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대표 신민주입니다. 당원 동지들께 작별의 인사를 드립니다.

by 신민주 posted Aug 12,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제 인생의 길이에 비례했을 때 꽤나 많은 시간을 노동당 당원으로 보냈던 것 같습니다. 20대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당 당원으로 보냈고, 그 시간동안 고민했던 것들과 배워 나갔던 것, 사회를 바꾸고자 많은 것들을 시도해본 점은 앞으로도 귀중한 자원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노동당을 떠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같은 조직에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목표와 해방에 대한 상을 공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조직에 속해 있다고 해서 항상 모든 목표와 실천들이 다른 맥락에 존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7월 7일 당대회 때 확인했고, 우리가 당대회때 정한 전망을 시행하기 적합한 분이 당의 운영을 맡는 것이 옳은 방식이라 사고되어 사퇴를 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저의 지향과 가치에 맞는 운동들을 노동당 밖에서 시행해보고자 합니다.  



노동이 최고의 가치이며, 노동하는 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 바깥에 놓일 수밖에 없던 많은 이들의 처지는 몇 년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알바 노동 이외에 ‘변변찮은 일자리’ 하나 없었던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운동의 영역에서도, 삶의 영역에서도 늘 변두리에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어느날 세미나에서 노동이 원래는 가치 있는 인간의 활동이라는 구절을 읽은 친구가 “설빙에서 저처럼 새벽 2시까지 알바해보라 해요!”라고 외쳤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슬프지만, 이것 또한 현실입니다. 제가 당대회 결정을 존중할 수 있는 방식은 지금과는 다른 정치적 전망으로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프게 인정합니다



탈당을 한 후, 저는 기본소득당 창당 운동에 나서고자 합니다. 저는 여전히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사람들을 잘 치료해주겠다는 약속을 믿지 않습니다. ‘열심히’ 살면 절벽에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사회가 우리의 해방이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차라리 어떠한 이들도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우리 사회가 포용적이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모든 것의 해방을 가져오지는 않을 수 있지만, 해방을 시도해볼 수 있는 다양한 기반과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기본소득당 창당 운동을 통해, 우리가 가지지 못했지만 원래 우리의 권리였던 것들을 가져오는 운동을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더 많은 자유와, 더 많은 기회, 더 많이 실패해도 괜찮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또한 제가 약속했던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한 정치도 이어나가겠습니다. 20대 여성이라는 저의 지위가 능력보다 앞서는 일들을 경험할 때마다 저는 좌절을 느낍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가 놓인 정치 지형도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여성 정치인의 숫자가 적다는 지점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페미니즘이 조직의 규범으로서 채택되지 못할 때,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이 몇몇의 페미니스트들의 몫으로만 남겨졌을 때 일어나는 일들에 가깝습니다. 



페미니즘 운동에 가장 열심히 투신했던 이들이 가장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는 잔존하고 있습니다. 부대표 기간 동안 페미니즘을 고민했던 많은 당원들을 만났을 때 오로지 그들만이 슬픔과 좌절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과 우리 당의 선출직 간부들이 내뱉는 여성혐오적인 발언들을 마주하며 도저히 저의 비당원 친구들에게 입당을 제안할 수 없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20대 여성이라는 지위가 부대표라는 자리보다 앞서는 순간들도 존재했습니다.  



더 많은 당원들을 만나고, 더 많은 것들을 시행해보기 전에 모든 것을 마무리해야하는 사실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여러 실천의 맥락에서 당원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의 변혁을 꿈꾸는 우리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만으로 남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 내부와 외부에서 정치의 지형을 바꾸어나가며 다양한 공간에서 만나기를 바랍니다. 건승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8. 12

신민주


Articles

2 3 4 5 6 7 8 9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