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먼저 열약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표단 이하 중앙당 동지들, 그리고 각 지역에서 당에 전망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계시는 당원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1.
어려운 기로에 섰습니다. 공개된 이런저런 자료들을 보니 당의 재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열약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 사람들을 만나보면 당원이든, 비당원이든 한번씩은 당명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봅니다.
처음에는 당명개정에는 찬성하지만 ‘기본소득당’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우리 당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기본소득 의제 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2.
물론 저의 위와 같은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저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얼핏 글들을 보니 당권자가 2,000명정도라고 합니다. 솔직하게 현재의 조건에서 당의 간판을 유지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들뿐입니다. 남은 2,000여명의 당원 전원이 전업으로 당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대부분의 당원들은 저처럼 각자의 공간에서 생업과 함께 자신들의 운동을 이어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3.
이제 남은 것은 “선택과 집중”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선택과 집중이라는 표현은 이제는 너무나 식상한 표현입니다. 이 표현이 식상한 것은 그동안 우리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어를 주로 수사로 활용해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생존의 기로에서 선택과 집중만이 남은 것 같습니다.
노동당을 유지하고, 과거와 같은 역량으로 지역정치에 개입하고, 중앙에서, 현장에서 우리의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당의 재정, 당원 수, 활동력 등을 보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 남은 것이라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금의 선택과 집중은 어쩌면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가장 적절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라는 생각입니다. 어떤 당원들은 해산을 말하기도 합니다. 다른 선택지로서 해산 역시 유의미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해산이 한국사회에 몇 남지 않은 소위 ‘좌파’들에게 새로운 경각심으로 더 큰 운동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이는 매우 희박하겠지만요) 어찌되든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4.
이런 상황에서 당명개정 논쟁에 관한 글들이 사실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모두 고심 끝에 자기 주장들을 펼치시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너무 거대한 전망으로 느껴집니다. 이는 당 대표단이 고심 끝에 제출한 ‘전망’ 문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맨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입장이 바뀐 것도 전망에 설득되어서, 동의해서라기보다는 김철홍 위원장이 말씀하시듯 의미보다는 쓰임새를 찾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해서입니다.
5.
글을 올리려 하는데 서태성 부대표의 글이 올라왔더군요. 동의와 찬반을 떠나 이번 논쟁 중에서 나온 말들 중에 가장 설득력 있고, 가장 울림 있는 글이라고 평가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몇 년간의 논쟁으로 기본소득이 해방적인지, 우리에게 적절한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다들 마음으로 ‘결정’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당명개정이라는 작은 부분이 아니라, 당명개정 이후에 당은 어떤 조직형태로, 어떤 사업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찬성도, 반대도 당명 개정이 아니라, 기본소득당이 된다면 앞으로 우리 당은 중앙 정치에서, 지역에서 어떠한 사업을 어떠한 조직형태로 해야 하는지, 노동당으로 남는다면 어떠한 조직형태로 남은 역량들을 보존하며 확장해갈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무언가 정리하기보다는 생각나는대로 주저리 주저리 남깁니다. 슬슬 더위가 옵니다. 토론도 좋지만 건강들도 당에 대한 열정만큼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당원동지들께 패배감을 주려고 당원수, 당권자수를 000명'대'로 말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2999명도 2000명대로 말하는 식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