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게시판

당원광장 / 당원게시판
조회 수 1984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4591738_574553456086475_6905950624816476164_n.jpg



14463087_574554039419750_5781668985190962885_n.jpg


농활 후기

 

김서윤

  노동당 여성위에서 진행한 여성주의 농활 배따러 가세는 내 인생의 첫 농활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난 이후에는 학교, 각 단대별, 동아리 등 여러 단체들이 주최하는 농활에 대해 접했었다. 그러나 무수한 농활을 지금까지 가지 않았던 건 그곳에서 느껴지는 반페미니즘적 문화와 권위적인 선배들의 모습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농활에 가게 되면 직접적인 것에서부터, 간접적인 것까지 성별 이분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출발하기 전부터 우리가 거주하는 숙소에서 점심 혹은 새참을 준비할 여성들을 선발한다. 꼭 여성이 하라는 직접적인 강요는 없지만 으레 그렇듯 여성에게 기대되고, 부여되는 노동이다. 이 역할에 자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농활을 주체하는 사람이 일일이 물어보게 되는데, 거의 여성에게만 묻는다. 대게 농활을 주체하는 사람은 단대장이거나, 동아리 대표이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나이 많은 선배일 확률이 높고, 이들이 어린 여성에게 의사를 묻는 것은 원치 않아도 수용해야 하는 강제성을 띄게 된다. 또한, 이것이 여성이 해야 하는 이유로 남성들은 밭에 나가 무거운 것을 들고 힘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자주 언급되는데, 내가 이번 농활을 통해 들은 여성 농민의 삶은 이 반대였다.


농촌에서 힘들고, 고된 일은 여성이 도맡아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서 밥을 하는 것도, 자식을 양육하는 것도 떠안게 된다고 했다. 이런 여성 농민의 삶을 듣는 것은 귀중한 경험이었다. 여성농민과의 간담회에서 한 여성 농민이 당신이 젊을 적에 갓난아이를 다라이에 실어 와 옆에 두고 밭일을 했었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는 밭에서 딴 고추를 팔려고 갓난아기를 집에 두고 장에 갔다고 하셨다. 가는 길에도 아이가 눈에 아른거리더니 장에 도착해서는 아이가 너무나 걱정되어 공판장에 헐값으로 고추를 팔아넘기고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 온 적이 있다며 일화를 들려주셨다.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야 하게 된 이야기라며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셨던 이야기를 꺼내시는 모습이 그간 얼마나 마음아프셨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14484827_574553812753106_936157603563687334_n.jpg


  나의 할머니께서도 어렴풋이 그런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야채를 팔러 나가야 하는데, 추운 겨울에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없었다고 하셨다. 젖을 먹고 잠든 아기를 책상과 함께 포대기로 묶어 두시고 떨어지지 않는 발을 이끌고 장에 가셨다고 했다. 아기가 혹시라도 다칠까봐, 밖에 나갈까봐 묶어둘 수밖에 없었다고 하셨다. 그때는 다 그렇게 했다고 하시면서도 코가 시큰해지셨다.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도시든 농촌이든 과거든 현재든 여성의 이중노동은 어디나 존재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일터를 퇴근하면, 또 다른 일터인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 농활이 더 신선했고, 좋았다. 우리는 함께 노동하고, 함께 휴식하고,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즐겼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아파서 첫날은 많이 쉬었지만, 농활 대원들은 나의 상태를 이해해 줬다. 다른 농활이었더라면 내가 모두가 인정할 만큼 아프지 않고서야 내가 쉬는 것을 보장 받지 못했을 것이다. 밭에 가서 풀을 매는 것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해냈다. 그리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풀 뽑는 것이 좋아서 흙을 주무르며 일하는 것에 심취했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좋아하는 빗소리를 들으며, 동지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틀은 채 노동한다는 것은 참 좋은 경험이었다. 이 감성이 밤까지 이어져 서로 시를 읽어주며 문학의 밤을 보낸 것도 참 따스웠다. 평생 볼 배는 그곳에서 다 본 것 같았다. 무게에 따라 분류되는 배들을 보며, 컨베이어 벨트의 위대함(?)도 깨닫고, 인간소외 현상(?)도 겪었지만,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농민 가족과 함께 배를 선별하고, 포장하는 작업은 농촌에서의 추억으로 자리매김 할 것 같다.

