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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해야할 일은 노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벼리는 일

 

97IMF이후 확산된 비정규직, 불안정일자리, 아르바이트 노동, 그리고 여기에 저임금까지. 신자유주의 정권은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자운동은 이에 계급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효과적인 방어조차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본과 신자유주의 정권이 공세적으로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동안 비정규직, 실업자, 여성노동자, 이주노동자와 함께 계급적인 투쟁을 조직해내는 데에 실패했고, 이로 인해 이 사회에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의 권위는 추락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반자본주의 좌파정당인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많은 당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노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벼리는 일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위기라고 이야기되어진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자유주의가 위세를 떨치고 있으며 이에 맞서는 사회운동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착취당하고 수탈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편에 서서 노동자계급의 운동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당명개정에 반대하는 당원들도 인정하신 바대로 민주노총 정규직 남성 노동자 중심의 질서의 강화로서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우리의 모든 정치기획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서 오로지민주노총의 결정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논리에 맞서 반자본의 전선을 펼치고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착취와 수탈과 모욕과 멸시로 억압받고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 알바노동자, 실업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청소년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간혹 몇몇 당원들의 글을 보면 여성이, 성소수자가, 장애인이, 청소년이 노동바깥의 존재라는 인식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자본이 권력인 세상에서, 자본 바깥의 존재는 어떠한 존엄도 보장받지 못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 어떤 문제들도 결코 자본의 폭력적 질서의 바깥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동자계급은 결코 현재 조직되어 있다거나, 현재 임금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규정되어서는 안됩니다. 자본을 소유하지 못함으로 인한 배제와 억압을 겪는 모두가 노동자계급입니다. 그렇기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이 모두 노동자계급이며, 여성해방, 성소수자해방, 장애인해방, 청소년해방은 모두 노동자계급의 과제일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노동의 편에 선다

 


우리당의 강령에 우리는 언제나 노동의 편에 선다고 쓰인 것을 기억합니다. 이 구절을 노동당 고수파’, 혹은 민주노동당 복고파당원들께서 즐겨 사용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누구의 편에 선다는 것은 현실에서 존재하는 누구에게 정당인 우리의 방향을 위임한다는 것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노동의 편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민주적인 토론과정에 의해서 당이 결정하고, 그에 따라 국민들과 소통하며 조직해나가며 당을 확장해나가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자본이 만들어내는 질서의 반대편에 굳건히 서서, 임금노동의 착취의 강화에 맞서는 이들, 임금노동 바깥으로 내몰려 임금노동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이들, 임금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다양한 무급의 돌봄노동과 재생산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회의 혹은 노동의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오로지 노동이라는 이름을 부여잡고 있는다고 하여 그것을 국민들이, 노동자계급이 알아줄 것이라는 것은 매우 큰 착각입니다. 반복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노동의 원칙을 제시해야 하며 그것은 노동이라는 이미 오래된 이름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노동의 의미를 확장하는 방향이며, 계급운동, 반자본주의운동의 방향일 것입니다.

 


우리가 형성할 새로운 노동의 원칙은 무엇인지 물으신다면, 우리당에는 이미 노동의 재해석과 확장에 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의 노동의 방향성은 현재 임금노동하는 이들의 노동시간을 급진적으로 단축하여 임금노동 바깥으로 내몰려있는 이들과 일자리를 나누고, 자본에 빼앗긴 우리의 시간을 우리의 것으로 되찾아 오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전면적인 기본소득을 도입하여 그 자체로서 억압적인 임금노동을 거부하는 이들을 포함해 모든 인민들이 충분한 삶의 조건을 갖추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을 통해서 기존의 노동력제공-임금이라는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넘어서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더불어 임금노동의 안정성과 함께 삶의 안정성이 강화되어야 하며 지금 당장 노동력의 가격(임금), 우리의 시간의 가격을 급진적으로 인상시켜야 합니다. 지난 총선부터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는 최저임금1만원-노동시간단축-기본소득 도입을 통한 비정규불안정 노동체제로부터 연대적 노동체제로의 전환이 바로 우리의 노동의 방향입니다.

