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열린 송년회에 참석해 감사패도 받고 그동안 싸우느라 정들었던 상인들도 만나뵜습니다. 그 사실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당원들께 이야기해드린 바와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 시장상인회에서 상인이자 이제는 미디어활동가를 자부하는 송용식 상인께서 영상을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감사패를 받고 인사하는 장면, 그리고 한 명씩 올라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이미 갔다 왔다는 인사도 했겠다, 뭐 이런 것을 다시 보내주고 그러시냐니 '선거 기간아니냐, 따로 편집한 것이니 써라'고 하십니다. 뭐, 참 머리를 긁적이며 영상을 보는데 참 울컥했습니다.
현재 전통노량진수산시장을 지키고 있는 분은 전체 상인의 20~25% 정도입니다. 하지만 판매상인의 비중으로 따지면 50% 가까이 됩니다. 도매시장은 경매를 담당하는 중도매인과 함께 슈퍼 등 편의시설 상인들, 그리고 부류별로 구분된 판매상인으로 구성됩니다. 전체 상인 중 절반은 판매상인들로서 우리가 노량진시장을 찾으면 볼 수 있는 분들이 모두 판매상인들입니다.
그런데 현행 법에는 판매시설이 '기타시설'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판매상인이 사실상 시장의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법적인 권리나 지위가 매우 취약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수십년동안 철저한 갑을 관계 아니, 주종관계에서 장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시작된 이 싸움으로 판매상인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장은 상인들과 지역주민들과 서울시민들의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매일 매일 벌어지는 수협측의 협박과 폭력,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횡포들(공용주차장에 포크레인을 방치하고 도망간 사건은 유명합니다, 수협이 그랬습니다)을 겪고 있습니다. 그것을 뚫고 지금까지 온 것입니다.
작년 상인회로부터 한번 보자고 연락이 왔을 때, 이미 상반기부터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때부터 상인들 대상, 상인회 임원들 대상 워크샵을 10여 차례 진행했습니다. 4월 공청회에서부터 최근 시의회공청회까지 정말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지금에서 보면 전통노량진수산시장은 확실히 이겼습니다. 우선 매출액에서 이겼습니다. 수협 측은 지난 추석 때 조사한 자체 판매수익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은 알고 있죠, 전통시장에 더 많은 손님들이 왔다는 것을요. 그리고 처음엔 책임회피에 급급했던 서울시가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장현대화사업에 최순실게이트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 역시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수협이 도매시장을 운영할 자격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우리는 이 싸움을 하면서, 우리의 목표는 도매시장을 되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쓰레기도 치우고 얼음도 가져오고 해수도 공급하면서, 시장을 운영하는데 수협관리회사 같은 곳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 시장을 지역주민들과 서울시민들이 함께 가꾸어 나가는 곳으로 만들자고 했습니다. 그것이 상인출자 방식의 법인이 되었던 조합 방식이 되었던 관리회사 치워버리고 상인들 스스로 시장을 운영관리하는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조금씩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이미 일본 도쿄도의 쯔키시 시장의 사례만 해도 도쿄도의 조례로서 판매상인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공청회에서 관련 조례 제정을 제안했고 서울시도 수긍했던 부분입니다.
노량진수산시장 싸움이 노동당의 운동에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첫째, 구체적인 문제에 집중하면서 그것의 문제 해결에 정치적 운동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만약 물리적 연대로만 멈췄다면 금새 지쳤겠지만, 당내의 다양한 당원들의 역량과 더불어 그동안 당 사업을 통해서 연계된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실질적인 연대를 구축했습니다. 싸우는 당사자인 상인들을 옆에서 돕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당의 사업으로 당겼고 이를 종합했습니다.
저는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시장 상인들에게 늘 말합니다. "고맙긴요, 이건은 노동당의 싸움이고 사업이기도 한걸요." 저는 노량진수산시장의 싸움이 다른 시장들, 말도 안되는 소유자 중심의 상인회 구조를 깨고 실제 영업하는 상인들 중심의 시장구조로 재편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운영구조를 만드는데 도매시장으로서 노량진수산시장은 괜찮은 모델이라고 믿습니다.
이 이야기를 싸움의 초기부터 꺼냈고 설득했고 토론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정당으로서 노동당 운동의 방식입니다. 정당의 정치사업은 단순히 헌신성 만으로는 안됩니다. 더더군다나 현재 당의 상황처럼 당내 자원도 적고 대신 일은 많은 구조에서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무 것도 못하는 역설에 부딪힐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뜻만 가지고 하는 사업은 정당의 사업으로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노동당서울시당이 결합해온 모든 현장에서 시당은 단순히 깃발을 덧대는 방식의 연대가 아니라 그 싸움의 일정 영역을 만들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자임하면서 함께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연대는 가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고 그 만나는 것을 통해서 서로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올 한 해 노량진수산시장 싸움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상적인 머리에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장에서 부대끼면서 겪은 고민들을 당원들과 함께 나누고 싸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노량진에서 온 영상을 보다가 새삼 왜 노동당서울시당 위원장을 하려했고, 또 다시 하고자 하는지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2월 30일
노동당서울시당 위원장 후보 김상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