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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당원참여 vs 정파등록제, 정파연합당
- 전국위원들의 책임의식, 노동당 그 가능성의 중심 -


오늘은 노동당의 중장기적인 과제와 관련한 고민을 풀어본다. 평가와전망위원회 활동도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우연히 합석한 술자리에서 신지혜위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7월 초가 되면 중집, 전국위를 거치면서 어떤 중요한 국면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이후 노동당이 취할 노선과 여러 혁신들에 관한 줄기찬 논쟁이 펼쳐질 것이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가볍게, 최근 내게 생긴 다양한 별명과 지칭들을 소개해야겠다. 문 모 당원은 “홍위병”, “호위무사”라고 했고 윤 모 당원은 “구사대”, “친위대”라고 비아냥거렸다. 심지어 글을 여러 개 쓴 때문인지 “백수”라고 확신하는 당원도 나타났다.


나는 200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택배노동자로 살고 있다. 매일 탑차를 몰고 아침 6시까지 일터에 도착한다. 장시간을 운전 및 짐을 나르며 일한다. 화요일인 어제는 13시간 일했고 오늘은 11시간 분량인데 비가 많이 와서 12시간 걸렸다. 그 동안 아프거나 전날 술을 먹은 이유 등으로 지각, 조퇴, 결근을 한 적이 단 하루도 없다. 여름휴가도 없었다. 직계부모가 돌아가시면 사흘 간 다른 동료들이 대신 해 준다. 그런 내가 글을 쓴다, 써왔다.


소탐대실과 반면교사, 관계와 정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 조롱을 하더라도 좀 알고나 하자.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보니 이러저런 말장난으로 위안을 삼는 듯 하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을 천 명 이상 겪었다. 어찌 그리 천편일률인지. 진부하고 식상한 반발들이다. 그런 치졸함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자신과 상대와 구경하는 사람들의 불쾌감만 높이고 자신의 품위만 떨어뜨릴 뿐이다.


소탐대실 하지 말라는 건 토론을 하려거든 비아냥거리는 욕구를 가능하면 줄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음식의 양념처럼 적당히 가미해야지 그 자체가 전부인 글은 작성자를 부끄럽게 만들 뿐이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 그러면 그 철없음에 안타까울 뿐이다. 반면교사로서는 매우 적절한 예가 되겠지만.


나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구형구 선배보다 이장규 선배를 더 좋아했다. 이장규 선배에게는 나름의 존경심도 있었다. 나와 친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관계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처음엔 구형구 사무총장의 곤란에 대해 업보라고 생각했으며 미안하게도 내 문제는 아니었다. 구교현 대표의 경우 이름 알고 얼굴은 아는데 그냥 지인이지 잘 아는 혹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심지어 전화번호조차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즉 어떤 세월 속에 다져진 ‘동지를 위한 편들기’의 욕구가 없었다.


한편 이전에 어떤 정파에도 가입한 적이 없다. 신좌파당원회의 회원 가운데 한 명이 작년 여름에 가입을 권유했으나, 훗날을 위해 거절했다. 그 정파가 몇 달 뒤 해산하기에 권유했던 동지를 나무라긴 했다. 겨우 몇 달 뒤 해산할 조직에 가입을 권유했느냐고 그렇게 바로 한 치 앞도 예측 못하느냐고. 한 동안 그 동지가 무얼 제안하면 그때의 경험을 기억하여 귀담아 듣지 않았다.


새 별명들의 공통점은 무언가를 지키는 것들이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원칙이다. 반칙을 응징하고 무책임을 성토하는 것뿐이다. 늘 해오던 것들이다. 나는 노동당의 정상적인 소통을 촉구하는 것이다. 음주운전이나 심각한 신호위반을 한 운전자의 면허를 정지시키는 것처럼 회의와 소통을 방해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미사일과 천박한 절충주의


맑스학(Marxologie)의 대가라는 Marximilien Rubel이 맑스 전기들을 추려서 정리한 『맑스-연대기 Marx-Chronik』(1983)를 1990년 아침출판사에서 번역출간했다. 1863년 7월 6일자 편지에서 예니 맑스는 칼이 작업 중인 책을 가리켜 “독일 땅에 폭탄처럼 떨어질, 전지 50장 분량의 책”이라고 한다. 1867년 맑스는 『자본』의 정서를 끝내고 출판인에게 건네주기 위해 함부르크로 갔고 4월 17일 그는 베커에게 자신의 책이 곧 출간될 것을 신문에 보도해 줄 것을 요청하며 “그것은 확실히, 부르주아지(지주를 포함하여)의 머리로 날아갈 가장 효과적인 미사일이다”라고 한다. 당시까지의 미사일 missile은 지금과 같은 로켓이나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날아가는 무기(투창·화살·총알·돌 따위)’의 총칭이었다.


그의 바람 때문이었을까. 『자본』은 부르주아 이데올로그들, 정치경제학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강령중심의 사회주의자들의 현학취미에도 재료가 되었다. 맑스는 『자본』에서 존 스튜어트 밀을 ‘천박한 절충주의’의 ‘대표자’라고 평가했고 그의 책을 ‘부르주아 경제학의 파산선고’라고까지 비난했다. 아마도 맑스는 밀을 자본주의 사회의 유지를 위해 개혁하려고 애쓰지만 그 모순만 부각시키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부르주아 지식인이라고 본 것 같다. 맑스는 절충을 나쁘게 생각했다.


