방향으로 확대해 노동중심 대중정당의 상을 만들겠다는 전망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 열띤 토론을 이어가는 세 후보 (사진 : 진보신당)
기호1번 김현우 후보의 경우는 당원 각각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실천하고 움직일 수 있는 기초적인 체계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원이 각각의 영역에서 자기 전망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는 ‘공작원’이 되어야 하며 이것의 총합이 당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떤 측면에서 ‘당원의 정예화’가 연상되기도 하는 주장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당 역량 강화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의 주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우리 당의 지역조직이 심각하게 약화된 상황에서 이를 내버려 두면 지방선거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 이런 차원에서 금민 후보의 당협강화론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용길 후보의 기관지 및 당원 교육 강화론 역시 그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단과 정체성을 유지할 수단을 갖지 못한 진보좌파정당은 대중정당으로서 존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원 각각의 자발적 실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김현우 후보의 주장도 현대적 상황에서 새롭게 고려해볼 수 있는 정당의 상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지방선거에 대한 전망에 관해서는 세 후보 모두 고민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들었다. 2014년 지방선거는 실질적으로 우리 당이 부활(?)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 후보 모두 지방선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 주셨으나 좀 더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전망을 이야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방선거라는 것이 당의 역량을 강화하는 문제와 분리되어서 사고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방선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를 특별히 사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절실함이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놓여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부족하지만 그래도 다른 두 후보 보다는 조금 구체적인 전망을 이야기 하려고 한 금민 후보의 노력을 높이 산다.
나머지
지정토론에서도 다양한 주제의 논쟁이 오갔으나 특히 ‘조직노동’에 대한 관점에 대한 논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김현우 후보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상당 부분을 이용길 후보에게 조직노동에 대한 관점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데 사용했다. 이용길 후보는 97년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그때까지 조직된 노동운동이 이를 포괄하지 못한 것이 현재 상황의 원인이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연대해 나설 수 있을 전망을 진보정치가 제공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서 비정규직 기금을 확대·강화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안적 사업을 벌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또한 주장했다. 아마 이러한 인식은 이용길 후보 본인이 87년 이후 형성된 노동운동의 흐름에 따라 의식화되어 왔고 진보정치인으로 거듭나게 된 과정에서 얻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아마 두 후보가 가지고 있는 조직노동에 대한 전망은 그 세세한 과정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함께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였다. 1차 토론은 그러한 지점을 새롭게 부각시켜줬다.
세 후보의 토론 내용은 우리 당의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각각의 색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우리 당의 구성원들은 누구보다도 대안적인 좌파정치를 열망하는 의지를 갖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진보적 운동들의 정통한 계승자를 자처한다. 또한, 구태한 관성들과는 분리되는 좌파정당의 새로운 상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세 후보의 주장은 각기 다른 우리 당의 세 가지 얼굴을 드러내는 것에도 비유할 수 있다. 세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나머지 두 후보가 보여준 전망과 계획들을 충분히 존중해서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조금 감상적인 얘기도 덧붙일 필요가 있겠다. 열심히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 하는 후보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가 부활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한 때는 ‘우리가 정말 망했구나!’하는 생각을 가진 때도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희망적인 감상에 젖게 된 것은 참 긍정적인 일인 것 같다. 이 글을 보는 다른 당원들도 이러한 점에 새삼 주목했으면 한다. 우리가 지난 시기 얼어 죽어버렸던 것은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였다. 죽음에서 부활하는 영광을 다 같이 누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