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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당 파행 인사에 대한 <당의 미래> 입장

 

‘새’가 떠나는 나무가 오래 갈 리 없다


 

참담한 심정이다. 최근 대표 명의로 공개된 <발령 공고> 때문이다.

 

이제까지 당내 유일한 공개 의견그룹으로서 <당의 미래>는 노동당을 공동의 정치적 플랫폼으로, 남한 사회 좌파 정치운동의 자산으로 여기며 가급적 공식적인 의결기구를 통한 입장 제시와 설득에 집중했다.

 

이는 진보정당 내 기존 정파 활동이 비공식적인 경로를 강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해 온 역사적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비공식적인 경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진성당원제 근간인 당원들은 당으로부터 소외되었다. 그렇기에 <당의 미래>는 당내 소수파로서 한계를 감수하면서도 전국위원회와 대표단회의,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서 안건을 제출하고 설득하면서 당의 골간 체계를 통한 당의 혁신과 변화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중앙당의 파행 인사는 당내 합의구조와 신뢰의 기본이 무너지고 있음을 세 가지 면에서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첫째, 정치적 합의의 실종이다. 지난 4월에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노동당은 ‘평가와 전망위원회’ 설치 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대표단 회의에 집행위 원안으로 제출되었던 ‘평가위원회'를,대표단이 정치적 책임감을 통감하는 가운데 사퇴에 준하는 대안으로써 강구하였던 ‘평가와 전망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자 하는 의지가 관철된 것이었다.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중앙당 개편은 현 조직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평가와 전망위원회’에서 제시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형태로 진행할 것을 주문하였다. 중앙당 인력 자연 감소가 있음에도 7기 대표단에서 시작된 인력기금의 기한이 하반기에 끝나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직개편은 기존 합의를 철저히 무시한 채 이루어졌다. 어떤 진단과 과정을 거쳐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부서 편재는 임의적이다. 설득과 합의 과정은 실종되었다. <당의 미래>는 그동안 당권파의 패권주의를 우려하는 당내의 여러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당의 공식적인 의결기구를 통한 합의와 정치적 조정을 신뢰하는 것이 노동당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원칙임을 천명해왔으나, 이제 그 원칙은 무의미해졌다.

 

둘째, 진보정당 운동의 원칙이 훼손되었다. 당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다양한 당내 정치적 견해를 무시하는 것은 전형적인 패권주의로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으로 귀결되었던 진보정당 역사의 뼈아픈 악습이다. 진보정당 마저 ‘승자독식 구도'를 당연시하고 당직을 전리품으로 취급한다면 어떤 활동가가 진지하게 당직을 고민할 수 있겠는가.

 

당직자는 생활인임과 동시에 활동가이며,하기에 활동가 개인의 정치적 전망과 당직 활동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무조건적 희생' 혹은 ‘노동의 소외’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 노임에 있어서의 극심한 경제적 불안정에도 당직을 선택하고 불리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는 것은 당직자 각자가 갖고 있는 정치적 전망 때문이다.

 

지난 2011년의 탈당 사태에 잇따라 벌어진 대규모 인사파행 이후, 진보신당-노동당을 경유하며 그간의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존중하는 가운데 중앙당 당직자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불행하게도 이번 파행 인사의 대상이 된 박성훈, 공태윤 두 당직자의 경우 지난 6기 집행부(나경채 집행부)에서 당대표가 주장하는 ‘진보결집'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졌음에도 직위에서 배제되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중앙당 조직개편은 ‘대표의 인사권’이라는 앙상한 근거 규정에 기대어 소중한 진보정당의 원칙을 무참히 깨뜨렸다.