집행부, 야당, 여당 없는 당권파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기보다 어리바리한 보수야당을 상대하는 게 안전하다. 더군다나 그 야당은 역시 그에 못지않게 어리바리한 보수여당이 대당하고 있다. 언론을 이용해 양측의 무능을 비난하면서 최고 권력자의 책임, 정부의 책임 논란을 피해간다.


정치개혁과 정권재창출 혹은 정권탈환은 새로운 선명야당이나 여당 내 새 흐름이 주도한다. 물갈이와 나름의 변신 노력이다. 이런 게 꼭 국가 차원의 정치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겠는가. 진보정당 내의 정치도 마찬가지다. 구조가 같으면 역할도 비슷한 법이다.


집행부가 있고 야당이 있고 당권파라는 모호한 집단이 있다. 여당이 특정 정파로 모여 있지 않다보니 야당이 집행부와 대표단을 직접 상대하는 형국이다. 이미 결집한 세력과 갑자기 급하게 결속한 세력은 대응속도가 다른 법이다. 파죽지세에 속수무책이었는데, 정신을 추스르고 반격을 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실전 경험이 있는 군인은 다시 연습하지 않아도 바로 전투에 돌입할 수 있다. 아무튼 이 점은 몇몇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여당의 부재로 인한 전 당적 휘청거림.


보수 여야당이라는 게 인민의 정치참여를 막고 간접적으로 대리하여 그 강도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들이 심심해서 싸움질을 하고 쇼를 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것을 하면서 돈을 버는 중이다. 그러니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들은 다 싸움질만 한다며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끼면 안 된다. 그게 바로 그들의 목적이자 존재이유라고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실질적인 정치참여를 막고 있는 것이다. 구조를 인식하면 개인들을 탓하지 않게 된다.


소통능력과 정치력 vs 정파등록제, 정파연합당


평소 당원참여를 싫어하는 간부들이 있다. 그것을 회의하고 정보 제공을 귀찮아한다. 소통능력이 곧 정치력인데 그것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자들이 종종 정파등록제를 대안이랍시고 고민한다. 대리주의에 대한 깊은 고민과 비판정신이 부족한 것이다. 정파등록제는 필연적으로 두 거대 정파의 양당체제를 조성한다. 소수정파는 흡수되고 탁월한 개인은 힘을 쓰지 못한다. 원내교섭단체처럼 등록한 정파에게 유리하고 무소속을 특정 정파의 일원이 되도록 압박하게 된다.


그들이 기껏 꿈꾸는 정파연합당은 진보정당사가 보여준 것처럼 지긋지긋한 내부 갈등으로 당원들을 신물 나게 만든다. 진보정치에 무관심하도록 만드는데 기여한다. 그래 놓고 당원참여가 적어서 사업이 어렵다고 핑계를 댄다. 기존의 어떤 정당에서 나온 이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을 추진한다며 내 놓은 발상이 정파연합당이었다. 소수파의 수세적인 자구책이랄까.


그들 가운데 일부는 절충주의를 구상하던 그 이데올로그들과 함께 또 다른 당으로 갔다. 제발 그 당에서 정파등록제를 제도화하여 어디 그럴듯한 정파연합당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그 연합들끼리 지지고 볶으면서 그렇게 각자의 몫만큼 지분이나 챙기며 그렇게 지내길 바란다. 그 당이 망하든 말든. 


이렇듯 인적쇄신과 제도혁신은 개혁의 대상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노동당이 정파들의 내부 문제로 인한 소모전에 당력을 쏟는 문화,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파를 없애거나 보완적인 제도를 만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책임 있는 정파들이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그런 당풍을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레닌, 정치신문, 기관지, 패권


오랜 세월 망명지에서 고국의 선진노동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전 러시아적 정치신문을 활용한 레닌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소통의 구조와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것이 당내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수단과 방법이었으므로. 직접 만날 수 없으니 글로라도 아니 글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그에게 소통능력은 곧 정치력이었다. 자신의 정견과 정책과 지시를 조직원과 당원들에게 신속하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에게 조직을 달라 그러면 전 러시아를 뒤엎어버리겠다”라고. 자신의 권력의지를 펼칠 수단과 동지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기본소득은 싫어하면서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레닌을 닮지 못하는지 의아할 뿐이다. 당권파가 패권적이라고? 세상 어느 진보정당, 좌파정당의 당권파가 기관지를 장기간 타 정파의 소관 하에 두었는가. 정상적인 당권파라면 하루라도 빨리 기관지를 자신들이 접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그 점에서 지금의 당권파는 착하게 굴다가 두 번 발목 잡혔던 것이다.


