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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6 13:40

탈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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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종로중구 당협의 노서영입니다. 저는 오늘부로 전국위원직을 내려놓고 저의 첫 번째 정당이었던 노동당을 떠나고자 합니다. 전국위원에 출마하면서 촛불 정국 당시 '페미존'에서 펄럭이던 당 깃발 아래 입당을 결심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무엇보다 '뾰족해서 따뜻한' 정당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저를 믿고 선출해주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사퇴에 이어 탈당을 결심한 이유는, 이 당이 지난 당대회에서 '뾰족해서 따뜻한' 정당이기를 포기하는 결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도 정의당도 아닌 노동당에 가입했던 이유가 사라졌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공간이었기에 고민이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전국위에 참석하지 못한/않은 위원들의 이름을 지목하며 사퇴하라고 종용하는 이 당에서 더 이상은 최소한의 원칙과 예의도 찾지 못해 늦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당대회에서는 충격적인 장면이 여럿 있었습니다. 한 분의 축사가 길어지자 당원들에게 강의을 하는 것이냐며 무례한 발언을 하는 대의원도 있었고, 당권파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당 해산안을 올려봤다는, 이후 계획은 딱히 없다는 황당한 안건설명도 있었고, 그런 해산안 발의에 서명해놓고 의결 시에는 손을 들지 않는, 저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의원들도 계셨습니다. 당을 사랑한다면서 당 해산이 장난인 것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당명개정 찬반 토론에서 반대토론자 분들은 한결같이 다른 대의원들에게 당원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듣고 왔느냐고 호통을 치셨습니다. 대의원이라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대의원 자격이 없다고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습니까? 저는 대표자가 언제나 전수조사를 통해서만 입장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을 잘 전달하는 것만이 대의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맞다면 대의원은 선출하기보다 제비뽑기로 돌아가며 맡는 게 쉬울 테니까요. 저는 대표자라면, 그것도 진보정당의 대의원이라면 무엇이 더 옳고 필요한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설득할 준비가 된, 용기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전 대표단은 전국을 수차례 돌고 찬성 당원과 반대 당원들을 쉼 없이 만나며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총여학생회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고 왜 필요한지도 관심 없지만 일단 안 된다고 폐지안건을 밀어붙인 대학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와 닮아았던, 악몽같은 당대회였습니다. 학내 성폭력사건 해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무조건 총투표를 통해 총여에 대한 모든 회원의 의사를 물어야겠다던 무능한 학생대표자들이 떠올랐습니다. 저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해놓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놓고 당대회가 끝나기 전에 이겼다며 웃는 얼굴로 자리를 뜨는 대의원들을 보고 힘이 빠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악몽으로만 당대회가 기억되지 않게 해준 것은 전 대표단의 마지막 찬성발언이었습니다. "우리, 할 수 있습니다"라는 힘찬 문장을 말하기까지, 새로운 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 용기를, 그 역량을 믿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정답일지 아닐지 가보지 않고는 모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택하기보다 임금노동중심의 패러다임을 함께 전환해보자고 설득하는, 떨리지만 곧은 목소리에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탈당 후 전 대표단과 함께 나아가고자 합니다. 

더 이상은 이 당에서 선출직 대의원이 페북 그룹이나 당 게시판에 음주 후 막말이 담긴 글을 올리거나 나이주의 및 성차별주의에 입각한 발화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당 안팎에서 꼭 필요한 운동을 해나가실 동지들의 건승을 빕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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