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당협]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겁니다” (당선사례를 대신하며)

by 정상훈 posted Mar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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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당원협의회 위원장으로 당선된 정상훈입니다.

지지하고 응원해 주신 노동당 당원 여러분 모두에게, 늦었지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당원 여러분께 투표를 부탁 드리느라 바빠야 할 지난 주 금요일 오후, 제 몸과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구로 공장의 철탑 말입니다. 게으름 때문에 미루고 미루었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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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건강위원회에서는 새해부터 투쟁 현장 진료를 시작했고(단장 김재구), 제가 의료 지원이 필요한 곳을 물색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35일에 있었던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구로 공장의 철탑 농성이 이제 곧 100일째 된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겁니다.”

 

7명 남은 조합원 중 한 분께서 저를 철탑으로 안내하면서, 이렇게 말씀 하시더군요. 그 말이 어떤 강렬한 사자후보다 제 가슴을 무겁게 내려쳤습니다. 유창하지만 판에 박힌 투쟁 발언보다 절실했습니다. 삶 그리고 죽음.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죽음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네요. ‘돈이 되지 않는다면 시에라리온 사람들 얼마쯤, 서울 외곽 공장의 노동자들 얼마쯤 아무려면 어떤가?’ 결코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죽음의 세상입니다.

 

더구나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적자 한 번 내본 적 없는 회사입니다. 회사는 지역 내 다른 곳으로 옮기고자 하니, 현재 공장을 비우라고 합니다. 하지만 공장의 노동조합이 1988년 설립된, 구로금천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출신 조직이며, 2000년대 내내 노동조합 탄압이 있었다는 사실은 우연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회사는 지난 2005년 몇몇 생산직 노동자들을 남기고 본사와 연구소를 충북 오창으로 옮긴 전례가 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신설법인을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전적을 강요했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고용보장 약속을 어기고 신설법인으로 옮긴 노동자 모두를 정리해고 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사측에서는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구사대, CCTV까지 동원했고, 조합원들은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라는 집단 정신질환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공장 문을 닫으라고 합니다. 살기 위해서 철탑에 올라가는 것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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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으로 덮은 비닐이 내는 신경질적인 소리가, 허리 펴고 서기도 힘든 철탑 위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신애자 위원장님의 흰머리는 소리칩니다, “청춘 바쳐 일한 공장, 억울해서 못 나간다”. 1973년에 세워진 이 공장에 자본가가 투자자본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진실로 하이텍 구로공장의 주인은 하이텍 노동자입니다.’ 공장은 노동자들의 청춘입니다. 그런데 나가라고 합니다.

 

이것이 노동당이 존재하고 싸워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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