그리고 제발 전국위원들이 당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좀 했으면 좋겠다. 총선 때 선거운동을 안했다고 밝힌 전국위원도 있고 또 투표도 안 했다는 당원도 있는 이 당의 상태를 감안한다. 그들이 지금 무얼 맡고 있다는 것도 민망한 일이다. 그런데 전국위원이나 대의원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당원들을 독려하진 못할망정 그렇게 활동하고 아니 안 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지.


전국위 결정들에 대한 전국위원들의 책임의식


다시 전국위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공부로 돌아가자. 노동당 전국위원들이여! 전국위에서 결정한 사업들, 전국위에서 설치한 기구들의 활동과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갖자. 질문도 하고 비판도 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령 대표단 활동비는 매달 얼마로 책정했었는지 그 액수를 알고들 있는가? 두 달 동안의 평가와전망위원회 사업예산은 총액이 얼마인지 그 액수를 알고들 있는가? 당원들이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들을 할 것인가.


전국위에서 설치하고 전국위원들이 일부 참여하고 나중에 전국위에 종합 활동보고서가 제출될 텐데, 왜 그 사이에는 아무런 관심과 애정을 갖지 않는 것인가. 도와줄 건 없는지, 잘못된 점은 없는지, 지역에서 부문에서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내용을 알아야 전국위에서 그것에 대해 검토하고 질문하고 찬반토론을 하지 않겠는가. 그날 갑자기 안건자료집 펴놓고 고민을 시작하면 너무 늦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관행처럼 그랬어도 총선 이후 당이 존폐위기에 빠졌다고 하는 마당인데.


최근 다른 일로 전국의 동지들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전국위원들이 당내 문제와 어떤 사안들에 대해 정보가 너무 없음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물론 지역과 부문에서 너무나 성실하게 활동하다보니 잘 모를 수도 있다. 중앙당 당직자만큼 직접적으로 자기 일과 관련되지 않으면 소홀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위는 당의 전국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곳이다. 최고의사결정을 하는 곳이다.


특히 전망 논의는 자신들의 미래와 직결된 내용들이다. 그런 주제들을 놓고 당원들과 이야기 나누고 조직해야 하는 게 아닌가. 당원들의 생각을 듣고 토론을 통해 정리한 결론과 입장을 갖고 전국위에 참석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정보는 언제든 중앙당이나 해당 기구에 요청도 해야 한다. 지역에서 평전위원들과 당원들의 간담회를 연다면 지역당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개별적으로 요청하는 곳에만 똑같은 설명을 반복하기보다 모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게 더 나은 정치다. 그런 일을 원활하게 하는 게 소통이고 관료들은 일이 늘기에 기피하더라도 당내 정치인들은 그걸 활용해야 한다.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정견을 밝히면서 당원들에게 정보를 주고 판단의 방향을 제시하고 의견을 듣고. 그게 정치 아닌가.


전국위원들조차 모르는 게 많고 관심을 안 가지니 당원들은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사실 정보가 부족하면 질문도 어렵다. 당원들은 잘 모르는데 어디선가는 선수들끼리는 심각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노동당 그 가능성의 중심


시간 많은 백수라. 나는 평균 4시간을 잔다. 일마치고 귀가하면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고 주말엔 야구도 하고 바둑도 둔다. 얼마 안 되는 금쪽같은 자유시간을 쪼개어 당원게시판에 당원들이 알면 좋을 내용을 담아 정치적인 글을 쓴다. 재미없는 걸 억지로 하는 건 아니지만, 그 어떠한 글도 심심해서 혹은 알량한 호승심에서 작성하지 않는다. 호미로 가능한 걸 가래까지 동원하지 않는다.


내가 전업활동가나 직업상근자가 아니고, 풀타임으로 정치조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처지임을 어떤 사람들은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보다 많이 쓰진 않았을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투혼을 발휘하여 열 배 이상 정성을 기울일 수 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전국위원 동지들, 나를 동지라 여기는 전국위원들! 자신과 당원들을 위해 조금만 더 분발하자. 각자의 몫만큼 역할만큼 책임의식을 갖자. 노동당을 바로 세우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노동당을 수단으로 발판으로 하여 한국의 진보좌파진영의 중심으로 우뚝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정파싸움의 놀이터로 전락하거나 정파연합당의 수준으로 무슨 일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오늘 나의 호소가 다소 느닷없고 언급한 주제들이 맥락을 알 수 없게 전달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미리 생각하고 예측한 가운데 맞는 숙제는 모두를 덜 당혹스럽게 만들 것이다. 주제의 제목들만 기억하고 있어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갑자기 미사일을 맞고 휘청거리지 않게 될 것이다. 절충주의의 산물인 정파연합당은 우리의 미천한 상태를 지속시키고 저열하게도 진위여부 따위나 따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한 혼란은 노동당을 더 나은 미래로가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져온 구질서의 질곡에 허덕거리게 만들 것이다.


지금의 노동당의 모습과 상태는 비록 왜소하지만, 인적쇄신과 제도혁신을 거치고 올바른 수준과 방향과 크기로 혁신을 해낸다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내부를 정비하여 눈을 밖으로 돌리게 된다면 작고 단단한 노동당이 앞으로 개척해 나가야할 과제와 영역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을 것이다. 오랜 세월 헌신해온 동지들이 있기에.