 

셋째, 노동당은 당명을 개정하며 노동의 재구성과 노동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전면에 내걸었다. 정당이 일반 사업체와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인사 조치 과정에 있어 사기업에서 조차 가볍지 않게 다루어지는 ‘당사자의 동의여부'를 무시한 처사는 용납하기 어렵다. 노동의 권리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노동당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당사자 동의 없는 일방적 인사발령이 노동당에서 벌어지고 말았으니 대체 누가 노동당의 가치를 신뢰하고 지켜나갈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 먼저 합리적인 중앙당 개편안이 타당한 토론과 정치적 합의를 통해 도출되고, 그에 이어 최대한 설득을 통해 상호 인정가능한 해결책이 수립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진보정당 운동에 인생을 걸고 헌신해 온 상근자의 자존감을 진보정당이 스스로 짓밟는 행위를 자행한 결과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되기 어렵다.

 

이번 중앙당 파행 인사의 피해자는 인사 개편 논의 과정에서 당대표가 공고한 <인사발령>의 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 인사발령이 이루어졌다. <당의 미래>는 노동당이 독단에 의한 일방적 인사 조치가 가능한 정당으로 전락하였으며, 이와 같은 참사에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한 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에 참담할 따름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당의 미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파행 인사에 반대한다. 또한 이의 책임이 전적으로 대표와 사무총장에있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당 대표가 특정 파당의 정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당을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50% 남짓의 투표율, 55%의 득표로 당선된 대표에게 한 번의 선거로 모든 전횡의 정당성이 부여되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러한 감수성이야 말로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의 부당한 권력을 비판하고, 현재적으로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함에 있어 바탕에 깔고 있는 정신 아닌가!

 

무엇보다 당대표는 현실 정치에서의 유효한 정치세력의 입장에서 충격적인 총선 결과를 받아 든 당원들을 추스리며 당의 통합을 이끌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이 중대한 시기에 알 수 없는 근거와 시의부적절한 인사 조치로 인해 당 내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이 상황이 의도된 것이라면 정치적 자살이고 예측되지 않았다면 정치적 무능이다. 권위는 권력을 지키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목적에 합의하고 조직적 수단을 공유하며 신뢰가 쌓여질 때 권위가 만들어진다.

 

사무총장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사무총장은 조직 개편으로 인한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사전에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해서 현 시기 대표가 져야 할 통합과 치유의 정치적 책임을 덜어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노동당은 정치적, 역사적으로 다양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는 정당이다. 대표가 흰색을 든다고 모두 흰색을 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민주적 조직이 아니며 우리가 사랑하는 노동당이 아니다. 평등·평화·생태공화국을 지향하며 대중정당, 생활정당, 운동정당을 지향하는 노동당의 정신에도 맞지 않다.

 

민주주의에는 비용이 청구된다.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포기한 노동의 권리와 민주주의는 감당하기 버거운 해악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결국 미래는 더 큰 비용을 요구하게 된다. 최악의 민주주의가 최선의 독재보다 낫다라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당은 급격하게 승자독식 구도를 내면화하고 있으며, 일방적 패권주의로 인해 당내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있다. 다수결은 직간접적 의사결정 과정의 은폐 속에서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견제가 효용을 잃은 권한이 독단적으로 남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의 미래>는 지금까지 스스로 소중하게 지켜온 원칙인 ‘당의 공식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는 정신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숙고하기로 했다. 우리가 바라는 노동당은 껍데기만 남은 ‘노동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붙잡고 있는 조직이 아니라 어떠한 평가에도 당당할 수 있는 노동당이다.

 

위와 같은 판단에 따라 다음사항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이것이 명확히 이행되지 않을 경우 노동당 다운 노동당을 되찾기 위한 당내 투쟁을 전면화할 것이다.

 

(1) 현재 관철되고 있는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라.

 

(2) 당 대표는 이번 파행 인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사무총장 퇴진을 비롯한 책임 당사자에 대한  문책을 실시하라.

 

(3) 당 대표는 당 내 정치적 합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형식적인 자문기구로 전락한 중앙집행위원회의 위상, 승자독식 일변도의 대표단 회의 등 당내 의결기구의 민주적 합의 구조 전환을 위한 혁신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라.



 

2016년 6월 3일

 

노동당 내 의견그룹 <당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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