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으로서 당이 자랑스러운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내 당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옳은 말을 하는 당이길 바랬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랫동안 사회당 당원으로 있었고, 하나된 좌파정당의 꿈을 꾸며 진보신당과의 합당을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전망논쟁을 보며 일군의 당원들에게 많은 절망을 느꼈습니다. 절차대로 처리해도 저의를 의심하는 당원, 동아리정당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당원, 내손으로 문닫고 싶어서 남아있다는 당원, 무급으로 자원활동하는 당직자를 의심하는 당원, 당직자에게 하청사장급도 안된다고 말하는 당원, 어린 것이 못된것만 배웠다고 말하는 당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니 청년들은 쉬운길로만 가려 한다고 말하는 당원, 스스로를 고참당원이라 칭하며 대표단을 '뭣도 모르는 신참당원' 취급하는 당원, 화염병은 던져봤냐며, 운동은 아냐, 감옥은 가봤냐며 비아냥대는 당원, 사회당 출신이라고 끝없이 꼬리표를 달아 낙인찍는 당원, 그리고 그 많은 모욕들 앞에서 오히려 ‘청년’들이 무모하다거나 잘못했다고 말하는 당원과는 함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수없이 생각했습니다. 9기 대표단이 나이가 좀 더 많았다면, 우리가 청년이 아니었다면, 내가 사회당계가 아니었다면, 두 대표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이 많은 모욕들 중 몇 개는 안들어도 되었을 말이었을까. 이 절망을 안고서도 저는 이 당에서 활동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과 ‘노동’이라는 전망이 다르고, 그에 대해 정중하게 논쟁해준 당원들에겐 오히려 고마움을 느낍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그 모욕의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노동의 신념을 가진 분들은 또 그 분야에서 열심히 하시리라 믿습니다. 다만 신념이 달라 함께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 신념에 따라 다른 길을 가고자 합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신념을 갖고 서로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만날 날이 있겠지요. 수고하시고,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19.08.14
이혜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