노동자 당원 오창엽


  • 이장규 2016.06.22 22:51
    시간이 없어서 간단히 하나만. 제가 평전위에서 주장한 것은 정파등록제가 아니라 정책명부 비례대표제입니다. 그 주장의 취지가 바로 오창엽 동지가 말씀하셨듯이 '책임있는 정파가 정당하게 경쟁하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글을 써서 올리지요.
  • 오창엽 2016.06.22 22:55
    평전위에서 그런 주제로 논의가 있었군요. 흥미로왔겠네요. 진작에 당원들 특히 전국위원들에게 토론거리를 제공해 주시지 그러셨어요. 아무튼 고생하셨습니다.
  • 변신 2016.06.23 02:26
    개인적으로 많이 와닿고 생각해보고 싶은 주제가 많은 글입니다.
    사실 딱히 댓글로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참, 말씀대로
    저는 전국위원은 아니지만, <사회>에 관한 <나>의 고민이 어떤 식으로 <당>의 고민이 되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의아하고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그것이 과연 <당>의 집행부나, 의견그룹의 무능 혹은 아집에 의한 문제인가..라는 생각들도 참 많이 하게 됩니다. 문제가 표면화됐을 때에는, 그 문제의 근원이 따라가기에 서로 벅차다보니, 쓰기 쉽고 듣기에 자극적인 말들도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아쉽습니다.

    진보신당 가입 이후, 노동당 창당이래,
    제 개인적으로는 많은 부분을 정리해주는 글인 듯하여, 명쾌합니다.

    명쾌한 글을 읽고, 생각은 난잡해지네요. 쩝.
  • 오창엽 2016.06.23 18:33
    변신님께 : 이번 글은 상대적으로 조금 복잡한 구성입니다. 복합적인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논하거나 제안할 글들의 예고편 같은 역할도 합니다.

    평소 같으면 어느 평전위원으로부터 들었다라고 하면 될 것인데, 그럼 또 그게 누구일까 하는 쓸데없는 추측과 대화들이 생기기에 이름을 밝혔습니다.

    맑스의 일화나 그가 밀을 비판한 것 등은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다만 그런 것들을 풍부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본론과 결론의 의미를 더욱 깊이 사유하게 될 것입니다. 정치는 타협이지만 절충은 대부분 더 나쁜 결과를 낳습니다.

    {여당의 부재로 인한 전 당적 휘청거림.}은 누구나 보았으나 그렇게 분석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만일 여당이 존재했다면 야당은 일단 집행부를 직접 공격하기 전에 우선 여당을 상대해야 했을 것입니다. 단계를 거치면서 순화되기도 하고 무뎌지기도 하지요. 그게 좋은가 안 좋은가를 떠나 그런 상태라는 겁니다. 하나의 정파가 준동하면 잠재되어 있던 정파질서가 급속하게 해동되는 것입니다.

    후반부의 내용들은 대체로 '책임'에 대한 것들입니다. 서로의 안일함을 눈감아 주는 게 아니라 당 전체적으로 책임정치의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당원들이 정보가 부족해서 의견을 내기도 질문을 하기도 참여하기도 어렵습니다. 당원들 탓은 아니지만 친절하지 않은 대의원, 전국위원, 각종 간부들을 선출한 근본적인 책임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다른 통로로 궁금한 것을 해소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다보니 전 당적으로 손실이 큽니다. 시간과 돈이 불필요하게 들어가죠.

    반면에 저 같은 사람이 공적인 일들의 사실들과 정보들을 글에 넣어 제공한다면 그 소통을 통해 한번에 많은 분들이 알게 되겠죠. 공론화와 환기입니다. 때론 폭로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널리 알려저서 부끄러운 일들은 가능하면 안 해야 하는 것입니다. 보수정당은 보수언론이 전부 취재해서 온 국민들에게 알려 줍니다. 국민들이 정보가 없어서 비판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이 부분을 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혁신입니다.

    전국위도 당내의 중요한 소통기구입니다. 언론매체도 마찬가지고요. 홈페이지도 당원게시판도. 이런 제도와 수단들에 대한 연구와 의논과 개혁과 보완이 절실한 것입니다. 정책과 강령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당원들과 소통할 수 없다면 국민들에게도 전달되는 게 약해지겠죠.

    명쾌했다는 칭찬, 고맙습니다. 읽는 동안 또 읽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보통 '고전'이나 예술영화들을 접했을 때 생깁니다. 저 역시 글로 생각을 정리하다가 새로운 혹은 중요한 의미를 재발견합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다보면 더욱 치열한 사유가 필요해지니까요. 앞으로도 변신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변신 2016.06.24 06:39

    네. 반갑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기꺼이 많은 대화를 청하고 싶습니다.

    1. 저의 요약

    저는 당원님의 글을 (어렴풋이 짐작하기로,) 정당이 정파 연합의 형태를 띤다면,
    서로의 차이를 정체성인양 드러내며, 분열인 줄 모르는 분열 상태의 고착이 될 거라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각각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도록 허락하는 것'이 좌파 정당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읽었습니다. 절충은 '양해를 구하는 것'이지만, 타협은 '양해하는 것'이라고.

