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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술집에 가기 위해 게구석길과 중앙시장 사이의 둔덕 비탈길을 내려가는데, 중앙시장 번영회장이 물을 뿌리고 있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아! 코스모스 씨 뿌려놓고 비가 안와서 물 주고 있는 거예요.”


비탈진 언덕에 나무토막을 박아서 제법 꽃밭 모양은 갖추고 있었다. 번영회장은 중앙시장을 살리기 위해 우직하게 열심히 하는 편이다. 작년에는 대통령 상 까지 받고, 틈틈이 시장에서 이벤트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다만 그의 노력이 가상하나, 이미 사람들은 대기업 대형 매장에 돌아선 다음이다. 그의 노력이 안스러울 정도다.


“번영회장이 저 위에서 코스모스 심어놓고 물주고 있데요.”

“아! 거기 과부촌 자리......”

“과부촌이요! 거기가 과부촌 자리예요?”

“거기 하고 평릉 쪽 하고 두군델거야”


술집에 와서 술집 여주인에게 번영회장 이야기를 했더니 느닷없이 과부촌이었다.


과부촌이 생겨난 이유는, 1976년 10월 28일에서 30일 사이에 동해바다 대화퇴 어장에서 커다란 풍랑이 일었는데, 그때 묵호항 어업전진 기지에서 떠났던 오징어 잡이 어선들이 전부 침몰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선원들이 404명이나 죽었다. 누군가의 남편이었고 아버지였고 아들이었던 죽은 사내들이 떠나고 여자들은 살 길이 막연했다. 그래서 정부는 그녀들을 위해 해난주택을 지어주었고, 그것이 일명 과부촌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당시 일기예보의 정확성도 많이 떨어졌었고, 지금이면 반 나절이면 갈 수 있던 대회퇴에 그때는 이삼일이나 걸렸기에 그런 커다란 사고가 일어나게 되었다.

그 당시 묵호항은 어부가 떠날 때 하는 인사말은 ‘안녕히 다녀 오세요’ 가 아니라 ‘안녕히 가세요’ 였다. 그 만큼 삶의 경계에 있던 셈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묵호항 빤히 내려다 보이는 그곳에 집을 지어 주었던 것일까? 수 많은 과부들은 떠나간 남편을 생각하며 묵호항을 내려다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제 그녀들은 거의 떠나가고, 묵호 중앙시장 상인들은 그 곳에 코스모스 꽃밭을 만들었다. 그곳에 바람의 언덕이고, 바다의 정원길이라 이름 붙혀 놓았다.

여기서 따지고 넘어갈 것이 하나 있다. 과부촌과 묵호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지만, 평소에 무척 불만이 많았던 것이기에 이 기회에 한마디 해야겠다.


대화퇴는 동해 바다 수심 3000m 깊이의 바닥으로 부터 솟아올라 있는 해저산을 말하는 것이다. 대화퇴는 깊은 바다에서 융기한 2개의 해저산으로 구성되어 그 넓이가 수심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대략 수심 1000m를 기준으로 북쪽과 남쪽의 해산을 합한 넓이가 강원도 정도의 크기가 된다.이 해산은 오징어 조업의 중심 기지이면서 수산자원이 풍부한 어장이다.  무동력 어선이 먼 어장에 나가지 못할 때에는 이곳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우리 어선들이 먼 어장이나 해외 어장을 개척해 나간 시기는 1970년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이후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대화퇴를 중심으로 한 해역은 동해의 주요 어장이 되었다.

이 어장은 용승작용으로 저층의 영양염이 빠르게 상층부에 전달되어 식물 플랑크톤의 생산량이 많아지고, 이를 기초로 하여 해양생물의 생산성이 다른 곳보다 훨씬 높다.

황금어장은 ‘대화퇴(大和堆)’로 적혀 있다.  이 해저산이 대화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 일본의 해양탐사선 ‘야마또(大和)’호가 이곳에서 난파된 후부터라고 한다.


야마또는 5세기경 일본의 대부분을 통치하게 된 나라 이름으로, 일본을 상징하는 의미의 용어로 지금도 쓰인다. 동해 한가운데, 우리 어선들이 조업을 하는 중요한 해역을 식민지 시대부터 일본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우리 이름으로 바꾸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아쉽게 생각한다.이름을 바꾼다면 전문가들은 이렇게 제안한다. ‘동해의 가장 크고 넓은 해산(동해대해산)’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위치한 흑산도 주변 일향초는 일본이 강점하던 시기에 좌초되었던 일본 군함의 이름을 따서 불리게 되었는데 2006년에 가거초로 개명돼 늦었지만, 제 이름을 찾게 되었다. 대화퇴 어장은 공해상인 점이 다르지만, 발해인들이 이용하던 항로였고, 우리 어업인들에게 삶의 터전이 돼 왔다는 점에서 ‘동해 대해산’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기를 희망한다.


야마또(大和) 정권은 일본을 완전히 통일하여 현재의 일본으로 이어진 정통 일본 역사의 시작이다. 그래서 대화혼(大和魂) 일본말로 ‘야마또다마시’ 즉 일본 민족 정신의 진수를 이루고 있다. 일본인들이 세계 전쟁을 치르면서 보여준 일사불란한 협동정신의 전부를 보여준다. 옥쇄 라고 불리우는 천황을 위한 집단자살, 가미가제, 무사도 이 모든 것이 야마또다마시의 실체인 것이다.


바로, 일본이 붙혀놓은 이름 대화퇴 어장에서 묵호항 어민들이 사망했던 것이다. 묵호항 역시 일본인들이 석탄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만들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그 후, 과부촌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벽돌로 엉성하게 지어 놓은 집도 문제였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울부짓던 그녀들이 일 년도 못되어 새서방을 들이거나 혹은 집을 팔아넘기고 묵호를 떠나거나 묵호항 술집에서 술을 따르거나........ 그것은 마치 그녀들이 그의 남편을 만나게 된 동기 만큼 닮아 있었다.


묵호항에서의 부부 관계나 남녀 관계는 다양하고 흥미롭다. 콩밭에서 육촌 오빠에게 겁탈 당하고 어머니에게 머리 깍히고 강금당해 있다가 한 밤중 야반 도주해서 묵호항으로 와서 누나집 부엌에서 가마니 깔고 살다가 매형 따라 배를 나가기 시작해서 작은 배 선장이 되었다가 대화퇴에서 사망을 했던 어민들도 있고, 형부랑 바람 나서 도망오고, 술집여자와 손님을 만나서 살게 되었고, 다방 출신 여자들은 부지기수였다.


묵호항이 어업전진 기지가 된 것도 순전히 대화퇴 때문이었다. 60년 대 까지만해도 무동력 어선이 대부분이었기에 대화퇴까지 간다는 것은 꿈도 못 꾸었다. 겨우 70년대 들어와서 동력선이 생기고 오징어의 천국인 대화퇴까지 가게 된 것이다.


이제 빈 터만 훌렁 남겨진 과부촌 자리에 중앙시장 우직한 우리의 번영회장 께서 코스모스 꽃밭을 만들고 홀로 물을 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상상한다. 그곳 묵호항이 내려다 보이는 바람의 언덕에 가을 바람에 코스모스가 한들 한들 춤을 추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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