 


노동정치의 강화에 동의합니다

 


저는 많은 당원들이 노동정치를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바라보며 그 방향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아 최근 너무나도 당혹스럽습니다. 우리는 과연 지난 2년여간 꾸준히 당의 입장이었던 연대적 노동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전망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그리고 그 전망은 결국 임금노동시간의 급진적인 단축과 임금노동 바깥의 사회적 질서의 형성을 통한 탈노동사회로의 전망과 맞닿아있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당의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특히나 더더욱 분명한 내용을 갖고 뚜렷한 방향성으로서 논의되어야 합니다. 혹여 제가 말씀드린 소위 노동정치의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으시다면 그 방향성에 대해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그 내용으로 토론합시다.



노동정치의 강화를 주장하는 당원들이 이야기하는 노동의 재해석과 확장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당원은 없습니다. 노동을 폐기하자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당명 개정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지난 수십년의 진보정당운동에서 그래왔듯, 당명개정에 찬성하는 당원들 역시 알바노동, 여성들의 재생산 노동, 실업문제를 다루는 운동을 통하여 노동의 의미를 재해석 하고 확장서는 일에 언제나 앞장서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노동의 이름이 노동당이라는 이름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 뿐입니다.

 


더구나 이미 노동의 편에 서겠다고 말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도 그러하고, 정의당도 그러합니다. 노동자당을 운영하는 민중연합당과 국회의원을 두명이나 배출한 새민중정당은 또 어떻습니까. 우리당의 이름에 노동이 들어가기에 보다 진정한노동정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실 것입니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듣고싶은 것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보며 반복되는 논쟁

 


당명을 바꾸자는 것이 노동의 폐기다라는 주장은 분명 비약입니다. 당명개정을 주장하는 어떤 사람도 노동을 폐기하자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주체들을 모아내며 체제에 저항하는 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당명개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수많은 이유들을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노동당이라는 단어만 반복하며 비아냥대는 것은 당명개정의 수많은 논리들을 반박할 근거가 조선노동당을 이유로 드는 것은 반공주의다라는 조악한 근거 하나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입니다.



창씨개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몇차례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듯, 저는 이번 당대회를 준비하며 진행되는 논의들이 우리 당이 어떻게 성장하고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논의이길 바랍니다. 그런데 지금 논의들을 지켜보면, 우리가 당대회 이후에 서로를 다시 볼 생각이 있는건가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두차례의 큰 분당을 앞둔 당대회에서는 상대방이 우리의 당을 책임질 생각이 없다는 확신 속에서 그러한 비아냥과 조롱, 과한 언사가 가능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저 역시 당시에 논쟁을 진행하며 유겐트라는 조롱과 조리돌림을 당하며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유일한 반자본주의 좌파정당으로서 우리 당을 책임지고, 확장시키기 위해 당에 남아있는 우리가 서로를 향해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처럼 책임없는 조롱과 비아냥으로 총질해야 하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노동은 우리가 가져가야 할 가치이겠지만, ‘당명은 우리가 신주단지 모시든 지켜야 할 가치는 아닙니다. 우리의 가치를 잘 드러내고, 전략-전술적으로 우리의 주장과 대안을 더 확산시키기 위한 우리의 이름입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운동을 건설해야 하는지, 어떤 주체를 형성해야 하는지,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지를 제시할 수 있는 당명이어야 현실에서의 정치세력으로서 유의미함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짧게는 여론조사와 전국위, 길게는 당대회를 통해 우리 당의 당명개정에 대한 논의가 결론지어질 것입니다. 노동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노동당의 '노동정치'를 국민들에게 보다 분명히 알리기 위해서라도 저는 기본소득이 포함되어 있는 당명으로의 개정을 주장합니다. 노동시간단축, 기본소득 도입 등을 통한 연대적 노동사회로의 전환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하는 당명인 기본소득당, 기본소득정치연합 류의 당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기본소득이 포함된 당명으로의 개정을 주장할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 당원모임 등 우리 당의 기본소득 운동 형성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당원동지여러분,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고 과감한 혁신의 바람에 힘을 실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당명개정 투표에 찬성해주십시오. 압도적인 당명개정 지지로 당 혁신을 실현해 나갑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당 혁신의 실현에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2017년 7월 16일,