    또, 책임에 관한 부분은 '소통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책임있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읽었습니다.

    쓰고 보니, 요약이 아니라 제 생각이 반영된 '재구성'에 불과합니다.
    제가 이래서 공부를 못 했나 봅니다.

    2. 정파 연합 형태와 정당 내 제대로 된 정파의 다양화

    자아는 자아의 크기만큼만 세계를 보기 때문에,
    저는 저의 크기로밖에는 이 세계를 보지 못합니다.

    마피아 제끼고,
    준마피아 제끼고,
    준마피아 양성소 제끼고,

    그래서 자리잡은 곳이 진보신당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간혹, '나는 마피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제 3세계와 지구 생태계를 눈앞에 두고, 떳떳할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없을 듯 합니다.)

    그런데 감히, 불쑥 불쑥.

    우리는 왜 우리에게 제대로 된 '거대 담론'거리 하나를 못 던지는가..

    나무 젓가락 쓰면서 드는 죄책감이나,
    가스통 할배를 보면서 치미는 분노,
    그 중간쯤이 되어야 할지. 어딘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무엇'에 관해 생각을 지속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노동당내에 '정파'라는 것이 싹틀 수 있는 '씨앗'이 궁금합니다.

    3. 저의 씨앗

    저는 노동당에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간혹 당원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지금''여기''같이'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거의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끼리도,

    바디랭귀지하듯 주고 받는 메시지의 어긋남이 조화롭습니다.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자유가 떠도는 공기가 좋습니다.

    그것이 '월화수목금금금'의 피로를 더는 피로 회복제가 아니라,
    원래 우리가 이래야 하는데.. 라는 실낱같은 그리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하고 싶은 말들이 많고, 참견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4. 마무리


    첨예한 글에, 두루뭉술한 댓글만 달게 되어 스스로 아쉽습니다.


    제게는 항상 훌륭한 고전과 예술 영화는,

    짙은 영감으로 각인되었던 것 같습니다.


    읽고 또 읽는 탐구심과 항상심이 없다보니 그렇습니다.


    당원님의 글을 제 딴에는 참 여러 번 읽었습니다.

    그래도 제게는 영감만 남겠지요.


    참 묘하게 후덥지근하고, 답답한 아침입니다.




     


  • 오창엽 2016.06.24 22:27
    정당, 정파, 정파연합당 간단히 다룰 범주들은 아닙니다. 지역당협 외에 각종 부문, 의제, 정책 등등의 당원들의 모임은 다채롭고 풍성할수록 좋겠지요. 당의 통일성을 전제로한 가운데의 다양한 차이나 그룹을 인정하고 그런 활동을 보장, 지원하는 것과 그 당의 궁극적 상태를 정파연합당으로 설정하고 그렇게 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충분히 당원들의 지지를 얻을 기회를 제공하고 그 여론의 압박을 받으며 의결기구에서 당론을 결정하면 승복하는 것이지요. 그런 것들을 위해 의결기구개혁, 당내소통매체의 개발, 당원들의 뜻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등이 필요합니다.

    --- 절충은 알맞게 조절한다는 뜻도 있으나 대체로 이도저도 아닌 봉합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처리하는 것이지요. 결국 또 다른 형태로 갈등이 터져나옵니다. 타협은 서로 양보하는 것입니다. 학, 이론, 예술 등에서 절충은 문제가 되지만 상거래나 정치에서는 결론을 짓고 실천하기 위해 절충안을 내기도 하고 타협안에 서명하기도 합니다.

    --- 다른 정파들이 의기투합하여 새로 정파연합당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흡수)합당했지요. 언젠가는 출신에 따른 차별 없이 실력으로 인정받게 되는 당을 재창당해야 합니다. 그 재창당이 미루고 미루다가 흐지부지 되었지요. 정파연합당의 형태를 어쩔 수 없는 숙명이나 우리가 취할 한계로 인정하고 그 수준, 정도에서 전체적인 당조직이나 제도를 고안해 내는 건 절충주의입니다. 정파등록제나 여러 보완책들도 당의 목표를 분명히 한 채 실험해 보는 것과 그런 것들을 이리저리 해보다 보면 결과적으로 어떤 형태와 정신의 당이 형성될 거라고 뭉개고 가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일시적이 아니라 공고화될 것입니다.

    --- 권력이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면 정치인, 조직가, 간부 등은 당원과 소통할 것입니다. 자신에게 권력을 부여해준 사람들에게 충성할 것입니다. 제멋대로 하지 않고 언행에 책임을 지겠지요. 함부로 말하지 않고 공표한 것은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 노동당 내에 정파, 분파, 그룹, 경향 등등은 수 백 개가 있을 것입니다. 인맥과 친목과 지역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알려진 그룹에도 다양한 성향이 있을 테고 당권파에도 여러 성향들이 있습니다. 온건파, 강경파도 있고요. 씨앗과 토양과 환경은 충분한데 규모 있는 그럴듯한 정파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이 큰 것입니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주목을 받는 만큼 책임도 져야하니까요.

