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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서울'의 다른 잇기를 위해
- 연결하고, 학습하고, 실천하겠습니다 -

‘다른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당원들과 함께 열병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노동당의 정치적 유효성을 위해, 제가 제안한 지역정치와 효과적인 의제 전략이, 지금 시기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얻었습니다. 당원들의 선택엔 그만큼의 이유가 있을 테고, 시당위원장이었던 저의 부족함도 한몫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낙선에도 심려되는 부분은 크지 않습니다. 제한된 당의 역량에 따라 불가피하게 기존 사업들의 조정이 있겠지만 그것 역시 당원들의 판단에 의거해 신임 위원장이 잘 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다른 서울'을 선택해준 당원들께,

감사합니다. 하지만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선거가 ‘다른 서울’ 노선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이를 점검하고 좀 더 유효한 정치전략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2004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의 의정지원부장으로 당직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당직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주요한 당직 내 조정이 있었음에도 저는 서울시당 내의 당직을 고집했고, 지난 2014년 통합논의를 막기 위해 사표를 썼습니다. 그리고 시당위원장 2년을 보냈을 뿐입니다. 저에겐 당직자로서의 독특한 기준이 있었습니다. 집행기구와 의결기구의 분리, 그리고 당직자로서 가져야 하는 당파성이 그것입니다. 이를 위해 당직자를 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선출직 대의원이나 전국위원에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정당의 성장은 당내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 가능하고 그 결과가 충실히 이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철저한 당파성을 갖는 것이 저의 원칙이었습니다. 어쩌면 지난 2년의 서울시당 위원장과 당연직 전국위원으로서의 시간이 극히 예외적인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정치,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진보정치의 유효성은, 끊임없는 실험과 모든 것에 대해 ‘노동당의 관점’을 수립하려고 하는 의지에 의해 확인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정치의 현장으로서 지역을 제안했었습니다. 그것을 ‘다른 서울’이라는 슬로건으로 제안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노동당의 힘은 구체적인 정치의 실험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를 지지해주었던 당원들 역시 이런 실험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서울시당 당원 동지들께,

우리 서울시당은 다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급선회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조정이 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지금-여기 노동당에서 먼저 할 것을 앞세운 것이지 어떤 것을 버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와의 차이보다는 연속성에, 그리고 그에 더해지는 새로움에 주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10년이 넘는 당직자 생활 끝에 이제 맨 처음 진보정당운동을 시작했던 국민승리21의 시절로 돌아갑니다. 당직자의 눈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당원의 눈높이에서 다시금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미처 깨닫지 못한 오류들을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선거 기간 내내 말했던 생활하는 당원의 정치를 위한 조건을 탐색하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썩 나쁜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좀 더 지속가능한 운동을 위하여 개인적인 물질적 토양을 쌓고, 당직자로서가 아니라 당원의 입장에서 가능한 정치의 공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좀 더 편하게 만나고 떠들겠습니다. 

새로운 사회주의를 향해

지금 노동당은 강령에서 정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주의를 위한 비전과 더불어 협소해진 진보정치의 영역을 확장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서울’의 비전은 한순간의 전환이 아닙니다. 가능한 전환을 모자이크처럼 연결하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그간 서울시당의 입장은 모두 전환을 염두엔 둔 당대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당의 입장을 만들어내면서 우리가 꿈꾸는 사회의 비전이 모자이크처럼 만들어질 것이라 봤습니다. 

과거의 사회주의가 하나의 청사진이었다면, 새로운 사회주의는 다양한 청사진들의 집합일 것입니다. 단 하나의 정책으로, 단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전환되는 사회는 있을 수 없다는 현실주의가 새로운 사회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정치 실험은 주어진 국면에서 강제되는 정세의 힘에 굴복하기 보다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피하는 것이 아니라 비껴서는 것이고 마주해 짓눌리는 것이 아니라 올라타서 넘어가는 것입니다. 이런 정치운동은 지극히 이념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경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세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진보정당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그런 정치 실험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제까지 노동당은 없는 길을 이어왔습니다. 저는 이런 전통이 바로 지금-여기에서의 노동당이 가지고 있는 의미이자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도, 두려움 없이 발을 내딛음으로서 길을 새롭게 만드는 정치가 바로 노동당 운동의 가장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이 가능성을 부정한 적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비관론을 앞세우지만 끝끝내 그 안에서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끄집어내는 힘이 바로 우리의 힘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길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좀 더 고민하고, 가능한 실천의 영역을 만들고 그동안의 실험을 점검하고 점검해서 한 걸음씩 나아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개인의 걸음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동안 행복한 2년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길의 출발점에서 느끼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노동당의 가능성을 끝까지 밀어붙여 보는데 함께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6기 서울시당 위원장 김상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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