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대문 당협의 김준호입니다. 지난 5월 31일 진행된 서울·경기·강원 지역 전망토론회에 대한 정상천 당원님의 후기를 읽어보았습니다. 당일 패널로 함께 해주시고 후기 공유까지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날 토론회에 대해 정상천 당원님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최근 온라인에서의 전망 논의들을 지켜보며 많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에 저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전망이 경합되지 못한 전망 토론회
전망 토론회를 포함해 당헌 개정과 관련된 논쟁을 보면서 사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다양한 전망의 부재입니다. 솔직히 저는 대표단의 전망에 대해 비판하는 분들이 낸 다른 전망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나 많은 분들이 ‘노동당이 아니면 안 된다.’라거나 ‘사회주의 노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와 같은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하지만 왜 노동당이 여전히 유효한지, 그렇다면 노동당으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는지, 사회주의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당일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 날 정상천 당원님과 나도원 당원님께 두 분이 제시하는 전망이 무엇인지 질문했던 여러 당원들 중 한 사람입니다. 사실 두 분의 발제문이나 현장 발언을 통해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무지개 사회당의 전망이 무엇인지, 사회적 경제는 어떤 전략을 통해 실현 가능한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두 분이 대표단의 당명 개정을 포함한 기본소득 중심의 전망과 경합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이미 2013년 당명 논의 과정에서 제출했다던가 하는 식의 발언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자의 전망을 두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그것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더 이해할 수 없었던 지점은 왜 그 전망이 수 년이 지난 지금, 이 당의 전망이 되어야 하는지 설명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과거에 제출된 전망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특히 서로 다른 전망에 대해 토론하고 경합하는 자리의 패널이라면 2019년 현재 왜 여전히 과거에 제출했던 전망이 유효한지에 대해 설명하셨어야 합니다. 그런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제게 두 분의 발제는 그저 대표단이 제출한 전망의 부족함을 지적하기만 하는, 노동당이 왜 유효한지에 대해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당명을 개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만 보였습니다. 두 분이 우리당의 중진 활동가라는 점에서 저는 좀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2.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위기’라는 말이 가지는 무거움이 없어진 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입당한 이래로 당은 늘 위기를 선언했지만 단 한 번도 그 위기를 극복해 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년 간 지속된 실패의 과정 속에서 무엇이 진짜 원인이었는지, 우리가 세상을 흔들기 위해 효과적인 전략과 전술을 사용 중인지 평가한 적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우리 당은 더 이상 시민들에게 가장 급진적이고 유효한 대안 정치세력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비록 ‘위기’라는 표현이 가벼워진 탓에, 혹은 조금 지친 탓에 잘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우리 당이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일지 정상천 당원님의 발제를 보고 고민해봤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리더십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어떤 형태일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의 시기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리더의 자질은 전망을 제시하고 힘을 모아 실천하는 추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현 대표단이 보여주는 행보가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지난 시기까지 이 당에 보여 왔던, 그리고 지금도 몇몇 당원들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모습이 정상천 당원님이 비판하시는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이고 민주노총의 조합원도 아닌 저에게 지난 시기 우리 당의 기획에는 제가 함께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 당은 민주노총의 선거와 대의원 대회에 대응하는 것을 무척 중요한 사업 과제로 추진했습니다. 많은 당원들도 그에 함께 참여하셨죠. 하지만 애초에 그런 형태의 운동에서 배제된 당원들도 있습니다. 저처럼요. 기존의 노동이 대변하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 노동자로서 본인을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은 요즘 이야기 되는 ‘노동당 전략’에서 설 자리가 별로 없어왔습니다.
오히려 포용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현 대표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컨텐츠의 시대에 발 맞춰 새로운 소통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모습, 당선 이후 당의 상황을 알리고 의견을 모아내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고 수많은 당원들과 직접 통화하는 모습. 솔직히 지난 대표단 시기에는 없었던 일입니다. 대표단의 소통 노력이 부족하다 생각하시면 다른 안을 제안해주시는 것이 더 힘을 모으는데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전망 ‘토론’ 과정에서 보이는 우리의 태도
사실 전망토론회 뿐만 아니라 전국위원회, 당원 게시판, 페이스북 그룹, 그 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최근의 당명 개정을 포함한 ‘전망 논쟁’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먼저 고개를 듭니다. 저는 노동이 여전히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소개하지 않는 수많은 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동당이라는 당명이, 나아가 노동이라는 의제가 모든 사람을 아우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달리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명 개정에 반대의사를 보이는 많은 전국위원 분들과 당원 분들이 저와 다르게 생각하시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그런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셔야 합니다. 노동당이 지난 6년간 계속해서 축소되어 온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분은 없을 겁니다. 물론 노동당이 된 이후 당원이 된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그러한 당원 중 한명이고요. 하지만 탈당자가 더 많다는 사실, 우리가 시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정 받고 득표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노동당 전략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명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노동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그것이 효과적인지 근거를 제출해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논쟁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왜 당명을 바꾸냐. 노동을 폐기한다는 것이냐. 노동이 사회주의다. 이런 말들은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일방적으로 대표단에게, 그리고 당명 개정을 지지하는 당원들에게만 전망을 요구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평등한 당원 사이의 토론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유는 모르겠으나 노동당이 좋은데 왜 바꾸려고 하냐는 것 밖에 안 됩니다.
저는 대표단이 이번 당명 개정을 포함한 전망 토론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악한 조건에도 매일 같이 야근하며 전망을 기획하고 당원들과 함께 할 토론 준비를 하는 대표단과 중앙당 당직자들을 보면 때론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해주시면 됩니다. 대표단의 전망에 동의할 수 없다면 그 전망과 경합하기 위한 다른 전망을 제시해주시면 됩니다. 앞으로 당 대회까지 진행 될 논의에서는 당원들 사이의 ‘토론’이 진행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