    --- 책이나 영화나 음악 등의 재밌는 이야기는 더 적절한 시공간의 몫으로 남겨 두죠.
  • 오창엽 2016.06.23 08:42
    이 글의 주제들, 내용의 일부든 누구라도 질문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홍세화/안효상대표 때부터 이 당은 정파연합이었던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상태, 발상에 대한 비판입니다. 정서적 반감과 반목도 구조 속에서 보아야 합니다.
    정파연합 수준과 상태를 극복하는 게 혁신입니다.당헌연구회를 제안하고 전국위 의장을 독립하는 안을 상정한 것도 정파다운 정파들이 멋지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조성하려던 시도였습니다.
    현 상태에서 조금 보완하려는 모든 경향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겠습니다.
  • 오창엽 2016.06.24 19:18
    변신님께 : 강단이 있으나 이해심도 많은 분이므로 편하게 댓글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저를 '당원님'이라고 부르니 친절한 콜센터 직원이나 치과 상담실장 같은 느낌입니다. 그냥 성 빼고 이름만 불러도 좋습니다. 오전에 일하다가 잠시 쉴 때 새로 등장하는 변신님 댓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퇴근 후 샤워하고 다시 댓글을 쓸 때도 즐겁습니다. 제 주장들 가운데 여러 부분을 동의하거나 이해해주어서가 아닙니다. 한번도 인사 나눈 적 없는 사이지만 대화가능한 사람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대화가능하면 토론도 가능하지요.

    논쟁이 벌어지고 아주 많은 당원들이 토론하다보면 주요한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로 전선이 주욱 그어집니다. 안타깝게도 평소 무리를 짓덧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쪽편에 서 있습니다. 평소 이쪽이지만 이번에는 저쪽인 사람, 그 반대인 사람이 없다는 게 씁쓸한 일입니다. 그럴 때 평소에도 중립지대에 있고 특정 사안에도 그러한 분들의 경우 글을 쓰기 어렵습니다. 소신에 따른 주장인데 조금이라도 저쪽 혹은 이쪽의 편을 드는 것 같으면 전적으로 그런 사람으로 되버리죠. 서운해 하는 사람들도 생기고요. 그 입장 하나를 기준으로 나머지 이야기 전부 매도하고요. 세상사가 그렇습니다. 교수들의 학술토론회도 비슷하니까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습니다.

    집단과 집단이 논쟁하다보면 양쪽에 혹은 한쪽에 상대적으로 논쟁을 주도하거나 글을 잘쓰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그 두 사람이 토론하게 되겠죠. 나와 정치적, 조직적 입장이 같든 다르든 핵심문제에 대한 의견이 어떠하든 그 논자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논지 분명하고 논리적이고 횡설수설하지 않고 감정적 대응으로 흥분하지 않는 글과 토론은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거기에 유머, 재치, 해학, 풍자, 반어를 적절히 구사하면 읽는 맛이 생깁니다. 만일 두 사람이 그렇게 논박을 이어간다면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떼거리 개싸움질이 어느새 당운영 혹은 당노선 혹은 정체성에 관한 진지한 토론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 것입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적절히 공격하고 수비하고.

    츠바이크도 벤야민도 카프카도 짧은 글을 쓸 때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불필요한 것을 남겨두지 않습니다. 주의 깊게 보고 음미하면 맥락, 구조, 반복, 파격 등등 여기저기 묘미들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글에서 보수여야당의 역할을 먼저 이야기 하고 뒤에 진보정당, 노동당의 상황을 분석합니다. 그 전체적인 것을 헤아려야 '여당의 부재'가 무엇인지, 여당이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서로 무관하다면 횡설수설이지요. 작품이나 문헌을 독해하는 훈련이 안 되고 막 읽는 이들에게는 그 문단들이 왜 들어갔는지 무슨 효과를 낳는지 바로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변신님이 제 글에 대해 의견과 느낌을 밝히고 대화의 주제나 소재로 삼았다는 것은 대부분의 맥락을 이해했다는 것입니다. 더 많이 더 깊이 생각하고 상상하게 만들었으며 그래서 즐거웠고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누구라도 질문하라고 했습니다. 단편적이든 사실여부든 주제든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다보면 서로에게도 배우지만 그걸 보는 여러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지금도 변신님과 제가 이렇게 차분하게 대화를 하는 게 보기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논술첨삭지도하는 듯한 정리와 논평은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우월한 선생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할 학생의 대화처럼 문제가 많으니까요. 당게에서 다른 이들이 어떻게 대화(?)하든 싸우든 비아냥거리든 그것도 자유니까 어쩔 수 없고요, 변신님과 제가 그만하고 싶을 때가지 계속 대화를 이어가 보죠. 내용에 대한 저의 댓글, 논평은 따로 하겠습니다. 아이들 저녁을 차려 주어야 하니까요.
  • 변신 2016.06.27 04:23
    이번 당내 논쟁에서 가장 크게 아쉬운 점은, 심판 없는 경기라는 점입니다. 매번의 논쟁이 비슷한 양태를 보여왔습니다만,
    심판의 부재와 심판의 무능은 다를 겁니다. 선수 제각각이 경기의 내용을 관중들에게 재현하고 설명하는, 리플레이가 계속되다보면, 승부의 방식 혹은 결과에 대한 관중의 관심을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관중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승부의 방식이 정당하다는 믿음으로,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지,
    결과 그 자체만을 원한다면, 경기를 관람할 이유가 없습니다. 관중은 선수들이 경기장밖에서 얼마나 도덕적이냐, 얼마나 비열하냐, 돈을 위해 뛰느냐, 스포츠맨쉽을 위해 뛰느냐, 조국을 위해 뛰드냐. 는 중요하지도 않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심판의 무능을 지적하고, 판정에 승복하지 않는 선수는 나갈 수 있습니다. 제명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판이 없는 경기>가 진행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고, 져도 진 것이 아닌 게 돼 버립니다.
    <심판>의 권위는, 매번의 경기에서 모든 관중에게 만족감을 주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심판>할 수 있는, -라이센스- 자격증입니다.