 

이번 농활을 계기로 나는 노동당에 입당하기로 했다. 노동당 여성위가 진행하는 일들이 나에겐 너무나 소중하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생활에서 숨 쉬면 살 수 있다. 그간 여성위에서 하던 사업들을 많이 참여했었다. 그 일들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해주었고, 새로운 언어로 말하게 했었다. 그런 노동당 여성위를 믿는다. 앞으로 노동당과 함께 내가 서있는 곳들은 여성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나가고 싶다. 노동당이 더 여성주의적인 정당이 되길 기대해 본다. 14470567_574553986086422_7269549077048534379_n.jpg


  • 최승현입니다 2016.10.07 17:43
    반갑습니다.
    여성위 농활도 의미있고, 재미있고,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네요.
    '다라이' 얘기는 너무 찡하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노동당 후원 안내] 노동당을 후원해 주세요 노동당 2017.11.08 83565
217 평전을 마치고 9 file 추공 2016.07.05 3339
216 우리 당의 대중논쟁을 제안하며 (첫 모임 날짜를 변경합니다) 4 신지혜 2017.05.10 3345
215 [서울시당] 서울시당 주간 일정 (5월 5주 - 6월 1주) file 서울특별시당 2017.06.01 3345
214 [여성위원회] 5월 24일 밤 10시 "두려움을 넘어 밤길 함께 걷기" 참가합니다! 함께해요~! file 여성위원회 2016.05.24 3346
213 피해자를 가장하는 것은 좋지 않다. 3 담쟁이 2018.02.19 3347
212 강원도 찰옥수수 판매합니다. 3 file 강원좌파 2017.07.24 3352
211 당원 여러분께 직접 대표단 회의를 보고드립니다 - 7기 33차 대표단회의 김한울 2016.05.31 3358
210 한 마디 더 보탭니다. 김강호입니다. 8 김강호 2018.02.12 3358
209 '기본소득당' 으로의 당명개정에 반대합니다 (연서명) 46 file 차윤석 2019.05.13 3358
208 복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당원여러분께 드립니다. 1 구교현 2018.03.06 3366
207 강남서초당협 언어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서울강남/서초 2016.04.24 3393
206 전국위원 정경진, 당대표의 진상조사를 요구합니다. 17 영등포지니 2018.02.02 3398
205 채훈병 전 예결위원장님의 해명을 읽고 드는 생각 9 구형구 2018.06.11 3398
204 노동당 '고문' 직을 사퇴합니다. 6 이용길 2016.07.15 3406
203 Show me the 노동당 : 비선언더조직을말하다 카드뉴스 Vol.1_차별 file 문성호 2018.03.27 3406
202 [출마의 변] 여러분이 바라는 서울시당 위원장이 되겠습니다 34 file 정상훈 2016.12.22 3408
201 9.23 총파업, 오늘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1 file 신지혜 2015.09.23 3409
200 [울산시당 위원장을 사퇴하며] 당원동지들께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3 이갑용 2016.04.20 3409
199 [당대표 출마의 변 송미량] 다시, 노동당의 깃발을 들겠습니다. 26 file 신나라 2018.12.28 3413
198 [청년학생위원회 위원장 후보 출마의 변] "청년"의 감투를 내려놓겠습니다. 5 file 프로폴리스 2016.12.29 3414
197 메갈리아를 싫어하며 '당신 메갈입니까?' 를 묻는 분들에게 12 테파 2016.07.28 3415
196 "기관지위원회 해산"에 관하여 14 용혜인 2017.02.17 3425
195 SNS에서 상근자들의 근태를 운운한다는데, 2 노정 2016.06.05 3430
194 서울시당 위원장입니다, 윤성희 위원장의 주장에 답합니다. 6 김상철(냥이관리인) 2016.06.07 3432
193 서울시당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3 정상훈 2018.05.14 3433
192 [마음돌봄프로젝트] 노동당 서울시당 마음돌봄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심층 인터뷰 참가자 모집 file 하윤정 2017.05.10 34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 132 Next
/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