용혜인 드림

 

  • 정희수 2017.07.16 02:37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신 것 같네요.. 너무나 공감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Felagund 2017.07.16 12:57
    민주적인 토론과정이 중요하다면 당명개정을 철회하지 않더라도 개정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는것이 옳습니다. 저는 노동당 당명을 고수하는 쪽을 '선호'하지만 '결사옹위'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명개정 과정에서 우리 당이 발전할 수 있다면 마땅히 새로운 당명도 자랑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당명 개정과정에서 가장 황당했던 점은 평당원들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다음 당대회에서 당명개정논의를 한다도 아니고 '당명을 개정한다'라는 확정적 안건으로 부의해 놓고 반발이 있자 그제서야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선통보 후수습'식의 행태입니다. 민주주의적 결정과정에서 절차라는 것은 어떤 결정을 할때 그에 대해 숙의할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이 점을 모르시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당명개정 반대 측에서 조선노동당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완전히 당대회 준비하시는 분들이 자초하신 것으로, 당원게시판에 올린 당명개정 이유에 관한 공식입장에서 제시한 두개의 당명개정 이유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고 그 의견을 내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지 묻고 싶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아마 당명개정 반대하시는 다른 분들 심정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까치놀(최애란) 2017.07.16 23:10
    당명개정하고 새로운당인척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게 성공하려면 돈과 조직이 많아야합니다. 돈과 조직이 든든할 때 모든 전력을 다 쏟아야 하는 방법이죠. 선거를 준비하는 자세지요. 지역거점과 당의 근간을 세워내는 자세는 아닌겁니다.
    제가 당명개정에 반대하는 것은 '노동당'이라는 당명이 좋아서라기보다 현 시점에 전혀 맞지 않기때문입니다.

    또한...
    당명을 개정하려면 지금 노동당이라는 당명으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하셔야지요. 말씀하시는 요지가 노동당 당명개정의 명분이됩니까?
  • 무생물 바위 2017.07.17 11:48

    애초에 당대회가 큰 내용도 없어보이는 개혁을 가지고 가면서 당명 개정으로 불붙는 것이 단순한 찬반 논란 싸움터가 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지는 않은데요. 노동 확장 동의하고, 이름이 신줏단지는 아닌데, 당의 가치와 방향, 전반적 사안의 가치 기준이 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은 하나의 정책이고 얼마든지 사회적으로 신자유주의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 병행될 수 있는 제도 인데 이를 당명으로 가져가는 것은 제약이 크다고 봅니다. 기본소득만 가져가는 것은 기존의 세력이 있는 이익집단에서 합의를 위한 프로젝트 정당 같은 형태일 때 더 적합한 것이 아닐지요? 그리고 노동의 확장을 위한다면 그 가치를 가지고 '노동'이란 단어를 가지고 대중에게 반공 심리와 노동을 분리시키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요?


    -당명 개정 논란 싫지만, 일단 반대

    -기본소득은 그 하나로는 한계가 많은 정책, 이것 하나는 가치를 다 담을 수 없음

    -반공과 노동을 분리하고 생활과 밀접해지는 노동 확장은 '노동'이란 이름을 가져가야지 우리의 일이 됨.

  • 이연 2017.07.19 22:12
    노동당이 어려운 이유는 이름이 ‘노동당’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유일한 반자본주의 좌파정당”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노동’은 우리가 가져가야 할 가치”라면 오히려 노동당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게 맞겠죠. 국민 대다수가 스스로를 근로자라고 호명할 정도로 노동이라는 “오래된 이름”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노동 혐오는 분명 ‘현실’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극복해야지 기피하거나 우회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럴수록 더 당당하게 드러내고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무엇보다 (합당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가능하면 당명을 유지하는 게, 정당이 자신의 활동과 역사를 책임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그 혁신이란 것도 긴 안목을 갖고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새로운 노동의 원칙을 제시해야 하며 그것은 ‘노동’이라는 이미 오래된 이름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오래된 언어여도 우리는 활동을 통해 언제든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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