    <심판>이 없는 경기는, 억울한 선수가 더 많은 법입니다.

    당내 심판은 <당헌>이고, 당헌의 정신을 받아들인 당원들이고, 그 당원들이 뽑은 집행부입니다.
    대표는 대표의 권위가, 부대표의 부대표의 권위가 있을 겁니다.

    당원과 집행부의 위계질서의 무위는 당헌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가능하고,
    그 역할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듯이,
    집행부의 위계질서 또한 같을 것입니다.
    하는 일이 다른데, 같다고 말하는 어불성설이
    대단한 권위에 대한 도전인 듯한 인상을 주는 김새는 논쟁들이었습니다.

    당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권위 안에 침묵하고, 동조하고, 방관하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같다고 할 지라도,
    그 자체가 옳다고 말하는 것은 그마나 실낱같은 <경험의 지혜>조차 외면하는 어리석음입니다.

    사고의 확장과 기억의 변조는 다르고,
    약속 시간을 변경하는 것과 관계를 번복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리고, 약속 시간을 변경하자는 것인지, 만남을 회피하기 위한 말장난인지를 가늠해야 하는 것이 논쟁의 어려움같습니다.


    (성급하게 글을 마무리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상당부분 당원님께서 행간을 메우며 읽어주시리라 믿습니다.)
  • 오창엽 2016.06.24 21:14
    다시 변신님께 : 밥 먹고 치우고 왔습니다. 게시판의 목록에서 제 글이 여러 개 있는 거 싫어해서 속도를 조절합니다.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통과 이해를 고려해야 하니까요. 저는 사소한 댓글 짧은 댓글도 모두 메모장 열어서 씁니다. 주제가 있는 긴 글은 한글에서 작성합니다. 대부분의 글은 한 시간이면 씁니다. 새로 궁리하는 게 아니라 평소 생각하던 것을 글로 정리하니까요. 오히려 편집하느라 30분 정도 소요합니다. 양쪽 정렬하고 줄간격도 넓히고 문단을 나누고 소제목을 붙이고 중복되는 내용이 있나 확인하고 오타와 비문도 다 교정합니다. 문장이 길면 나누고 읽어서 헷갈리지 않도록 고치지요. 예전에는 정말 정성을 다해 썼는데 요즘엔 노동으로 피곤하니까 말하듯이 편하게 씁니다.

    논쟁에 참여하는 당원들은 다양한 욕구를 글에 담습니다. 비판도 있고 비난도 있고 신세타령과 하소연도 있죠. 평소에는 말하기 힘들었는데 이럴 때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논리 싸움에서 이기려고도 하고 해석에서 우기기도 하지요. 집단으로 싸울 때는 이성보다는 감성이나 전투의식이 커집니다. 그런데 대부분 주장과 내용에 관심을 두지만 정작 효과에 대해서는 둔감한 편입니다. 글을 언제 어떻게 어떤 스타일로 쓰는 게 효과적일까? 저는 그런 걸 주로 고려합니다. 타이밍이 중요하니까요. 30분이면 바로 반박할 수 있는 글도 일부러 한 이틀 뒤에 쓰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보고 판단하도록, 스스로 부끄러워지도록.

    논쟁에서 제가 비판을 할 때 목적이 있습니다. 주제와 주장을 모두에게 전달, 호소, 공론화하는 것도 주요한 목적이지요. 그런데 저는 저만의 목표가 따로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이 같든 다르든 상관없이 대화가 가능한 사람을 찾습니다. 토론 가능한, 타협 가능한, 배울 게 있는, 매력 있는 등등. 글에 자신의 성격, 인격, 취향, 세계관이 투영되는 사람을 찾습니다. 글과 토론하는 태도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겁니다. 친구가 되어야 할 사람, 존중해야할 사람, 피해야할 사람, 무시해야할 사람 등등. 차별합니다. 제가 무시하는 상대를 제 친구들이 어떻게 볼 지 상상합니다. 제가 존중하는 사람을 제 친구들 역시 존중해주길 바랍니다. 무섭고 위협적인 일입니다.

