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자협의회 회장이 올린 이른바 '경과보고'라는 것과 조직실 이대근 국장이 쓴 글, 참 '저열'하네요.
저는 작년 3월까지 3년 가량 중앙당에서 일했고 지금은 평당원입니다. 2011년 12월에 중앙당에 발령을 받아 기획실/기획홍보실에서 1년 반, 기관지 편집실에서 2년 가까이 일하다가 작년 3월에 사직했습니다. 제가 중앙당에서 일한 시간 동안 상근자협의회는 -일반사업체로 치면- 노조의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2012년 총선 끝나고 부서 재배치와 임금감축, 인원감축이 있었을 때엔 상근자협의회 전체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을 뿐만 아니라 감축된 임금분에 대해 '사용자' 측과 어떻게 협상할 것인지까지 논의했습니다. 한시적인 감축인지, 계속 감축한다면 언제까지 할 것인지, 그리고 감축된 임금 차액을 재정상황이 개선된 뒤에 지급토록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물론 당 상황을 뻔히 아는 상근자들이었기에 허울뿐인 '협상조건'임을 너도 알고 나도 알았지만, 허울뿐이나마 그건 '일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마지막 자존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몇달 뒤 재정이 더욱 악화되어 하루 근무시간을 두 시간 줄이고 임금을 더 삭감하게 되었을 때, 그런 편법이 엄밀히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또한 상근자협의회 회의에서였습니다. 이 당이 근로기준법 위반 사업장에서 벗어난 건 2013년에 대표단 바뀌면서부터였습니다. 광천김을 팔았죠, 그때.
사실 상근자협의회 회의, 그거 주구장창 한다고 삭감할 임금 삭감 안하거나 감축할 인원 감축 안하거나, 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상근자협의회가 그럴 힘도 없고, 당에 돈도 없고. 상근자협의회의 결정과 그에 따른 '사측'과의 협상은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지키는 보루 같은 것이었습니다. 정세는 쉼없이 바뀌고 군소 진보정당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그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진보정당 활동가들은 노동자성을 망각하기 쉽습니다. 멀리갈 것 없습니다. 2012년 (전)사회당에 있던 당직자들이 중앙당에 편입됐을 때 그들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임금을 받고 일해왔다는 사실을 듣고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납니다만, 뭐 노동당이라고 중뿔나게 다를 것도 없었습니다. 임금 줄이려고 노동시간 감축했을 때도 퇴근시간 다섯시로 바뀌었다고 야근 밤샘 안한 것도 아니고, 2012년 초 아직 정당보조금 나오던 한두달 말고는 야근수당이란 걸 받은 적 없습니다. 3년을 그렇게 눈에 뭣이 씌인 듯 미친듯이 일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결국 흔히들 말하는 '열정페이'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다만, 기꺼이 '열정페이'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저에게 '너는 노동자다, 이 당 역시 사용자이며 너의 노동에 합당한 대우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환기해주곤 했던 게 상근자협의회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근자협의회의 존재이유는 무엇입니까? 같이 일하던 사람이 명시적 동의도 절차도 무시된 채 부서가 이동되고 재배치된 과정에 대해 이의제기는 커녕, 이게 뭐하는 씨츄에이션인지 도대체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상근자협의회 회장이 상근자협의회 회장이라는 직책을 걸고 쓴 '경과보고'에 누차 반복적으로 나오는 '퇴직 의사를 밝힌' '퇴직의사를 밝혀서'라는 표현, 조직실 이대근 국장이 쓴 글에서 인용한 온갖 사담들, 정말 궁색하고 '저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부끄러운 줄 아셔야지요. 박성훈 실장이, 공태윤 국장이 사직서를 써냈습니까? 사직서를 써내서, 그게 공식적으로 수리가 됐나요? '누가 사직한다 카더라' 하면 사직이 기정사실화되는 건가요? 그래서, 어차피 사직할 사람이니 이 부서 저 부서 발령 내도 되는 건가요? 이 당이 언제부터 사담에 근거해서 인사발령을 내는 당이 됐습니까? 설령 그런 부당한 인사발령이 났을지라도 이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제기하고 당사자들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일하던 당시에 근로기준법을 운운하고 임금삭감분의 (오지도 않을)수령기한을 운운하던 상근자협의회가 아니라, 지금 이런 시기에 이런 사달이 벌어진 때야말로 상근자협의회가 나섰어야 할 때가 아닌가요?
'저열'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인 겁니다.