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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 마지막 전노협 사업장 공공농성 97일째

 

예전의 구로공단이 아니다. 화려한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다. 현대식 빌딩형 공장으로 바뀌었다.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노동조합도 없다. 구로공단은 한국경제의 상징적인 곳이다. 수출의 역군, 산업전사라 불리며 노동자들은 착취당하며 한국 자본주의 초석을 깔았지만 결국은 빈털터리가 됐다. 자본가들은 박정희 개발독재의 혜택을 받아 공장을 일궜고 그 후론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부지를 비싸게 팔아 돈을 챙겼다.

 

2공단 가리봉 5거리를 지나 수출의 다리를 건너면 3공단 자리에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공장이 있다. 이름하여 전노협 마지막 사업장이다. 공장이 가동되지 않는다. 공장부지는 이미 팔렸다. 자본가는 노동자들의 덕택으로 공장을 일궜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부지를 팔아치운 채 노동자들이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몇 명 남은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농성 중이다. 그리고 2명의 노동자가 철탑을 쌓고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97일 째다.

 

하이텍 알씨디코리아는 1988년 설립한 무선원격조종기 생산업체이다. 노조로서는 구로공단의 전노협 마지막 사업장이다. 1996년 필리핀에 공장을 세웠고, 노조는 2002년부터 투쟁을 시작해 9년만인 2011년에야 단체협약을 맺었고, 2014년부터 다시 노사간 단체협약을 진행해 왔지만 실제는 공장 청산이다.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일언방구도 없이 공장 부지를 매각했다.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장작더미도 바닥이다. “청춘 바쳐 일한 공장 나갈 수 없다고 외친다. 집중집회에는 동양시멘트, 세종호텔, 한남운슈, 티브로드, 남부지역공안탄압대책위 등 투쟁 중인 동지들도 함께 했다. 어느 곳 할 것 없이 정권과 자본의 탄압이 거세다. 노동가수 지민주 동지와 이소선 합창단의 공연이 있었다. 철탑에서 농성중인 신애자 분회장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힌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청춘을 바쳐 일한 공장에서 일방적으로 내쫓길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각오는 충만하다. 단지 이 공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수없이 많은 공장에서 노동자들은 저항하지 못하고 소리 없이 쫓겨난다. 저항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투쟁이다. 세계자본주의, 한국자본주의 그리고 한국의 지배권력에 맞선, 보기에는 미미한 투쟁이지만 노동자 저항의 불씨를 지키는 현장이다. 대부분의 사업장이나 노조 간부들에게는 정서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겠지만 전노협 정신이 민주노총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더 연대하자. 구로공단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상기하자.

 

(2016.3.14., 하이텍알씨디코리아 투쟁 승리 민주노총 서울본부 투쟁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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