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오창엽 당원을 알게 된 것은 <소통, 당원참여 vs 정파등록제, 정파연합당>이란 글 때문이었다.
아마, 나는 그 글의 정치적 방향보다는 글에서 묻어나는 자신감에 도발 당했던 것 같다.
정말 괜찮은(글쓴이의 주장만큼 대단히 중요한) 글인지 검증해 보고 싶었고,
당원이 아닌, 동료들과 몇몇 지인들에게 글을 보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그 글에, 내가 예상하지 못한 감탄들이 돌아왔다.
-그런 글을 노동당에서 읽을 수 있게 될지 몰랐다.
-생각은 다르지만 훌륭한 글이라 반박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창엽 당원과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을 때에도 나는 그 글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사실, 당내에서 많은 사람들과 글을 주고받았지만,
오창엽 당원처럼 글을 제대로 설명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
그래서 만남의 제안은 같은 당원으로서 정말 반가웠으나, 오창엽 당원은 기본적으로 나에게, 당게시판에서 불편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질 때가 많았기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2. 그는 <적록혁신당원 모임>을 제안했고, 나는 예상대로 부담과 의혹을 느꼈다.
당이 있고, 각 지역의 당협들이 있고, 정파도 있는데, <당원 모임>이 왜 필요한가.
오창엽이 제안을 하는 모임은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바둑이나 두고, 고담청론이나 즐기고, 당원으로 모여서 일반인의 모습으로 헤어지는 크고 작은 모임들과 무엇이 다르다는 건가.
나는 정작 당내의 상황과는 무관한 이야기들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오창엽 당원의 제안은
정파도 당협도 필요하지만, 정파라는 틀 안에서, 당협이라는 틀 안에서 이룰 수 없었던 소통을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 단지 그것뿐이었다.
내가 당원이 아닌 지인들과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그 공간에 옮겨놓으면 되는 일이었다.
- 내 지인 중에는 온라인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국내에서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게임 사업을 사장시키는 이유가 뭔지 의견을 물어온 적이 있다.
- 또 다른 지인은, 노동당원들은 사드 배치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를 물어오기도 한다.
- 한 번은 한 지인과 도봉구를 산책하다가, 지하 수로를 건넌 일이 있다. 비가 오면 잠기고, 마르면 도로가 되는 곳인데, 감시 카메라가 없어서 밤길이면 여성들에게 굉장히 위험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곳 사진 찍어서 윤원필 동지한테 보내요.’라는 제안을 하기에 무척 놀랐다. -사실 윤원필 동지의 시의원 명함은 내 밥벌이 공간에서 화제가 되었고, 내 지인들은 내가 윤원필 동지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나는 그들과는 주로 저런 이야기들을 한다.
누구는 대기업의 직장인이고, 누구는 안경사다. 누구는 수학 강사고, 누구는 그 수학 강사의 부인이다. 누구는 한 사회적 기업의 월급쟁이고, 누구는 만학도이며, 누구는 작은 언론사의 경제부 기자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당원은 없다.
그러나, 저들이 그런 말을 하고, 저들이 내게 <노동당은?> 이라고 물어올 수 있다면,
당안에서는 더 많은 것들을 묻고 답할 수 있는 당원이 분명히 있다고 확신한다.
정치는 그럴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관심을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이 실현시키는 것.
최근들어, 내가 당에 쓰는 글들이 상당한 조횟수를 기록할 때, 내 지인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의견을 묻는다. 좋은 평은 들은 적이 거의 없다.
그런 그들이 오창엽 당원의 글을 <절세의 명문이다>, <훌륭한 글이라 생각은 다르지만 반박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을 때,
내 허접한 답변에도 끄덕여주고 생각하고, 다시 질문해주는 그들이, 저런 답변을 했는데, 왜 당에서는 아무도 댓글이 없나. 또 소외감을 느꼈다.
이번엔 지인들의 요청이 있었다. 사실은 도발이었다.
“이번엔 네가 답글 한 번 써 봐. 무식한 거 티 좀 나면 어때.
넌 우리한테만 직설적이고, 당에서는 말도 못 하냐?“
3. 오창엽은 이상하지도 않지만, 대단한 사람도 아니었다.
대선에서, 총선에서,
노동당의 후보가 없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나누는 것이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는 내 지인들의 생각을 오창엽 <당원>을 통해 들었을 뿐이다.
당에서 <나만 모르는 분위기> 때문에 미처 묻지 못 했던 수많은 질문에 대해,
<당원>끼리 모여서, 묻고 답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이 모임의 생각이 되어, 당에 전달될 수 있다면,
목적은 순선하되, 방식마저 정의로운 소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나는 적록혁신당원 모임의 일원이 되었고,
앞으로 이상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만나,
특별할 것도 없는데, 눈치나 살펴야했던 문제들에 대해,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https://www.facebook.com/groups/RGRParti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