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포당협 정섭이라고 합니다. 그간 눈도장만 열심히 찍다가, 오늘 한 가지 같이 보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네요. 그래봤자 그닥 대단한 무엇을 담은 내용은 아닙니다. 그냥 오늘 제가 느낀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의역에 다녀왔습니다. 21일 토요일에 강남역에 다녀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금방 추모를 위해 지하철 역을 찾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구의역에 다녀왔습니다. 일이 늦게 끝나 집에 가는 반대 방향 전철을 타고 무작정 도착하니 이미 사고 지점에는 스무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흰 국화와 피켓을 들고, 저마다의 눈물을 들고 조용히 서있더군요. 스크린도어 맞은편에 포스트잇과 펜들이 있길래, 가방에 있던 종이 한장을 뜯고 포스트잇도 한 장 떼어서 황망한 심정으로 글을 남겼습니다. 쓰고 나서 묵념을 하고 돌아서는데 "내가 뭐라고 썼더라?" 기억이 나지 않길래 돌아서 쪽지 하나, 그리고 옆에 놓여진 피켓들을 사진에 남겨 왔습니다.
작년 여름이던가, 친구들과 카페에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지하철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했다는 소식(지금 찾아보니 9월이군요. 왜 여름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지...)을 듣고 함께 분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정규직, 하청, 파견, 안전불감증이 아닌 안전의 외주화,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를 이야기하며 화를 내고 무고하게 사라진 생명에 대해, 비정규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던 청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던 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엊그제 구의역 지하철 사고 뉴스를 보고는 그만 '헉'하고 숨을 들이켰습니다.
작년의 그 때, 저는 단지 슬퍼하고 분노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슬퍼하고 분노한 뒤에 거기에서 멈추지 말고 무언가를 더 했어야 했습니다. 그 때의 저는 마냥 '누군가 나 대신 해주겠지'라고 생각해버렸는지. 아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이제야 저를 따라잡아 뒤통수를 때렸군요. 결국 뒤통수가 너무 얼얼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구의역에 갔습니다. 정신없이 헌화하고, 부끄러움만 깊어지는 몇 자를 적어 붙이고, 묵념하고, 발을 떼지 못하다가, 내일 출근을 생각하며 집에 왔습니다.
4년 동안 세 번 반복된 사고라고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와, 서울 메트로와, 효율과 사람의 생명을 쉽게 맞바꾸는 자본과, 같은 사고를 세 번이나 허용했던 사회. 이들 모두가 죽어간 사람들 앞에서 사죄할 수 있도록, 최소한 같은 사고가 더 이어지지 않도록 무언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당의 당원들이 함께 모여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저 또한 함께 하길 바랍니다. 뭐, 밤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한 줌 남아서 당게와 SNS나 뒤적거리는 사람밖에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저는 노동당 당원이고, 또 혼자가 아니니까요. 지난 번처럼 며칠 간의 분노로 기억을 흩어버리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니까요.
강남역에서 여성이 죽었습니다. 구의역에서는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죽지 않길 바랐습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