    아무렇게나 책을 읽고 잡다한 지식을 습득한 사람들보다 책을 글을 남의 말을 경청하고 음미하여 자신을 성숙시킨 사람들이 훨씬 똑똑합니다. 쿨하고 명민한 사람들은 상대의 글에서 일부 표현을 갖고 화내지 않고 의도와 정신을 읽으려고 합니다. 저는 그런 비판들과 선동들을 통해 저의 생각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그것에 공명하는 사람들을 탐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고 친구가 될 사람은 친구가 됩니다. 어차피 친구가 안 되고 대화가 안 될 사람과 길게 시간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장 내 맘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화낼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글 하나에 새로운 친구 한 명이 생긴다면 어떤 논쟁에서 글 열 개로 열 명의 새로운 친구를 얻게 됩니다. 그러니 반듯하고 품위 있고 치열해야지요. 그래야 그런 친구들이 다가오니까요. 유유상종하는 법이니까요.

    만나서 이야기 나누면 훨씬 재밌는 주제들이 있습니다. 공개적으로는 거론하지 않는 이야기와 정보들도 있고 아주 적나라한 표현들도 구사하지요. 글과 댓글과 말은 각각의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만 했네요. 당 이야기보다는 글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재밌긴 하죠.
  • 변신 2016.06.27 02:33
    기분좋은 편지를 받은 것 같습니다.

    문득, <편지>에 관한 추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중학교 2학년부터 짝사랑하던 오빠가 입대를 했을 때 일입니다.
    제가 고3이었는데, <국군 아저씨게> 편지를 쓴다는 건 꽤 명분이 있는 일로 생각이 되었으므로,
    위문 편지를 가장한 연애 편지를 보냈습니다.
    답장을 받고, 너무 기쁜 나머지 하루 걸러 이틀씩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주로, 헤르만 헤세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부터, 새로 읽은 소설과 본 영화들에 관한 얘기, 신변잡기적인 다양한 일들을
    쉬지 않고 떠들어 댄 셈이죠.

    그러던 어느 날, 오빠의 답장엔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만 바꾸면 누구에게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편지를 내게 보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네 편지를 받으면, 글을 쓰기 위해 쓴 편지같구나."

    그때 당황하고, 무안했던 심정은 .. 휴.. 지금 생각해도 과거의 제가 애틋해집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부끄러워졌죠.

    그때의 일을 어떻게 정리해야하나..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추억으로만 남아있었는데,
    오늘은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때 제가 보냈던 편지들은, 한 사람의 <안부>를 묻고 전하는 그저 그런 편지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안부를 묻고,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안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순수함의 표현이었다.. 라고 자평합니다.

    아, 그 뒤에도 제 사랑은 식지 않았고, (사람을 보는 안목이 좀 어렸지요.)
    첫사랑을 따라, 국문과도 진학하고,
    첫사랑을 따라, 데모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학부 2학년 때, 그 사람이 다니던 대학에 불쑥 찾아가,

    이후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
  • 오창엽 2016.06.27 13:35

    최근 드라마에서 츤데레한 나쁜 남자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사춘기 때 하이틴 로맨스를 읽던 소녀들이 아주머니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런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나 봅니다. 식샤2, 치즈인더트렙, 또오해영, 운빨로맨스 까지. 아주 옛날로 거슬러 가면 '내일은 사랑'의 이병헌처럼.

    특정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터놓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한번쯤 짚어서 비판한 것은 적절하지만, 좀더 친절하고 사려깊게 답했더라면 좋았겠네요.

    저는 한 4년째, '청수의 음악공유'라고 백 수 십 여명의 벗들에게, 하루에 음악파일 두 곡과 함께 사연을 적어서 보내고 있습니다. 클래식과 포크, 재즈가 많은데 음악은 안 들어도 일기 같은 편지에 중독되었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늘 한참 궁금한 대목에서 이야기가 중단 되고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들죠.

  • 변신 2016.06.29 05:29
    찾아가,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그때가 슈퍼문이 뜨는 날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대구대 학생관 2층 계단에 쪼그려 앉아 그 사람을 기다리며 바라보면 달은 세상에서 제일 크고 밝았습니다.
    과장이 아닌데, 청자들은 과장으로 듣겠죠? ㅋ

    집 나온 애도 아니고, 왠 트렁크를 질질 끌고 나타난 저를 -혼자 떠난 여행이 처음이라, 바리바리 싸들고 나왔지요-데리고 오빠는 대구대 부근을 한참이나 돌면서,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설득했습니다.
    저야 뭐. 당연히, '결혼이 생각으로 하냐. 하면 하는 거지.' 하면서, 따라다녔죠.

    그렇게, 차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들었던 노래가,

    David Lanz 의 Christofori's Dream 이었습니다.

    운전기사 아저씨와, 저만 있더라고요. 그래서 호기롭게 담배도 한 대 피고, 욕도 먹고,
    밤별은 유난히도 밝아서 쏟아지던 날이었지요.

    ㅋㅋ

    기다린 보람이 있으신가요?

    사실, 이 글에 대한 제대로된 답글을 쓰다가,
    글을 영 엉망이 되어, 미처 못 올리고 이 댓글만 즐거이 씁니다.

    정당에 대한 고민들은 고스란히 바탕화면에 남았는데, 언제쯤 올라갈지 현재로서는 막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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